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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독재자 후예” 언급, 내년 총선 지지층 결집 노렸나

중앙일보 2019.05.20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희생자 안종필씨의 묘역을 찾아 고인의 어머니 이정임씨를 위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희생자 안종필씨의 묘역을 찾아 고인의 어머니 이정임씨를 위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던진 메시지가 정치권에서 여러 반향을 낳고 있다.
 

5·18 기념사 사실상 한국당 겨냥
“민주 vs 반민주 선거 구도 포석”
조국 동행, 5·18 입법에 강한 의지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라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신시대와 5공시대에 머무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며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사실상 한국당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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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이번 기념식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여러차례 5·18에 대해 ‘통렬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보수 진영이 5·18과 광주를 폄훼하며 이를 총선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광주를 위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와 남북관계의 이상 조짐으로 여권 지지층의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부활시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지지층의 총결집을 호소한 측면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당은 당 소속 의원들의 5·18 발언 논란에 대한 징계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한국당의 약점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의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5·18과 관련해 낸 강한 어조의 메시지가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대결구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야당이 5·18을 폄훼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 도구로 쓰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고 소모적 논란을 종식시키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제도 등을 관할하는 조국 민정수석이 동행한 것도 관련 입법 등을 조속히 끝내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 외부 일정에 동행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다.  
 
조 수석은 기념식에 참석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의 대사를 인용하며 “5·18 폄훼 망발을 일삼는 자들, 그리고 정략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그런 악행을 부추기거나 방조하며 이용하는 자들에게 이하 말을 보낸다”며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고 썼다. 조 수석은 19일엔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한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중 헌법 전문을 게시했다. 여기에는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부분이 추가돼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직접 한국당을 향해 각을 세우는 듯한 메시지를 던진 게 향후 국회 대치 정국을 해소하는 데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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