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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큐, 트럼프"...관세폭탄 6개월 유예에 숨 돌린 자동차 업계

중앙일보 2019.05.19 15: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미뤘다. 한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최종 제외될 지는 밝히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미뤘다. 한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최종 제외될 지는 밝히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생큐, 프레지던트 트럼프.”
미국의 징벌적 관세 부과 가능성을 놓고 긴장했던 한국 자동차 업계가 일단 숨을 돌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포고문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다.
 
미국이 당장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예상됐다. 지난해 9월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율은 22.87%로 일본·독일(21%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관세 부과 이후 가격상승률도 한국산 자동차가 23.9%로 멕시코(23.7%)·일본(23.3%)보다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백악관 포고문에서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FTA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시행되면 국가안보 위협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은 이 언급이 나온 포고문 조항. [백악관 홈페이지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백악관 포고문에서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FTA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시행되면 국가안보 위협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진은 이 언급이 나온 포고문 조항. [백악관 홈페이지 캡쳐]

자동차 업계는 “일단 6개월의 여유를 갖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도 희망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4용지 4장 분량의 포고문(Proclamation)에서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FTA와 최근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고려했다”며 “이 협정들이 시행된다면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고문 발표를 앞두고 블룸버그 통신 등 일부 외신에서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고율관세 대상국에서 제외될 것”이란 보도가 나왔지만, 포고문에 이런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문구만 놓고 보면 한국은 여전히 ‘협상 대상국’이다. 포고문은 “EU와 일본, 그 외 다른 나라(European Union, Japan, and any other country)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180일 동안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도 백악관 포고문에 대해 “문구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백악관 포고문 발표 이후 “현재로선 미국이 관세부과를 6개월 연기한다는 부분과 한국이 면제 대상에 명시된 것도 아니란 점만이 분명하다”며 “시간을 두고 미국과 접촉해 최종 관세부과 면제 여부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 59만대의 한국산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장 고율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지진 않은 것에 안도하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시장 반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지난달엔 2년 만에 미국 시장점유율 8%대에 복귀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선 미국시장의 반등이 절실하다. 지난 1월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신년사를 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선 미국시장의 반등이 절실하다. 지난 1월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신년사를 하는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선 실적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시장이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던 인도시장도 올해 들어 부진하다. 현대차그룹의 실적을 뒷받침해주던 유럽시장도 예년 같지 않다. 정 수석부회장이 미국시장 반등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협조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종적으로 한국이 고율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지, EU와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수입국에 미국이 쿼터(수입제한)를 얻어낼지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으로선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라이트 트럭(픽업) 시장을 지키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차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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