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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관광산업 활성화” vs “밥그릇 나눠 먹기”

중앙일보 2019.05.19 00:03
5월 중 운영위에서 신규 허용 여부 결정…롯데·신라는 ‘글쎄’, 신세계·현대는 ‘환영’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내면세점을 늘리는 신규 특허 허용 여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내면세점을 늘리는 신규 특허 허용 여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두고 동상이몽

시내면세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시내면세점은 2015년 6곳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13곳이다. 롯데·신세계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11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2개다. 시내면세점 신규 허용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산하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가 필요한지를 묻는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도운영위 논의는 5월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말 시내면세점의 특허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관세법을 개정해 면세점 진입 문턱도 낮췄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규 면세점 특허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직전 해보다 20만 명 이상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직전 해 대비 2000억원 이상 늘어나면 가능하다. 기존에는 전국 시내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이용자 수 50% 이상 증가와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 증가 수 30만 명 이상의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다.
 
이번에 개정된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서울과 제주도·경기도·인천시 등으로 알려졌다.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4개 지역이 조건을 충족한 만큼 시내면세점이 4개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지역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강남무역센터 면세점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달리 롯데면세점은 3곳,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3위인 신세계면세점은 제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서울 강남·강북, 부산 시내면세점을 갖고 있지만 아직 제주도에는 면세점이 없다. 제주는 면세점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면세 업계는 2017년 중국 정부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요우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따이공(代工·중국인 보따리상)이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증가로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지난해 매출은 75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어났다. 신라면세점 제주점 매출도 1년 전보다 49.8% 증가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 3년 만에 문 닫아
 
 
그러나 막상 면세 업계는 신규 특허 허용 움직임에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면세 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 추가 사업자가 나오면 업체 간 경쟁만 심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 면세점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의 경우 면세업 전체 매출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면세점 시장은 3강체제로 굳어지고 있어 대기업이라고 해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갤러리아면세점 63은 4월 29일 3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공식 영업정지 일자는 9월 30일이다. 내년 말로 예정돼 있던 사업 종료 기간보다 1년 반가량 앞당겨졌다. 한화는 지난 2015년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면세점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진출 당시보다 면세점이 2배 이상으로 늘고,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결국 철수키로 결정한 것이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은 매년 적자를 거듭해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이 넘는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입지는 더 줄어들고 있다. SM면세점의 경우 지난 2017년 2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동화면세점도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 면세점 실적은 나쁘진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5조6189억원으로 전년 4조4245억원 대비 27%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1분기 시내면세점의 매출은 4조6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1% 늘었다. 면세점 외국인 객단가도 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객단가는 지난해 월 평균 1294달러에서 올해 1월 1465달러, 2월 1655달러로 증가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매출은 늘었지만 정작 이익은 얼마 되지 않아서다. 높은 임대료와 송객 수수료 때문에 팔아도 남는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면세점은 여행사나 가이드가 모집해 온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의 일정액을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를 지불한다. 현재 면세점들은 판매액의 30% 수준을 송객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평균 영업이익률 백화점보다 낮아
 
지난해 시내면세점이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쓴 송객수수료는 1조2767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이 보따리상에서 나오는데, 이들이 구입하는 제품의 매출 단가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며 “대기업은 자본력이 있기 때문에 유지가 가능하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면세점의 마케팅 출혈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점포가 늘면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는 향상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점포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다. 예컨대 명품 ‘빅3(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와 같은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다. 신규 면세점 중 빅3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사례는 신세계 면세점이 2017년 루이뷔통, 2018년 샤넬을 유치한 게 전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최근 고전 중인 명품 브랜드가 신규 출점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많지 않은 점포는 쇼핑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내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은 옛말이다. 면세점 사업도 대내외적인 악재로 출렁거림을 반복하고 있다. 1979년 시내 면세점 제도가 도입된 이후 동화·롯데가 면세점 사업에 참여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으로 시내 면세점 사업자는 총 29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사스(SARS) 등으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한진·SKM·AK를 포함한 19곳이 특허권을 반납, 양도했다. 이후 10년 동안 11개 사업자가 면세점 사업을 하다 2013년 17개로 늘어났다. 이후 메르스 사태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관광객이 급감해 타격을 받았다.
 
최근 따이공이 늘었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한국을 찾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중국 정부가 따이공에 규제의 칼을 빼들면 금세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할인과 가이드 수수료 등 마케팅 비용이 점점 커진다는 점도 면세점 업계의 고민이다. 면세점산업의 영업이익률은 5%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9~13%)보다 낮은 수치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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