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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피고를 잘못 지정했네…소송 중 바꿀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9.05.18 08:00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16)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문제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사진 pxhere]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문제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사진 pxhere]

 
“사장님 불러 주세요.”
일상생활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문제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제대로 된 상대를 찾는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이러한 원리는 법률적 분쟁에도 적용된다. 법률적 분쟁의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는 소송 상대방이 되는 피고, 즉 싸울 상대를 지정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를 지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계약상 분쟁이 생겨 소송하려는데 계약 명의인과 실제로 사업을 영위한 사람이 달라 누구를 피고로 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 제기 이후에야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이미 사망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올바른 피고 지정의 중요성과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소송 중 피고 변경 가능
피고 지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피고가 누구인지는 명확한데 그 표시가 잘못된 경우와 아예 다른 사람을 피고로 해야 하는 경우다.
 
피고의 표시를 잘못한 경우는 ‘김갑동’이라는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의 이름이 김갑동이 아니라 ‘김갑몽’인 것처럼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하지만 그 표시가 잘못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피고 표시 정정을 신청해 잘못된 표시를 바로 잡은 후 소송을 계속하면 된다.
 
원고가 피고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사망자를 피고로 표시해 소를 제기한 경우는 어떨까. 대법원은 사망자의 상속인으로 피고의 표시를 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때는 아래에서 설명하는 피고 경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는 아예 다른 사람이 피고가 되어야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와의 거래 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해 그 회사를 피고로 해야 하는데 회사가 아닌 회사 대표이사 개인을 피고로 지정했다고 하자. 이때는 기존의 소를 취하하고 새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소송을 취하하고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번거로울 수 있다. 그래서 민사소송법에서는 ‘피고 경정(소송 도중에 피고를 변경하는 것)’이라는 절차를 두어 기존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도 피고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원고가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제1심 법원은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원고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피고를 경정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0조)
 
위 규정의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언제나 피고 경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가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할 때만 피고 경정이 허용된다. 
 
이렇게 피고 경정 신청에 대해 허가 결정이 내려진 경우 종전 피고에 대한 소는 취하되고 새로운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본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시효의 중단 등의 효력은 ‘경정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때’에 효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소멸시효 등과 같이 일정한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더 이상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소멸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소를 제기했다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시점 이후에 피고 경정 신청을 하게 되면 새로운 피고와의 관계에서는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돼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시효중단 효력은 경정신청서 제출 시점부터
행정소송의 경우 일정한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 이상 행정처분에 대해 다툴 수 없다. 이를 제소 기간이라고 표현한다. [뉴스1]

행정소송의 경우 일정한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 이상 행정처분에 대해 다툴 수 없다. 이를 제소 기간이라고 표현한다. [뉴스1]

 
행정소송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행정소송은 일정한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더 이상 행정처분에 대해 다툴 수 없다. 이를 제소 기간이라고 표현한다. 제소 기간을 넘기면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지는 셈이 되기 때문에 행정소송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행정소송의 경우에는 누구를 피고로 해야 하는지 쉽게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피고를 잘못 지정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피고 경정의 효과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 행정소송법 제14조에서는 피고 경정 허가 결정이 있는 경우 ‘새로운 피고에 대한 소송은 처음에 소를 제기한 때에 제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해 피고를 잘못 지정하더라도 제소 기간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 경정은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앞서 살펴보았듯이 민사소송법에서는 ‘1심 법원은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피고 경정을 허가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행정소송법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도 행정소송법 제14조에 의한 피고 경정은 사실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굳이 제1심 단계에서만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고 본다(참고로, 가사소송법에서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피고 경정을 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
 
피고 표시 정정이나 피고 경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게 되면 아무래도 그만큼 소송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 제기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해 피고를 정확하게 지정하고, 특히 소멸시효 등이 문제 될 수 있는 경우 피고 지정을 더욱 신중히 처리하여야 한다.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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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형 정세형 큐렉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필진

[정세형의 무전무죄(無錢無罪)] 많은 사람이 은퇴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법 없이 사는 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법이 무작정 그들의 편이 되어주진 않는다. 법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알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계약에서부터 소송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례와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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