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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생이 ‘합격 번복’ 항의하자 전원 합격시킨 전북문화관광재단

중앙일보 2019.05.18 05:00
좌절 이미지. [중앙포토]

좌절 이미지. [중앙포토]

전북도 산하 전북문화관광재단이 교육생을 뽑는 과정에서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합격자를 엿새 만에 불합격 처리 후 해당 응시생이 문제를 제기하자 아예 면접 대상자 전원을 합격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재단 측은 “직원의 단순 착오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입장이지만, “재단이 잘못을 덮기 위해 스스로 모집 원칙을 훼손하고 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지역 한 지자체 문화·관광 기획자 A씨(25)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전북문화관광재단 등이 주관하는 ‘2019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사업 교육생 모집’에 지원한 뒤다. 이 사업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비(1년 5000만원)를 받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총괄 아래 전주문화재단·익산문화재단·전주문화재단과 공동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문화 전반에 대한 전문 인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각 재단에서 생활문화(전주)·도시재생(익산)·문화콘텐트기획(완주) 등 3개 분야 이론·실습 교육을 거쳐 수료생 중 ‘심화 과정’을 들을 수 있는 우수 교육생 3명을 최종 선발한다. 프로그램이 알찬 데다 해외 연수와 지역문화진흥원 지역 문화인력지원사업 지원 시 가산점 부여 등 혜택이 커 A씨처럼 문화·관광 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20대 취업 준비생이 몰렸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A씨는 지난달 30일 면접을 보고, 지난 2일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재단 측이 8일 ‘성적 표기 오류’를 이유로 홈페이지에 정정 공고를 내고 A씨를 불합격 처리해서다. 대신 면접 시간에 안 나타난 A씨 바로 앞 번호 응시생이 합격자가 됐다.  
 
화가 난 A씨는 재단 측에 항의했다. 그러면서 ①재단이 ‘시험 시작보다 늦게 도착한 경우 입실할 수 없다’는 응시 원칙을 깼다 ②면접을 보지 않은 응시생에게 성적을 줬다 ③성적을 조작해 타인을 탈락시키고 합격시켰다 등 세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사에도 제보했다. 논란이 커지자 재단 측은 지난 10일 애초 ‘12명 합격, 4명 불합격’에서 면접을 본 ‘16명 전원 합격’으로 입장을 바꿨다. “교육을 받는 게 목적”이라는 A씨 의견을 받아들인 조치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당시 면접위원 5명 중 완주문화재단 모 팀장이 있었는데 응시생 중 같은 재단 소속 직원이 합격해서다. 더구나 해당 직원이 교육을 받는 곳이 본인이 일하는 완주문화재단이어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취지다. A씨는 “교육생 선발 과정부터 오락가락하다 보니 나중에 (심화 과정을 받는) 우수 교육생 선발도 공정히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북문화관광재단 측은 “합격자를 추리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부주의로 합격자와 불합격자 순서가 바뀌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다만 “면접 평가는 외부 심사위원 등에 의해 공정히 이뤄졌고, 특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단 한 관계자는 “채용이 아닌 교육 사업이다 보니 면접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지각하거나 일찍 온 일부 응시생에게도 면접 시간을 당기거나 미루는 등 조정해 줬다”고 해명했다. ‘응시생 전원 합격’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저희 잘못이 있는 데다 면접 대상자 대부분이 교육 참가 의지가 강하고 역량도 뛰어나 다른 주관 기관들과 협의해 모두 합격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완주문화재단 소속 교육생이 평가도 제일 잘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교육을 받다 보면 누가 성실하고 실력이 있는지 서로 잘 안다. 오히려 이런 우려 때문에 그 교육생을 (심화 과정 대상자로) 뽑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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