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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전국 그늘막 5600개에 안전실명제 도입”

중앙일보 2019.05.18 05:00
기둥 땅에 박힌 고정형만…안전보험 가입 의무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횡단보도 등에 설치된 그늘막도 일찍 ‘만개’했다. 그늘막은 2013년 서울 동작구청에서 첫 도입 돼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숫자도 늘었지만 형태나 기능도 진화하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 모두 5662개의 그늘막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늘막 개수가 많아지자 행안부는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을 만들어 지난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전국의 그늘막 개수를 조사하고,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승용 행안부 기후재난대응과 주무관은 “그늘막이 전국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전국 지자체별 다른 기준을 모두 취합한 후 공통적인 지침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설치된 그늘막. 전국에 5600여개 설치된 그늘막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실치와 관리 지침을 내렸다.[사진 서초구청]

서울 서초구에 설치된 그늘막. 전국에 5600여개 설치된 그늘막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실치와 관리 지침을 내렸다.[사진 서초구청]

행안부 ‘그늘막 설치·관리 지침’엔 그늘막의 설치 장소·종류·관리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설치 장소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해 정하고, 보행과 운전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또 강풍에 쉽게 날아가지 않도록 그늘막 다리는 땅에 고정돼야 한다. 원단은 방수 효과 80% 이상, 자외선 차단율 90% 이상인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안전사고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둥 등에 반사지(불빛을 반사하는 종이)를 부착해 밤에도 잘 보이도록 했다. 주변에 가로등이 없을 땐 가급적 조명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또 영조물 배상공제보험에도 가입하도록 했다. 그늘막 때문에 다친 시민에게 배상하도록 한 것이다.    
 
일종의 ‘안전 실명제’도 도입했다. 시·도와 군·구 단위로 각 한 명의 관리 담당자와 현장에서 그늘막을 설치· 관리하는 두 명(공무원+민간인)의 담당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한 개의 그늘막에 총 4명의 책임자가 있는 셈이다. 현장 담당자는 일주일에 한 번 그늘막의 상태 등을 점검해 ‘점검 대장’을 작성한다. 그늘막엔 담당자 연락처 등이 적힌 안내 표지판도 부착하도록 했다.    
서울 동작구에 설치된 그늘막.[사진 동작구청]

서울 동작구에 설치된 그늘막.[사진 동작구청]

‘히트행정’에서 이제 여름철 ‘필수행정’으로   
올해 그늘막이 때 이르게 등장한 이유는 무더위 때문이다. 광주광역시엔 15~16일 이틀 연속으로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2008년 폭염 특보가 도입된 이래 가장 이른 기록이다. 게다가 올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설치 개수도 많아졌다. 서울 25개 구청이 현재 설치해 운영 중인 그늘막은 총 1505개다. 지난해 1118개보다 387개 늘었다. 2017년 808개(23개 구청)보다 두 배에 가깝다.   
서울 서대문구에 설치된 그늘막.[사진 서대문구청]

서울 서대문구에 설치된 그늘막.[사진 서대문구청]

여름 거리의 풍경을 바꾼 그늘막은 2013년 서울 동작구청이 처음 선보였다. 그늘막은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횡단보도 옆 등에 천막·파라솔과 같은 형태로 설치한 시설물이다. 주민들은 신호등을 기다리며 잠시나마 햇볕을 피할 수 있다. 
 
2017년부터 몇몇 구청이 본격적으로 벤치마킹해 전국에 퍼졌고, ‘히트행정’으로 꼽혔다. 같은 해엔 도로법 2조에 따른 ‘도로 부속 시설물’로 인정받았다. 서초구청의 그늘막은 유럽 최고의 친환경상인 ‘그린애플 어워즈’ 은상을 받기도 했다. 이젠 전국에서 더위에 맞서는 ‘필수행정’으로 자리 잡았다.  
강북구의 그늘막은 안개비를 내뿜는다.[사진 강북구청]

강북구의 그늘막은 안개비를 내뿜는다.[사진 강북구청]

천막→파라솔→안개비 그늘막까지 계속 진화 
‘생김새’는 진화하고 있다. 과거 그늘막은 천막 형태가 많았다. 운동회 등 자치구 행사에서 쓰이는 천막을 재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둥이 바닥에 박힌 파라솔 형태가 대부분이다. 서초구청이 2017년 설치한 파라솔(‘서리풀 원두막’)이 일종의 ‘표준 디자인’처럼 전국에 번졌다. 개당 설치 비용은 약 100만~200만원 선이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늘막도 있다. 강북구는 물안개를 내뿜는 그늘막을 선보였다. 노즐에서 물을 미세한 입자로 분사한다. 서초구는 그늘막 기둥 바닥 테두리에 화분을 뒀다. 또 기존 그늘막의 절반 크기(지름 2.5m, 높이 3m)인 ‘미니 서리풀 원두막’을 일부 구역에 설치했다. 폭이 좁은 이면도로 등에서도 땡볕을 피할 수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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