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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로 노키아 깼던 삼성…‘5G 강자’ 화웨이와 격전 예고

중앙선데이 2019.05.18 00:58 636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5G 세상 주도권은 누가
2003년 삼성전자에서 TV 분야를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DM)총괄을 맡은 최지성 당시 부사장은 “3년 안에 소니를 잡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소니는 트리니트론 브라운관 기술로 197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세계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무리한 목표라는 우려를 딛고 최 회장은 2006년 TV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소니는 평판TV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5G 특허출원 1위, 장비 30% 저렴
화웨이 “삼성 조만간 추월” 야심
미·중 갈등 격화 부작용이 걸림돌

삼성 장비 시장 점유율 20% 돼야
휴대전화 경쟁서 우위에 설 수 있어

비슷한 일이 휴대전화 분야에서도 벌어졌다. 2007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앞두고 최지성 당시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3년 안에 휴대전화 판매량을 세 배로 늘려 노키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10% 남짓이었다. 핀란드 노키아가 40%, 미국 모토로라가 20%의 점유율을 과시하고 있을 때다. 한 달 전 정보통신 분야를 맡게 된 신임 사장의 패기 정도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TV 분야에서의 성공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삼성전자는 그로부터 4년 뒤인 2011년 3분기에 처음으로 노키아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삼성도 잘했지만 TV와 마찬가지로 노키아·모토로라의 실수도 컸다. 2009년부터 고속 데이터통신을 제공하는 4세대 LTE가 보급되면서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타지 못한 것이다. 2008년 40%이던 노키아의 점유율은 2012년 6%로 떨어졌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모토로라는 2011년 모바일 부문을 아예 구글에 매각했다. 이후 모토로라 브랜드는 중국 레노버로 넘어갔다.
 
이처럼 휴대전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업계의 주도권 다툼도 가열됐다. 2차대전 때부터 미군에 무전기(워키토키)를 납품하던 모토로라는 83년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인 다이나택 8000X를 내놓으며 이 분야를 석권했다. 모토로라 천하는 96년 최초의 폴더폰인 스타택을 내놓을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01년 3G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노키아가 단순하고 튼튼한 3310시리즈(2000년), 세계에서 2억5000만 대가 팔렸다는 1100시리즈(2003년) 등을 내놓으며 모토로라를 넘어선 것이다.
 
4G의 도입은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휴대전화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것이다. 저가 피처폰과 자체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고집했던 노키아는 순식간에 시장에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발빠르게 안드로이드OS를 도입한 삼성전자와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AS)에 따르면 2010년 노키아(33%)-애플(16%)-삼성전자(8%) 순이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불과 2년 뒤에는 삼성전자(30%)-애플(19%)-노키아(5%) 순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에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2위로 올라섰다. 시장점유율도 15.5%로 끌어올려 1위 삼성전자(20.4%)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부문 대표는 지난해 8월 “이르면 내년 4분기에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화웨이의 밑천은 통신 분야 전반에 걸친 기술력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31%의 점유율을 기록해 에릭슨(27%)과 노키아(23%)를 제치고 1위다. 유무선 전송망,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화웨이의 장비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5G 분야에서는 2008년부터 60조원을 투자해 기지국 장비와 통신 알고리즘 등을 개발했다. 세계지적재산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5G 관련 특허 출원 개수는 화웨이가 1529개로 노키아(1397개)나 삼성전자(1296개)보다 많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는 경쟁업체보다 30% 정도 저렴하고, 기술적으로는 3~6개월 앞서있지만 미·중 갈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며 “삼성전자가 목표대로 2020년 5G 장비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중장기적으로 휴대전화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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