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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위주 벗어나 동양철학 바로 보기

중앙선데이 2019.05.18 00:21 636호 21면 지면보기
양명학자 채인후의 중국철학사

양명학자 채인후의 중국철학사

양명학자 채인후의
중국철학사
채인후 지음
정인재 옮김
동방의 빛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대학의 철학과에서는 동양에 철학이 있었나, 없었나 하는 문제가 주요 논쟁거리였다. 유불도로 흔히 얘기하는 공자, 부처, 노자의 철학이 철학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철학’이란 용어 자체가 영어 ‘필로소피(philosophy)’를 19세기 말에 번역한 것이었다.
 
신(God)과 이성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서양 철학 기준에 유불도를 끼워 맞추려다 보니 생겨난 웃지 못할 사태였다. 서양식 근대화를 유일한 발전 모델로 간주했던 20세기의 한 단면이다.
 
20세기 초 신문화운동을 주도한 호적(胡適)의 『중국철학사 대강』과 북경대 교수를 지낸 풍우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는 서양식 철학 체계를 모방해 중국철학사를 서술한 대표적 책이었다.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에는 마르크시즘을 대입한 중국철학사가 유행했다.
 
이번에 출간된 『양명학자 채인후의 중국철학사』는 이러한 20세기 서양중심주의를 반성하면서 시작된다. 동양철학의 본질과 역사적 흐름에 대한 본격적인 해명의 출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중국철학사를 강의하거나 저서를 내는 것은 ‘어짊을 행하는(爲仁)’ 일”이라고 했다. 동양철학의 진수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저자는 대만을 대표하는 양명학자이고 번역자 정인재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대표적 양명학자다. 정 명예교수는 30대 초반이던 1977년에 풍우란의 『간명한 중국철학사』를 번역하기도 했다. 풍우란은 주자학을 중시한다. 40여년 만에 양명학 시각으로 재구성한 중국철학사를 번역한 점도 흥미롭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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