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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주항쟁 39주년, 이젠 서로 껴안을 때

중앙선데이 2019.05.18 00:20 636호 30면 지면보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39주년을 맞았지만 통합과 갈등 치유의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기념식 참석 문제로 광주에선 연일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정치·사회적 논란은 확산 일로다. ‘망언 의원’ 감싸기로 일관한 한국당은 5·18 정신을 기리고 희생 영령을 추모하는 기념식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는 게 반대쪽 주장이다. 심지어 황 대표가 현지의 부정적 분위기에 편승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나돈다. 황 대표는 이미 지난 3일 광주에서 물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물론 황 대표가 5·18에 대한 당의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기념식 참석만 고집하는 걸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당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거나, 5·18 유공자를 비난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먼저 확실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필요했다. 하지만 절차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훼방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제1야당 대표가 법정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도 오지 말라고 할 권한은 없다.
 
더구나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려는 황 대표에게 ‘사이코패스’ 운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막말이다. 정당 대표가 다른 정당 대표에게 해서는 안 되는 유치하고 저급한 표현이고, 기본적 예의에 어긋난 도발이다. 민주당에선 ‘학술 용어이고, 언론에서도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고 거드는 의원까지 나왔다. 한심하고 딱한 일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5·18 망언을 솜방망이 처벌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쑥스러울 정도다.
 
5·18은 불의와 독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노력한 숭고한 시민운동이다. 4·19 혁명과 함께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라고 현실과 역사의 법정에서 심판이 이미 끝났다. 그런데도 40년이 다 되도록 논란은 거듭되고,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한국당과 황 대표는 5·18의 아픔을 방치하고 상처를 덧낸 행동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5·18은 폭동’이라고 주장한 의원 제명을 지난 2월 의결했지만 이를 확정하기 위한 의원 총회를 열지 않고 있다. 국회 윤리위 차원의 징계가 추진되고 있지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구성 문제에 막혀 제자리를 맴돈다. 한국당이 그냥 어정쩡하게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겠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건 비겁한 일이다. 더구나 전통적인 강경 지지층의 반발을 우려해 모호하게 끌고 가는 것이라면 황 대표의 통합 정신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견제하는 건강한 야당이야말로 민주주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그러자면 한국당은 5·18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40주년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더 큰 민주주의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진정성을 보일 기회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 과거의 상흔을 뒤로하고 화합으로 갈 수 있다. 징계가 ‘징계쇼’가 아니란 걸 보여주는 건 아주 작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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