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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 예고하는 실신, 20대가 40대보다 더 위험하다

중앙선데이 2019.05.18 00:02 636호 27면 지면보기
라이프 클리닉
성인 두 명이 있다. 둘 다 저녁 식사 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는 식사 후 집에 앉아 TV를 보던 중이었고, B는 회식 중 소주 석 잔을 마신 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중이었다. A는 25세의 건장한 청년, B는 46세 남성이다. 모두 30초~1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병원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A와 B 중 누가 건강상 더 위험할까. 답은 의외로 건장해 보이는 A다. A가 다시 실신하면 돌연사 가능성이 크다. 반면 B는 가벼운 음주 후 소변을 보다가 발생한 실신으로, 회복된 상태에서 검사해도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신 환자 5~10%는 심장 때문
하루 80명꼴 병원 밖서 돌연사
부정맥으로 의식 잃으면 위험

평소엔 정상 맥박, 진단 어려워
매일 두근거리고 어지러울 땐
24시간 동안 심전도 검사받아야

 
혼잡한 지하철, 화장실서 자주 발생
 
실신은 뇌 혈류가 감소해 발생한다. 근데 실신은 보이는 것과 달리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오히려 쓰러지면서 2차로 발생할 수 있는 외상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심각하고 위험한 실신은 따로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신 환자의 5~10%는 심장이 원인인데, 느린 맥박에 의한 실신은 돌연사의 위험은 크지 않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부정맥에 의한 실신이 돌연사를 예고하는 위험한 것이다. 앞선 사례에서 실제로 A는 실신 후에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됐지만, 돌연사의 가족력이 있었다. 특히 편안한 상태에서 젊은 남성에게 발생한 실신은 재발 시 돌연사의 가능성이 큰 만큼 반드시 부정맥 전문의에게 정밀한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돌연사 가족력, 젊은 남성, 편안한 자세 등은 부정맥 환자의 실신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요소다.
 
국내에서는 연간 3만 명, 즉 하루에 80명 정도가 병원 밖에서 갑자기 사망한다.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실신은 돌연사의 유일한 예고일 수 있다. 따라서 실신을 경험했을 땐 돌연사의 위험이 없는지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실신의 원인을 파악할 때 가장 정확한 것은 실신이 있던 당시의 심장 맥박이다. 당연하게도 실신 당시의 심장 맥박을 기록하긴 어렵다. 따라서 실신 발생 상황과 자세한 병력 청취를 통해 원인을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관상동맥질환이나 심부전 등이 있는 환자라면 실신의 원인이 심장일 가능성이 더 크다.
 
위험하지 않은 실신은 보통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혼잡스러운 지하철과 화장실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실신하기 전에 복통이나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오래 서 있거나 일어서려고 할 때도 발생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주 겪는다면 위험 가능성은 오히려 작다. 위험한 실신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계속 살아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을까. 이런 실신은 젊은 여성에게 흔하다.
 
반대로 심장이 원인이 되는 위험한 실신은 아예 고령이거나 젊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고령이면 기존 심장 질환과의 관련성이 크다. 고혈압약 복용에 의한 저혈압, 느린 맥박에 의한 어지럼증이나 실신도 적지 않다. 특히 고령자는 혈압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너무 깐깐한 혈압 조절이 오히려 저혈압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심실빈맥·심실세동 없으면 위험 작아
 
위험한 실신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유전성 부정맥이다. 유전성 부정맥을 진단받은 환자의 90% 이상은 젊은 남성이다. 주로 밤에 자다가 많이 발생해 응급 처치가 늦어지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돌연사한 가족이 있다면 특히 주의하고, 본인이 실신을 경험했다면 반드시 부정맥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돌연사의 대표적인 원인이 심근경색증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원인은 심근경색증에 의한 2차적인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이다. 각각 심실에서 발생하는 빠른 맥, 심실의 각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근경색증이 발생해도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이 생기지 않으면 돌연사 위험은 작다.
 
이렇게 발생하는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에 대한 응급 처치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심장충격기(제세동기)’다. 심장충격기는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에 대한 응급 처치일 뿐, 심근경색증의 치료는 되지 않는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에 대한 응급처치만 잘해도 돌연사의 상당 부분은 예방할 수 있다.
 
부정맥의 상당수는 발작성이다. 평소에는 정상 맥박이어서 정기적인 검사로는 진단이 어렵다. 증상이 없다가 한 번씩 맥박이 느리거나 빠르게 뛰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에서도 발견되기 어렵다. 맥박이 비정상일 때 심전도 촬영을 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므로 두근거림·어지러움 같은 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의심되는 상황이 매일 발생하면 24시간 심전도를 기록하는 검사를 받는다. 증상이 나오지 않으면 검사를 반복하거나 1주일까지 기록하기도 한다. 장기간 관찰이 필요하면 이벤트 기록기나 휴대용 심전도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의 부정맥 질환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다. 대한부정맥학회 조사 결과 두근거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은 응답자는 15%에 그쳤다. 대표적인 부정맥인 심실세동을 모르는 응답자도 90%에 달했다. 돌연사의 원인인 부정맥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김성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성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성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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