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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시동거는 정부…개성공단 기업인 방북·800만달러 공여 전격 발표

중앙일보 2019.05.17 18:55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대북 식량지원 관련 각계각층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김태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대북 식량지원 관련 각계각층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김태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이 받아들여진 건 3년 여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국제기구의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 공여 추진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이같이 결정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3년 만에 기업인 방북 승인
유니세프 등에 800만 달러 남북협력기금 집행 추진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이 신청한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하기로 했다”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아울러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등 대북 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 공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교착 국면이 세 달 가까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전격적으로 개성공단과 인도적 대북 지원을 고리로 남북관계 복원 시동을 걸었다.
이 대변인은 기업인 방북에 대해 “개성공단 기업인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 요청이 9차례나 계속됐고, 그동안 공단 폐쇄 후 3년 지난 상황을 고려해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에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한 데 대해선 “2017년 9월 공여를 의결해 놓고 북한 도발 등 여러 사정상 집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북한 아동, 임산부에 대한 인도적 지원 시급성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당국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개성공단 앞에 모인 사람들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인 15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19.4.15   andphoto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개성공단 앞에 모인 사람들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인 15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19.4.15 andphoto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날 정부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과 800만 달러 공여 추진은 전날 청와대가 다음달 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특히 북한이 대화 판을 접은 상황에서 정부가 북측을 향해 먼저 손짓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 양쪽에서 정부의 중재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 셈이다. 특히 기업인 방북 승인은 미국과의 제재 공조 차원에서 지난 2년 간 연속으로 5차례나 유보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지난해 3차례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가 진전됐지만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이 북한에 자칫 ‘대북 제재 완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미국 측의 우려를 감안해서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비핵화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서 남북관계까지 경색되는 데 정부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밝힌 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정부와 별개로 교류가 있었던 남북 간 민간단체 접촉도 뚝 끊겼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북 제재와 무관한 부분에선 정부가 독자성을 갖자는 기류가 조금씩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미국 측에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이 자산점검 차원이지, 공단 재개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이달 초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미국 측도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진 제9차 방북신청 및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이날 개성에 두고 나온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에 9번째 방북 신청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우리의 방북을 불허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 포기"라며 공장설비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을 자주적으로 즉각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4.30/뉴스1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진 제9차 방북신청 및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이날 개성에 두고 나온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에 9번째 방북 신청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우리의 방북을 불허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 포기"라며 공장설비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을 자주적으로 즉각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4.30/뉴스1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는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더 큰 물꼬를 트기 위해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을 유보한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기업인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승인을 더 미루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대북 정책이 향후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가져가려는 전환점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도 북한의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국내외 부정적 여론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기업인 방북이 개성공단 재개와 무관한 점,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의 경우 의견 수렴을 진행해 결정할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개성공단 기업인 200여 명으로 구성된 개성공단기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번에 방북 신청을 낸 기업인 193명에 대해서만 방북을 승인했다. 이들의 조속한 방북을 위해 정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접촉 등을 통해 북측에 이들의 방북 수용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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