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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한국서 골뱅이는 최음제라더니…기사 고친 속사정은?

중앙일보 2019.05.17 08:35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21. aphrodisiac은 최음제도 정력제도 아니다 
한국인의 대표 술 안주인 골뱅이 무침. [중앙포토]

한국인의 대표 술 안주인 골뱅이 무침. [중앙포토]

 
몇 달 된 얘기지만 영국인들은 골뱅이를 최음제라고 생각한다는 보도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영국 BBC가 한국인들은 골뱅이를 최음제로 먹는다는 영국 웨일스 지역 한 어부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는데, 그 내용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벌어진 혼란이었다.  
동네 호프집에서 골뱅이무침깨나 먹어본 대한민국 성인남녀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골뱅이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기능이 있었던 건가?  
 
'한국에서 골뱅이는 최음제'라는 내용의 BBC 기사를 본 국내 언론들이 쓴 관련 기사들. [각 사 웹사이트 캡처]

'한국에서 골뱅이는 최음제'라는 내용의 BBC 기사를 본 국내 언론들이 쓴 관련 기사들. [각 사 웹사이트 캡처]

 
기사 제목과 내용 수정한 BBC 
결국 이 소동을 알게 된 BBC 한국 지사에서 영국에 연락을 했고, 영국 BBC가 사실 확인 후 기사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다.  
원래 기사의 제목은 ‘ Whelks caught in Wales are South Korea aphrodisiac’ 즉 우리말로 바꾸면 ‘웨일스에서 잡히는 골뱅이는 한국의 최음제’였다.
수정 후 제목은  ‘Why are whelks caught in Wales popular in South Korea?' 즉, '왜 웨일스에서 잡히는 골뱅이가 한국에서 인기인가'로 바뀌었다.
원래 기사에 있던 “한국의 미혼 남성은 웨일스 골뱅이 요리가 없이는 데이트를 완성할 수 없다”(But for the eligible South Korean bachelor no date is complete without a bowl of Welsh whelks)는 내용도 삭제됐다.  
 
BBC는 골뱅이가 한국에서 aphrodisiac이라고 썼던 원래 제목을 '왜 한국에서 웨일즈 골뱅이가 인기일까'로 수정했다. [BBC 웹사이트 캡처]

BBC는 골뱅이가 한국에서 aphrodisiac이라고 썼던 원래 제목을 '왜 한국에서 웨일즈 골뱅이가 인기일까'로 수정했다. [BBC 웹사이트 캡처]

 
aphrodisiac은 최음제와 다른 의미   
BBC가 기사 제목과 내용을 수정한 건 골뱅이는 최음제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aphrodisiac이라는 단어의 뜻이 한국에 다르게 알려져 있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다.  
 
국내 어학사전에서는 aphrodisiac을 최음제, 정력제로 번역한다. 하지만 실제 aphrodisiac의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네이버 어학사전 화면 캡처]

국내 어학사전에서는 aphrodisiac을 최음제, 정력제로 번역한다. 하지만 실제 aphrodisiac의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네이버 어학사전 화면 캡처]

 
애프로디지액으로 발음하는 aphrodisiac을 국내 어학 사전에서 검색하면 ‘최음제, 정력제’라고 나온다. 하지만 실제 애프로디지액(aphrodisiac)은 최음제나 정력제와는 거리가 있다.   
한국어 최음제는 성범죄를 유발시키는 약물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영어 단어 aphrodisiac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검은 의도'로 사용되는 약물이 아닌 로맨틱한 분위기를 돋우는 식품, 혹은 성적인 욕망(sexual desire)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을 가리킨다. 대체로 인공적으로 만들어 진 게 아니라 자연에서 나온 식품이다.

 
대표적인 aphrodisiac은 초콜릿과 굴, 그리고 아스파라거스다. 구글에서 aphrodisiac을 검색하면 그 외에도 사과, 토마토, 인삼, 굴, 초콜릿,샴페인 등 수없이 많은 음식들이 나온다.  
 
굴과 초콜릿은 서양인들이 꼽는 대표적인 aphrodisiac이다. [freepik]

굴과 초콜릿은 서양인들이 꼽는 대표적인 aphrodisiac이다. [freepik]

 
굴이 aphrodisiac이 된 건 유럽의 전설적인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즐겨 먹었다고 해서다. 초콜릿은 사랑 고백의 대명사 같은 식품이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비즈니스 에디터 Jim Bulley는 “서양에서 aphrodisiac은 농담처럼 쓰는 말”이라며 “한국의 최음제처럼 심각한 의미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어 최음제와 비슷한 심각한 의미의 영어 단어는 date rape drug정도다. 
 
서양엔 남성 위한 정력제 개념 없어  
aphrodisiac을 정력제로 번역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한국에서 정력제는 대체로 남성의 정력(men’s virility)에 좋다는 음식을 말한다.
흔히 장어(eel)나 웅담(gall bladder of a bear)를 정력제로 꼽는다.  
 
하지만 서양에는 남성의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는 개념이 없다. 여성에 좋은 음식도 따로 없다.  
남녀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 있을 뿐 음식에서 남녀를 구분하지는 않는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비즈니스 에디터 Jim Bulley,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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