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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원 동료 살해 후 수억원 빼앗은 50대…"영원히 격리" 왜

중앙일보 2019.05.17 05:00
15년간 알고 지낸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쓰레기봉지에 넣어 소각장에 유기한 혐의(강도살인)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A씨(50). [뉴스1]

15년간 알고 지낸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쓰레기봉지에 넣어 소각장에 유기한 혐의(강도살인)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A씨(50). [뉴스1]

15년간 알고 지낸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한 후 수억 원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구속기소 된 A씨(50)가 교도소에서 남은 생을 마치게 됐다. 대법원 제3부는 17일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7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B씨(사망 당시 58세)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장에 버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시신을 대형 비닐봉지 15장으로 겹겹이 동여매 일반 쓰레기로 위장한 뒤 쓰레기 차량에 실어 소각장에서 불태웠다. 지난해 3월 경찰에 붙잡히면서 A씨의 범행은 1년 만에 들통났다.    
 
A씨는 "B씨가 내 가발을 잡아당겨 홧김에 목을 졸랐다"며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돈을 노린 계획범죄'라고 판단했다. 1·2심 법원도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뭘까. 범행 당시 A씨는 B씨가 빌려준 돈을 포함해 총 5억8000만원의 빚을 져 이미 재정 파탄 상태였다. B씨에게는 1억5000만원을 빌렸다. 살해 후 B씨 카드와 통장을 이용해 1억6000만원을 가로채 생활비와 유흥비로 탕진했다. 이 돈은 B씨가 미화원으로 일하며 힘들게 모은 재산이었다.      
 
A씨는 검찰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후 무서웠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범행 이후 밝혀진 A씨 행적은 '우발적 범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한 뒤 수억원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A씨(50). [뉴스1]

환경미화원 동료를 살해한 뒤 수억원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A씨(50). [뉴스1]

A씨는 범행 당일 오후 11시 46분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를 사 먹었다. B씨를 살해한 지 5시간도 안 된 시점이었다. 시신을 쓰레기집하장에 버린 이튿날(4월 5일)에는 현금서비스로 300만원을 찾고, 44만 원짜리 새 옷을 샀다. 이날 그는 B씨 목소리를 흉내 내 소속 구청에 병가를 신청했다. 시신을 소각한지 사흘째 되는 날에는 금목걸이 등 귀금속 684만 원어치를 사고, 족발을 사 먹었다. 나흘째 밤에는 한 여성과 호텔에 투숙했는데 모두 숨진 B씨 카드를 썼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B씨)와 금전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은 적이 없고, 피해자를 살해할 당시 피해자 소유의 신용카드와 통장을 강취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박정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외려 "피고인은 피해자의 빚 독촉에 갈등이 심해졌고, 피해자가 빌려준 돈을 갚지 않고, 신용카드 등을 빼앗기 위해 살해했다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했다.
 
A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1년간 B씨 행세를 하며 유족과 직장 동료, 금융기관을 감쪽같이 속였다. A씨는 B씨 자녀에게 '아빠는 잘 지낸다'는 문자를 보내고, 정기적으로 생활비도 입금했다. B씨가 허리디스크에 걸린 것처럼 진단서를 조작해 휴직 처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 아버지가 2017년 12월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추악한 연극'은 막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피해자를 살해한 직후 보인 피고인의 냉정하고 주도면밀한 모습에서 우발적으로 살인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불안해하거나 당황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과 같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황진구)는 지난 1월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 피해자를 자신의 채무 지급을 면할 목적으로 살해했고, 그 방법도 엽기적이고 잔인하다.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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