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석닭강정 위생불량 그후 열달···'만석반도체' 불리는 이유

중앙일보 2019.05.17 05:00
지난 15일 찾은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시장1호점) 매장 전면 모습. 남궁민 기자

지난 15일 찾은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시장1호점) 매장 전면 모습. 남궁민 기자

전통시장에서 익숙하게 봤던 상점들을 지나자 흰 불빛이 나오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의 전면은 모두 유리로 돼 있다.

 
안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눈만 내놓은 직원이 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15일 찾은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시장1호점)의 모습이다.
 
지난해 7월 기름때 낀 조리시설과 음식물이 굴러다니는 만석닭강정 주방의 모습이 알려졌다. 믿었던 만석닭강정의 '배신'에 소비자들은 들끓었다.
 
평일 낮에도 수십 미터씩 늘어서던 줄이 사라졌다. 매출은 반 토막 났다. 사과문을 게시하고 리모델링에 들어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위생 불량'에서 '만석반도체'로 입소문…무슨 일?
지난 15일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시장1호점). 직원이 검수실에서 닭강정 상자를 들여다 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15일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시장1호점). 직원이 검수실에서 닭강정 상자를 들여다 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이후 약 열 달, SNS에서 '위생 불량'으로 손가락질 받던 만석닭강정의 인증샷이 이어졌다. '만석반도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동안 만석닭강정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날 찾은 매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바깥에서도 매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오픈키친'이다. 만석닭강정의 매장은 '조리-검수(檢收)-포장' 3단계로 나뉘어있다.
 
주방과 검수실은 전면이 유리로 돼 있거나 활짝 열려있다. 고객들이 주문을 기다리는 매대 앞에 서자 닭고기에 튀김옷을 묻혀 기름에 넣는 모습부터 조리된 닭강정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모습까지 한눈에 보인다. 
 
유리 너머로는 흰옷과 위생모·장갑·마스크로 무장한 직원들이 보였다. 눈만 내놓은 채 박스를 열어 닭강정을 검수하는 이들의 모습은 반도체 라인의 노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검수실엔 별도의 공간에서 먼지를 털고서 몸에 붙은 이물질을 떼어낸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성용 만석닭강정 부장은 "해결책을 떠올리면서 잡은 콘셉트가 '무균실'이었다"면서 "모든 점포를 이렇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2018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위생 점검에서 드러난 만석닭강정 주방 모습. 선반과 후드에 기름때와 먼지가 쌓여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2018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위생 점검에서 드러난 만석닭강정 주방 모습. 선반과 후드에 기름때와 먼지가 쌓여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지난 15일 찾은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엑스포점) 주방 모습. 남궁민 기자

지난 15일 찾은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엑스포점) 주방 모습. 남궁민 기자

한 편으로 '보여주기식' 마케팅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주방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점검에서 기름때가 묻어있던 환풍구를 들여다봤다. 누런 기름때가 보이지 않고 환풍구의 회색빛이 그대로 드러났다. 검수실에서 매대로 이어지는 컨베이어 벨트에는 금속검출기가 설치돼 있었다.
 
곽승연 만석닭강정 대표는 "솔직히 말해 예전에는 만들면 무조건 팔렸다. 빨리 만들어서 파느라 바빴다"면서 "그때도 열심히 청소한다고 했지만, 점점 바쁘다는 핑계로 부족한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 이제는 좀 덜 팔더라도 그 대신 잘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친 외양간'에 소가 돌아올까 
지난 15일 찾은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시장1호점). 닭강정을 사려는 고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15일 찾은 강원 속초시 만석닭강정(시장1호점). 닭강정을 사려는 고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남궁민 기자

변신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손님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만석닭강정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위생 불량이 보도된 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던 매출은 올해 초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남양주에서 왔다는 고객 이정선(46)씨는 "작년에 본 뉴스가 기억나 불안한 마음으로 왔는데, 와서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아직 불안감이 남아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장모씨(57)는 "외관을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친척이 사다 달라고 해서 샀지만 아직도 뉴스가 생각나 불안한 건 여전하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일이 터지고 많이 손봤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큰 수업료를 치르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