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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고다이라 아름다운 포옹도 굿바이

중앙일보 2019.05.16 15:07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의 라이벌인 이상화(30)와 고다이라 나오(33·일본)가 전 세계에 선사한 아름다운 올림픽 정신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가 레이스를 마친 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가 레이스를 마친 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화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선언했다. 평소 무릎 통증이 심했던 그는 "힘든 재활 및 약물 치료만으로 제 자신과 싸움을 계속 했지만, 제 몸은 원하는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다. 그래서 저는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화가 빙판을 떠나게 되면서 가장 놀란 사람은 고다이라였다. 이상화는 "지난주 금요일에 은퇴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 기사를 본 (고다이라) 나오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깜짝 놀라서 농담 아니냐고 했다. 상황을 보자고 일단락시켰지만 오늘 기자회견을 보고 제대로 알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다툴 경쟁자로 꼽혔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속 금메달을 딴 '빙속 여제'였다. 고다이라는 대기만성형으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를 타면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 치열한 승부에서 이상화는 은메달을 땄고, 고다이라는 금메달을 땄다. 3연속 금메달에 도전했던 이상화의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 됐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서로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상화는 3연속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압박감에 벗어난 안도의 눈물을, 고다이라는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마치 한 팀에서 나란히 금, 은메달을 딴 것처럼 서로를 토닥여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모습을 두고 “트랙의 드라마라기보단 올림픽 정신의 전형이었다”며 “두 선수는 강릉 오벌 경기장에서 단결과 따뜻함, 서로에 대한 존경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쟁 속에서 피어난 우정은 한국,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19일 도쿄 신주쿠(新宿)의 한국문화원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토크쇼 '평창에서 도쿄까지' 후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 선수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小平奈緖) 선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중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도쿄 신주쿠(新宿)의 한국문화원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토크쇼 '평창에서 도쿄까지' 후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 선수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小平奈緖) 선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중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상화는 "나오에게 2022년 베이징올림픽까지 할 거냐고 물었는데 '네가 한다면 나도 할 거야'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상화는 은퇴하면서 3년 후 올림픽에는 선수로 참가하지 못한다. 고다이라가 베이징올림픽까지 선수로 활동한다고 해도 평창올림픽에서 보여줬던 감동의 장면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상화는 "나오와는 중학교 때 한일 친선경기를 치르면서 알게 된 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아직 나오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하던대로만 했으면 좋겠다"면서 "조만간 일본 나가노에 가서 나오를 만날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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