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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이해찬 보여도 그는 없었다···홍남기 '아싸' 논란

중앙일보 2019.05.16 14:5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 논란에 휩싸였다. 홍 부총리가 청와대와 여당의 목소리에 덮여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부총리는 최근 파업을 코앞에 뒀던 버스 노조와 회동을 통해 중재에 나섰고, 정부의 뜻을 모은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버스 요금 인상과 세금 투입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해결의 실타래가 풀린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한 당정 긴급 회동에서다. 
 
기획재정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버스 총파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한참 전에 예고된 사태였는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보이지 않았다”며 “과거와 달리 정책의 주도권이 여당과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 등으로 넘어간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수현 정책실장(왼쪽)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수현 정책실장(왼쪽)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부총리는 외풍(外風)에 흔들리는 모습도 자주 연출했다. 현재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의 “미세 먼지 추경 검토” 지시가 떨어지자 추경 편성에 들어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안도 비슷하다. 당초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ㆍ감면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정치권에서 소득공제를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기재부는 당·정·청 협의를 거쳐 3년 연장을 결정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에도 정치권 요구에 입장을 바꿨다. 당정이 LPG(액화석유가스) 차량 판매를 일반인에게 허용키로 하는 과정에서 홍 부총리에게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홍남기 패싱’이란 말이 돌기도 했다.
 
여기에 홍 부총리가 혁신성장을 위해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4대 플랫폼 사업’(수소경제, 빅데이터, 인공지능, 5G 이동통신)은 청와대의 ‘3대 중점 육성 산업’(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자동차)에 묻히는 분위기다. 그가 취임 초부터 강조한 승차 공유 규제 개선 등은 어느 순간 쏙 들어갔다.  
 
청와대는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2기 경제팀으로 출범할 때 홍 부총리가 경제 '콘트롤 타워'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청와대ㆍ여권에서 결정하면 이를 뒤처리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리더십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런 일각의 지적이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당·정·청 회의 등을 통해 기재부의 입장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으며, 홍 부총리는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지역주민 숙원사업들에 규제의 빗장을 열어줬고, 산업현장을 찾아 애로사항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소통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책의 무게추를 경제활력과 혁신성장 쪽으로 옮긴 것도 성과라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경제현안을 조정하고 인식을 공유하며 부처들의 협조를 끌어낸 것은 분명하다”며 “홍 부총리가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기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성과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이헌재 전 부총리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요구하기에는 시대와 경제적 여건이 달라졌다”라고 덧붙였다.
 
따지고 보면 이런 ‘아싸’ 논란의 책임이 홍 부총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현 정부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에서 정책 결정을 틀어쥐려는 성향이 강하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관료가 말을 덜 듣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한 달 없는 사이 자기들(국토부 공무원)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말한 것은 관료ㆍ공무원에 대한 편향된 관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이 대거 포진해 있고,  558개까지 불어난 각종 위원회의 입김이 커진 것도 홍 부총리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불리한 경제지표에는 말을 아끼고, 유리한 경제지표만 골라내 부각하는 청와대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달 실업률이 4.4%로 2000년 4월 이후, 청년실업률은 11.5%로 1999년 6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최근 3개월 연속 연간 (고용) 목표인 15만 명을 상회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게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KBS와의 대담에서 “당초 계획상 15만명으로 목표치를 잡았는데 이를 20만명 정도로 상향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임 김동연 전 부총리는 청와대 참모진과의 갈등이 심했지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었다”며 “반대로 홍 부총리는 ‘불협화음’은 없지만, ‘예스맨’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무리한 선심성 정책이나 잘못된 판단ㆍ해석에 대해서는 직언을 하고 쓴소리를 해주는 것이 경제 부총리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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