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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폭행 피해자도 "낙태 금지"…할리우드 여배우들 들고 일어났다

중앙일보 2019.05.16 13:00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에서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앨라배마주 상원에서 14일(현지시간) 통과된 낙태금지법안은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낙태를 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게 된 경우나 근친상간으로 아이를 갖게 된 경우에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 또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고 99년형에 처하도록 했다.
케이 아이비 미 앨라바마 주지사가 15일(현지시간)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케이 아이비 미 앨라바마 주지사가 15일(현지시간)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케이 아이비 미 앨라배마 주지사는 15일(현지시간) 이 법안에 서명하며 "모든 생명은 신이 주신 신성한 선물이라는 앨라배마주의 오랜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 앨라배마에서 나왔다"면서 "이 법안은 사실상 앨라배마주에서 낙태를 금지하고 여성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소속의 바비 싱글턴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법안 통과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성폭행 가해자보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가 더 중한 형을 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 [EPA=연합뉴스]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 [EPA=연합뉴스]


할리우드 스타들도 논쟁에 가세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는 잔혹한 일”이라며 “이 법안으로 고통받을 모든 여성과 소녀를 위해 기도한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미국의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가 자신의 낙태 경험을 털어놓으며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낙태 금지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인스타그램]

미국의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가 자신의 낙태 경험을 털어놓으며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낙태 금지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인스타그램]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는 “어떤 여성도 낙태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며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공유했다. 요보비치는 2년 전 임신 4개월 상태로 영화 촬영을 하던 중 조기진통으로 중절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내 경험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침묵하고 있을 순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또 다른 공화당 우세 지역인 조지아주에서도 낙태권을 현저히 제한하는 법이 통과됐다. 13일(현지시간)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약 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6주 이전에는 임신 여부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한 것이다.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 [AP=연합뉴스]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 [AP=연합뉴스]

이는 미국 영화계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자신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인세티어블’의 조지아 내 촬영을 막겠다고 공언했고 다수의 독립 영화사는 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해당 주에서 이뤄지는 영화 제작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작가들을 대표하는 미국작가조합도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조지아주는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보다 저렴한 생활비와 세금 혜택 등으로 최근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아왔는데, 배우들과 작가들의 거부로 영화 촬영이 중단될 경우 지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와 앨라배마의 초강력 낙태금지법은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로 대 웨이드는 1973년 미연방대법원이 최초로 여성의 임신 중절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이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모든 주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로 대 웨이드는 여성들의 ‘낙태권’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 일컬어진다.
 
낙태 금지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바로 이 ‘로 대 웨이드’에서 나온다. 일례로 아칸소 주는 2017년 2월 낙태를 하기 위해 태아의 생부와 합의를 거쳐야 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미국자유인권협회는 이 법이 ‘로 대 웨이드’에 배치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집행 금지를 신청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낙태금지법안을 지지하는 쪽에서도 이 법안에 대한 소송이 들어와 연방대법원에 올라간 뒤 ‘로 대 웨이드’ 판결 뒤흔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러한 기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의 지형이 보수 우위로 바뀐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잇달아 지명되며, 보수성향인 연방대법관이 9명 중 과반인 5명을 점하게 됐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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