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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왜 한국인을 괘씸히 여기나" 전 주한일본대사의 일침

중앙일보 2019.05.16 11:34
 "일본인의 반한(反韓)은 ‘반 한국’이라기 보다는 '한국인이 괘씸하다'쪽에 가깝다. (반대로)한국의 반일(反日)은 꼭 ‘반 일본인’인 건 아니다. 일본과 일본인을 나눠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도 한국인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내 반일은 반 일본인데,일본은 한국인 겨냥"
"정치 갈등에도 교류 이어지는 성숙한 관계돼야"
"북한 문제,한국내 시민운동도 관계악화에 영향"
"한국은 대북관계개선 위해 日보다 중국 중시"
"징용,한국 주장 못 받아들이지만 이해는 필요"
한국과 프랑스 대사 지내, 한국 문화에 큰 애착

'한국을 사랑하는 외교관'으로 통하는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80)전 주한일본대사가 16일자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구라 가즈오 전 주한일본대사.[일본재단패럴림픽서포트재단 홈페이지]

오구라 가즈오 전 주한일본대사.[일본재단패럴림픽서포트재단 홈페이지]

 
그는 양국 관계 악화와 관련해 "한국측의 요인과 일본측의 요인 등이 있다"며 일본측 요인으로 한국인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국민들이 서로 이해를 높여야 '국가간 정치적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국민들간 교류가 지속되는' 성숙한 관계 수립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양국간 최대 현안인 징용문제와 관련해서도 "국제법상의 적합성과 국가전략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서는 안되지만, 적어도 (한국의 입장을)이해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맹렬했다.","전두환 정권때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이던 내게 전대통령의 측근이 ‘65년 합의는 잘못됐다’며 수정을 요구해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일본의 식민지지배(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사라질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일본인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징용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안한 것은 ‘국제법 테두리내에서의 해결’이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포함해 일본이 마지막까지 (국제법적인 해결을 위해)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구라 전 대사가 양국 관계 악화를 부른 한국측 요인으로 꼽은 건 ^북한문제에 대한 한·일양국의 시각차^반일색채가 강한 시민운동 풍토였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그는 "문재인 정권의 최대 목적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며 "일본도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긴 하지만, 최대 목표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1997년 주한일본대사 부임 직후의 오구라 가즈오 전 대사 [중앙포토]

1997년 주한일본대사 부임 직후의 오구라 가즈오 전 대사 [중앙포토]

이처럼 북한문제를 보는 근본적인 시각차가 있고, 그 결과 한국이 일본보다 중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징용문제나 위안부 문제에 있어 시민사회가 자기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양국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일’이라는 주제가 한국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그런 색채로 흐르기 쉽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엔 “왜 양국은 진정한 의미의 화해를 하지 못하는 걸까”라고 자문한 뒤 “문제는 한국의 내부,일본의 내부에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선 식민지 지배에 협력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일본에선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처럼 식민지 지배에 반대한 사람들이 충분히 평가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1977년~79년 주한일본대사를 지낸 오구라 전 대사는 재임시절 한국의 전통 문화를 직접 몸에 익히는 등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큰 애정을 보여왔다. 
 
지금도 피아니스트 이경미(경남대 교수)를 비롯해 한국 문화계 인사들과의 교분이 두텁다. 
한국대사외에 주프랑스 대사,국제교류기금이사장,도쿄2020올림픽유치위원회평의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고, 지금은 '일본재단패럴림픽서포트센터'이사장을 맡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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