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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why] “요금 인상 없다”…버스로 반등 노리는 박원순

중앙일보 2019.05.16 11:26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5일 파업을 1시간 30분 앞두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 노사 양측과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5일 파업을 1시간 30분 앞두고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 노사 양측과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의 버스는 행정가 박원순에게도, 정치인 박원순에게도 좋은 소재인 것 같다.
 
파업 직전까지 치달았던 서울시 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5일 오전 4시로 예정된 파업을 1시간 30분 앞둔 오전 2시 30분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전날 국회에 불려온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간 반대하던 경기도 단독 버스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면, 박 시장은 민감한 문제이던 버스요금 인상 없이 협상을 마쳤다. 한껏 기세를 올린 박 시장은 “당분간 버스 요금 인상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 시장이 고무된 이유 Ι - “경기만 올려라” 관철
 
 이재명 경기지사는 1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의 면담 끝에 경기 버스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을 수용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는 1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의 면담 끝에 경기 버스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도입을 수용했다. [뉴스1]

 
버스 파업 국면에서 박 시장은 “통합 환승제로 묶여 있으니 경기뿐 아니라 서울도 요금을 동반상승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지사와 대립해왔다. 결과는 서울 요금 동결, 경기 요금 인상.
 
박 시장은 협상 타결 4시간여가 지난 15일 오전 7시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그는 “(요금을 인상한다는 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서민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으로, 당분간 버스 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만큼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곳은 없다”고 자랑하던 그는 버스요금 인상을 결정한 경기도를 언급하며 “경기도가 버스 요금을 올린 것은 사실 시민들 주머니 입장에서 보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날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 버스요금 단독 인상을 수용한 이 지사를 노골적으로 ‘긁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시장이 고무된 이유 Ⅱ - 서울시장으로서의 존재감 과시
 
버스가 박 시장의 주요 정책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월 미세먼지 저감 조치를 발령하며 출퇴근 시간 버스와 지하철을 공짜로 운행했다. 이때 시가 사용한 돈은 150억원. 야당뿐 아니라 서울시장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던 박영선ㆍ우상호 의원도 일제히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150억원을 하늘로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시 박 시장 측은 내부적으로 “미세먼지를 정책 화두로 키웠다. 미세먼지 대책에 골몰하는 시장의 이미지를 심어준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버스 합의에 대해서도 비판은 나온다. 요금 인상은 없지만, 버스 기사들의 임금을 3.6% 올리고 정년을 2년 연장하면서 시의 재정이 더 투입된다. 재정이라는 건 서울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러니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 시장 측은 “준공영제가 최선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회비용”이란 입장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번 파업의 배경은 주 52시간 근무제인데, 서울시는 미리 준비해 47.5시간에 맞춰놓고 있었다. 임금을 3.6% 올려준다고는 하나, 시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것 자체가 분명한 성과”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고무된 이유 Ⅲ - 침체기 벗어나는 반등 계기?
 
최근 1년간 차기 주자군으로서의 박 시장은 침체기였다고 할 만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옥탑방에서 여름을 보내는 퍼포먼스 등으로 여권 내 차기 주자 선호도 수위를 다퉜다. 그러나 그해 7월 “여의도와 용산을 통으로 개발한다”는 ‘싱가포르 발언’으로 곤란을 겪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포함한 8ㆍ2대책으로 집값을 잡아가는 마당에 메가톤급 개발 호재를 무턱대고 던져 부동산 시장을 교란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박 시장은 결국 발언 7주 만에 “여의도ㆍ용산 개발을 전면 보류한다”고 물러섰고, 이후부터 스텝이 엉켰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문제를 놓고서도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엇박자를 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박원순 표 경제정책의 대표 상품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로 페이’에 대한 반응도 시원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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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박 시장은 4월 26일 리얼미터가 범여권ㆍ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차기 선호도 조사에서 6.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낙연(28.3%) 총리와 유시민(16.7%)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물론이고, 재판중인 이재명(9.9%) 경기지사나 김경수(6.7%) 경남지사보다도 낮은 수치다. 현역 3선 서울시장 치곤 가히 굴욕적이라고 할 만한 순위다. 지난해 8월 같은 조사에선 박 시장이 15.8%의 지지율로 1위였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이번 버스 파업 사태 해결로 정치인 박원순의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부상하는 것도 박 시장 측은 호재로 보고 있다. 박 시장 스스로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는 “5% 지지도에서도 시장에 세 번이나 당선됐다”고 일축하면서도, 황 대표에 대해선 “출발은 같았으나 이후의 삶은 정반대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경기고를 나와 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까진 두 사람이 같지만, 이후의 삶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다. 향후 본격적으로 박원순 대 황교안 구도가 만들어지면 나쁠 게 없다”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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