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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결기, "지방창생 답 찾는 것은 과제선진국 일본의 책무”

중앙일보 2019.05.16 06:0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2014년 9월 '마을ㆍ사람ㆍ일 창생본부' 사무국 현판식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시바 시게루 당시 지방창생상, 오른쪽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지지통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2014년 9월 '마을ㆍ사람ㆍ일 창생본부' 사무국 현판식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시바 시게루 당시 지방창생상, 오른쪽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지지통신]

“지방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미래를 열어젖히는 것이 아베 내각의 지방창생(創生)입니다. 젊은이가 미래를 맡길 수 있는 농림수산 신시대를 함께 만들어가지 않겠습니까.”
 

⑩아베의 지방소멸 도전
지방 살리기와 관광입국 조직 사령탑 맡아
연두연설서 성공사례 소개하고 실적 보고
지방 일자리 30만개, 외국 관광객 두배 목표
외국인 소비 4조여엔, 전자부품 수출액 넘어
지방 공동화에 압축과 연계로 ‘생활지도’ 재편

지난 1월 28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연두 시정연설에서 내각의 간판 정책인 지방창생에 대한 동참을 호소했다. 성과도 언급했다. 농수산품 수출이 목표치인 1조엔(약 10조8000억원)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입국(정책)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지방창생의 핵이 되는 늠름한 일대 산업이 탄생했다”며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이 4조5000억엔”이라고 강조했다(총리실 홈페이지). 아베는 2014년부터 지방소멸 대책에 팔을 걷어붙인 이래 연두 연설에서 지방창생을 빠뜨린 적이 없다. 새 정책과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실적을 보고해왔다. 올해는 동해와 접한 이시카와(石川)현 기초단체 노토초(能登町)의 외국인 체험형 관광을 치켜세웠다.
 
아베에 지방 살리기는 핵심 어젠다다. 스스로 “지방창생이 내각의 최중요 과제”라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개각에선 “현 내각은 지방 이동(shift)”이라고도 했다. 첫 입각 12명의 정치인 중 7명이 시장ㆍ지방의원 출신이라는 점을 들면서다. 
 
아베가 지방 문제를 전면에 내건 계기는 2014년 5월 지방소멸 보고서 때문이다. 정책제언기관 일본창성회의(좌장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가 2040년까지 기초단체 1799곳 가운데 절반인 896곳이 인구 감소로 소멸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마스다 리포트 쇼크’였다. 마스다는 보육 지원 등 기존 대책에 인구 이동을 접목한 복합 처방을 제언했다. 요지는 이렇다. ①국민의 희망출산율(1.8)을 기본 목표로 삼는다 ②지방 젊은이가 대도시로 빠지는 ‘사람의 흐름’을 바꿔 도쿄 일극 집중을 막는다 ③젊은이에 매력 있는 지역 거점 도시를 구축한다 ④내각에 종합전략본부를 설치한다.
 
일본의 지자체는 '고향 납세' 제도로 활기를 띠는 곳이 적잖다. 누구나 지자체에 기부하면 2000엔을 뺀 전액이 세액 공제되고 해당 지자체의 답례품을 받는다. 사진은 한 민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지자체의 답례품. [화면캡처]

일본의 지자체는 '고향 납세' 제도로 활기를 띠는 곳이 적잖다. 누구나 지자체에 기부하면 2000엔을 뺀 전액이 세액 공제되고 해당 지자체의 답례품을 받는다. 사진은 한 민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지자체의 답례품. [화면캡처]

아베는 유연했다. 관료 출신에 이와테(岩手)현 지사를 지낸 정책통 마스다의 제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움직임은 일사천리였다. 9월에 총리 직속 내각부에 마을ㆍ사람ㆍ일 창생본부를 신설했다. 일자리와 사람을 부르는 선순환 지방을 만들겠다는 기구다. 아베를 본부장으로 전 각료가 참가했다. 아베는 같은 달 개각에서 지방창생 장관을 신설하고,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기용했다. 이시바는 ‘포스트 아베’의 유력 후보 중 한명이다. 이시바는 “지방에서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일본이 바뀔 수 없다”고 역설한다(『일본열도창생론』). 아베는 11월에 지방창생법을 제정했고, 연말엔 지방창생 장기비전과 5개년 종합전략(2015~19년)을 마련했다. “만성질환인 인구감소 문제 대책은 빠를수록 효과가 크다”는 마스다의 제언을 따랐다.
 
종합전략이 적시한 과거 반성은 주목할 만하다. ①중앙부처ㆍ제도 간 칸막이 구조 ②지역 특성 무시한 전국 일률적 방법 ③효과 검증 없는 선심성 예산 ④지역에 침투하지 않는 표면적 정책 ⑤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정책이 그것이다. 자민당 정권이 과거 자신의 적폐와 관료사회의 고질을 국가 문서에 올릴 정도의 결기였다. 그러면서 관료집단이 가장 꺼리는 수치 목표를 들고나왔다.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입했다. 5년간 젊은이 지방 일자리 30만개 창출, 지방에서의 도쿄 전입 6만명 감소, 도쿄 전출 4만명 증가, 출신 지역 대학 진학율 36%, 기업의 지방거점 기능 강화 7500건 증가…. 
 
“지방이야말로 기회가 있다.” 아베는 지방 소멸론에 기회론으로 맞서나갔다. 자기최면을 건 낙관주의적 도전이다. 내년부터 2라운드를 맞는 지방창생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잖다. 마스다 전 총무상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지자체 간 대응에 온도차가 있다"며 "(2라운드에선) 외국인과의 공생을 어떻게 진척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55만명이 찾은 기후현 다카야마시의 거리 . 외국인 친화형 관광지인 이곳은 7일간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10개국 11개 언어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지통신]

지난해 외국인 55만명이 찾은 기후현 다카야마시의 거리 . 외국인 친화형 관광지인 이곳은 7일간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10개국 11개 언어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지통신]

 
아베의 지방창생 전략과 해외 관광객 유치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아베는 “관광은 일본 성장전략의 큰 기둥”“지방창생의 기폭제, 결정적 수단”이라고 되뇐다. 인구 감소의 공백을 외국인으로 메우고 돈을 떨어뜨리게 하겠다는 얘기다. 아베는 관광입국의 사령탑이 됐다.  2015년 ‘내일의 일본을 뒷받침하는 관광비전 구상회의’를 출범시켰다. 창생본부 발족 1년 만이다. 의장은 자신이 맡았고, 각료 6명과 여행사 사장 등 민간 6명이 멤버였다. 
 
이 회의는 이듬해 관광 비전을 내놓았다. 목표는 야심 찼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0년 4000만명→ 2030년 6000만명으로, 소비액을 2020년 8조엔→2030년 15조엔으로 잡았다. 해외 관광객을 2015년 1974만명에서 5년 만에 두 배, 15년 만에 세 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지금 인바운드 관광객은 가파른 상승세다. 2017년 2869만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3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4조5000억엔)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액(4조1000억엔, 2017년 기준)을 웃돈다. 도리즈카 아키라 전 이스미철도 사장은 “외국의 재방문객은 도쿄-교토-오사카의 황금 노선 대신에 시골을 걷기 시작했다. 틈새 관광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요미우리신문 인터뷰).  
2015년 6월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청이 지정한 '광역관광주유루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지통신]

2015년 6월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청이 지정한 '광역관광주유루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지통신]

 
인바운드 증가는 민관 총력전의 산물이다. 아베는 2차 비전 구상회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다’는 방침 아래 관광 선진국의 새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책과 규제완화가 쏟아졌다. 중국과 동남아에 대한 비자 발급 완화, 외국인에 대한 소비세(8%) 면세점 확대, 민박 허용, 크루즈선  항만 우선 사용 등등. 여기에 전국에 킬러 콘텐트의 망을 깔고 있다. 도쿄와 교토의 영빈관을 개방했고, 문화재 중심 관광 거점 정비에도 나섰다. 외국인 체류 관광을 위해 규슈, 시코쿠, 간사이, 도호쿠, 홋카이도 등에 11개의 '광역관광 주유(周遊)루트'를 지정했다. 농산어촌 체류형 관광(農泊) 지역도 내년까지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판 관광지경영조직(DMOㆍDestination Management Organization) 설립도 봇물이다. DMO는 각 지역의 주민ㆍ행정기관,교통ㆍ음식ㆍ숙박 사업자가 더불어 관광 유치 전략을 짜는 법인이다. 올 3월 현재 196개가 등록돼 있다(관광청 홈페이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방창생 전략의 다른 축은 공간 재편이다. 핵심은 압축(compact)과 네트워크다. 지방에 흩어져 있는 공공시설과 의료ㆍ복지, 상업시설을 모으고 연계 교통망을 재구축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텅 비어가는 지방이 노후 인프라의 역습을 헤쳐나가는 방안이다. 국토교통성의 입지적정화계획에 따라 압축 도시에 나선 지자체는 3월 말 현재 468곳이다. 지방 중추 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자체 간 연계도 한 맥락이다. 304개 기초단체가 32개 ‘권역연대중추도시권’을 결성했다. 일본 지방의 생활 지도는 새로 그려지고 있다.
 
아베 내각의 지방창생 결의는 비장하다. 종합전략의 끝부분은 이렇다. “인구감소를 극복하고 지방창생을 이룩해 (세계) 최초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간다. 이것은 ‘과제 선진국’ 일본이 세계에 대해 완수해야 할 책임이다.” 아베가 과제 선진국을 '과제 극복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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