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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증정신질환 대책…‘제2 안인득 강제입원’ 빠졌다

중앙일보 2019.05.16 00:04 종합 14면 지면보기
부산 조현병 환자 친누나 살해 현장.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부산 조현병 환자 친누나 살해 현장.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정부가 15일 중증 정신질환자 대책을 내놨다.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42)이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지 약 한 달 만이다. 정부는 안인득처럼 사각지대에 방치된 중증 정신질환자가 33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정부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정신센터) 인력 확충 ▶24시간 응급개입팀 확대 ▶보호관찰 종료 질환자 사례 관리 ▶정신병원 퇴원환자 관리팀 신설 ▶저소득층 응급입원·행정입원 치료비 지원 ▶정신재활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주 무차별 살인 한달 만에 발표
관리 사각지대 중증질환 33만명
퇴원환자 관리팀 신설 밝혔지만
병원, 건보수가 적어 참여할지 의문

이번 대책은 ‘우선 조치’다. 그러다 보니 안인득을 ‘괴물’로 만든 구멍을 메울 근본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우 교수는 “응급상황 대처 위주의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대책이 미흡해 ‘제2의 안인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안인득 사건에서 드러난 허점을 중심으로 이번 대책을 점검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①중증환자 지역에 방치=정부는 지역별로 정신응급대응 협의체를 만들고, 특이한 민원 사례를 분기별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정신센터가 중심이 돼 경찰·복지공무원 등과 함께 안인득 같은 특이한 민원을 평가해서 방치된 중증환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정신질환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발굴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안인득 사건 이후 경찰이 정신센터에 도움을 청하는 사례가 4배 늘었다고 한다. 빈약한 정신센터 조직으로 경찰과 공무원을 지휘하면서 방치된 환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②치료감호·보호관찰 후 방치=안인득이 공주치료감호소에서 나온 뒤, 보호관찰 종료 후 정신센터나 보건소에 연계돼 관리를 받았다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에 보호관찰 종료자를 사례관리자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료감호소 출소자는 지금처럼 방치된다. 법무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치료감호나 보호관찰이 끝난 환자는 전과가 있어서 정신센터에서 관리하더라도 반드시 2인 1조로 방문해야 한다. 센터 요원의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③정신병원 퇴원 후 방치=안인득은 진주정신병원에서 나와 동네로 돌아왔고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했다. 정부는 이르면 9월 병원에 퇴원환자 사례관리팀을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의·간호사·사회복지사 등으로 팀을 꾸리게 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건강보험 재정이 커버한다. 건보 수가로 해결한다는데, 적정 수가가 보장되지 않으면 병원이 이런 팀을 만들 리가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④112 신고해도 무시=주민들은 안인득의 기행을 겪고 112에 여섯 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무시됐다. 정부는 이번에 경찰이 신고를 받으면 정신센터에 의뢰하기로 경찰청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정신질환자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미국처럼 정신과 전문의와 핫라인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런 게 빠졌다.
 
⑤강제입원 실패=안인득 가족은 주민센터 등 4곳에 강제입원을 요청했지만 실패했다. 정부는 이번에 비(非)자의입원(강제입원) 절차 개선을 중장기 개선과제로 넘겼다. 인제대 이동우 교수는 “가족이 입원시키려면 직계 존속과 배우자만 가능하다. 가족이 입원을 반대하는 환자를 병원까지 데려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너무 가혹하다. 가족이 신청하면 국가나 사법체계, 지자체 등에서 입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⑥정신센터 역할 미흡=안인득 관리에서 진주정신센터는 빠져있었다. 관리대상이었어도 여력이 안 됐다. 직원 1명이 185명을 맡았다. 정부는 정신센터를 지역의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센터당 4명을 뽑도록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유제춘 대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전 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이번 대책으로 인력 채용이 늘면 지방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지방 공동화가 우려된다”며 “인건비의 50%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매칭펀드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주정신건강복지센터 박선아 주무관은 “인력 확충은 환영하지만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며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려면 현장에 직접 가야 하므로 위험에 노출되고, 전문성도 필요한데 지금 처우로 고급 인력이 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승호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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