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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점찍은 마동석 “폭력의 극한은 어디?”

중앙일보 2019.05.16 00:03 종합 25면 지면보기
영화 ‘악인전’에서 장동수(마동석)의 무기는 괴력의 맨주먹. 실제 권투를 해온 마동석이 액션장면에 아이디어를 보탰다. [사진 키위미디어그룹]

영화 ‘악인전’에서 장동수(마동석)의 무기는 괴력의 맨주먹. 실제 권투를 해온 마동석이 액션장면에 아이디어를 보탰다. [사진 키위미디어그룹]

“제가 맡은 역할들 중 가장 쎕니다.”
 
핵주먹 마동석(48)이 악역으로 돌아왔다. 15일 개봉한 ‘악인전’(감독 이원태)은 그가 맡은 조폭 두목 장동수의 괴력 액션이 살벌한 영화다. 연쇄살인마 K(김성규)에게 어이없이 죽을 뻔한 그가 K를 잡으려 악질 형사 정태석(김무열)과 손을 잡는다는 설정부터 독특하다. 터질 듯한 근육질의 장동수와 왜소한 K가 체급 떼고 붙은 빗속 난투극 등 다양한 격투장면도 눈에 띈다.
 
일찌감치 104개국에 선판매됐고, 할리우드 리메이크도 결정됐다. 오는 22일에는 제72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에 선보인다.
 
개봉 전 만난 그는 “3년 전 ‘부산행’ 때 못 가서 칸영화제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영광스럽지만 영화제보다 개봉일에 관객을 만날 것이 더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번 영화는 “익숙한 소재지만 예상을 벗어난 디테일과 반전이 재밌었다”고 했다. “주인공 셋이 다 매력 있었지만, 감독님이 제가 K를 하면 아무도 저를 못 잡을 것 같다고(웃음). 제 마지막 악역이 6년 전 영화 ‘감기’였는데, 장동수를 통해 폭력의 끝을 가는 악당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마동석은 ‘악인전’의 할리우드리 메이크판에서도 주연과 프로듀서를 겸한다.

마동석은 ‘악인전’의 할리우드리 메이크판에서도 주연과 프로듀서를 겸한다.

새롭게 시도한 액션이라면.
“장동수가 (사람이 들어간) 샌드백을 치는 장면. 전 세계 영화에 한 번도 안 나왔을 것이다. 처음에 폭력성·잔인함을 확실히 보여주면, 어떤 인물을 만나든 끝까지 긴장감이 생긴다. 시나리오엔 없었는데 감독님이 제 아이디어를 받아주셨다. 구구절절한 설명 보다 좀 생략된 오프닝을 좋아해서 ‘범죄도시’ 때도 가리봉 거리에서 싸우는 첫 장면을 제가 제안했다.”
 
악과 악이 부딪히는 힘이 강렬하다.
“김무열씨와 우당탕탕 하는 ‘케미’가 좋았다. 제가 김무열씨의 한 벌뿐인 가죽점퍼를 잡고 던지다가 손 모양대로 가죽이 찢어지는 바람에 기워가며 촬영하기도 하고.(웃음) 빗속에서 K의 칼에 찔리는 장면도 마음에 든다. 우악스러워 더 진짜 같았다.”
 
묵직한 액션 사이사이 코믹한 면모도 보인다. 이런 스타일을 ‘마동석표 장르’라고도 하는데.
“‘범죄도시’ ‘성난황소’ ‘챔피언’은 제가 함께한 창작집단 ‘팀고릴라’가 참여해 그렇게 묶어도 되겠지만, 이번엔 철저히 이원태 감독 영화다. 나름대로 대사 템포부터 차별화했다. 김무열씨 톤이 격렬하다면 저는 차갑게 누르며 밸런스를 잡았다. 제 취향이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다. 정확한 타이밍에 임팩트 있되, 영화에 리얼하게 녹아들도록 신경 썼다.”
 
2005년이란 배경에 맞춘 폴더폰, 수트 정장도 인상적이다.
“폴더폰은 생각보다 작더라. 제 귀와 입의 거리에 비해(웃음). 수트는 상하의 전부 스판 소재다. 제가 팔을 펴고 접었을 때 둘레가 한 1인치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그냥 천으론 움직이질 못한다. 이번에 칸 레드카펫에도 스판 수트를 갖고 간다.”
 
‘부산행’은 칸영화제에 이어 160개국에 개봉, 맨손으로 좀비떼와 싸운 그를 해외에도 널리 각인시켰다. 최근엔 마블의 새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 출연 물망에도 올랐다. 하지만 “마블 영화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저같이 보잘것없는 배우가 외국에도 어필할 수 있는 건 액션 덕분이에요. 그저 감사하고, 어찌 됐던 묵묵히 하는 거죠.”
 
할리우드판 ‘악인전’에서는 주연·프로듀서를 겸한다. 한국판도 감독의 시나리오를 먼저 본 그가 제작자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소개해 성사된 터. 팀고릴라를 통해 기획·개발 등 프로듀서 역할에 나선 그에겐 중요한 행보다.
 
다른 의미도 있다. 할리우드판 제작사 발보아 픽쳐스 수장은 실베스터 스탤론. 마동석에게는 롤모델 같은 인물이다. 그는 중학생 때 스탤론의 ‘록키’를 보고 권투를 시작, “그분의 길을 따라왔다”고 자주 말해왔다. 이후 아버지의 사업실패를 겪고 미국에 이민,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다 17년 전 충무로에 데뷔했다. 어릴 적 꿈은 오랜 무명생활을 버티는 힘이 됐고, 고된 이민 시절 생존하듯 익힌 영어는 이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무기가 됐다.
 
“그냥 좀 헝그리 정신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더 심한 고생도 해봤는데, 하며 견디는 게 있죠. 무슨 일이든 가만히 못 있는 스타일이어서 그때그때 생각하는 것을 실천해서 이루려고 해요. 요즘 혼자 컴퓨터로 시놉시스를 쓰는데 제가 독수리 타법이거든요. 이것도 하다 보면 늘잖아요.”
 
그는 “단역 시절엔 한해 10편을 찍어도 촬영일은 보름밖에 안 됐다.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을 늘 했다”며 “지금도 늘 마지막이 될 수 있단 생각으로 연기한다”고 했다.
 
코미디 영화 ‘굿바이 싱글’ 등 귀여움을 드러내는 ‘마블리’ 캐릭터도 그립다고 하자, 그는 “재난영화 ‘백두산’에선 전혀 색다른 지질학교수, 웹툰 원작 영화 ‘시동’에선 기괴한 캐릭터로 나온다”고 했다. “‘시동’은 이쁜데, 흉측해요(웃음). 범죄액션물로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도 개봉해야 하고, 곧 ‘범죄도시2’ 촬영 들어가야죠. 대본은 이미 4편까지 나왔어요.”
 
그는 지금도 새로운 꿈을 꾼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찍은 영화를 할리우드에 선보이는 것이다. “외국 분들과 소통해보면 한국영화를 예전보다 좋아하고 인정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뿌듯하고, 자존심 살죠. 꼭 실현하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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