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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국의 특허 시스템 수입한 사우디

중앙일보 2019.05.16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박원주 특허청장

박원주 특허청장

사우디아라비아 국기의 바탕색은 진초록이다. 이슬람 전승에 따라 녹색을 신성시 한다는 것이 그 이유라지만, 끝없는 단색의 사막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색깔이 초록빛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수 년 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방문할 기회가 세 번 있었다. 방문횟수가 거듭될수록 첨단 건물이 이곳저곳에 들어서고 있음이 느껴졌고, 늘어나는 녹지공간도 방문자의 초록빛 향수를 달래주는 듯 했다. 도시는 점점 활력을 더해가고 있었다.
 
그 배경엔 사우디의 야심찬 미래전략인 비전 2030이 있다. 세 번에 걸친 필자의 방문이나, 당시 느꼈던 리야드의 변화는 비전의 주요 목표인 ‘탈석유 시대 준비’와 맞닿아 있다. 첫 두 번의 방문은 산업부에서 에너지자원 분야를 담당할 때, 화석연료 이외의 전력원을 고민하는 사우디와 협력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특허청장에 부임한 후인 지난 3월에 이루어진 세 번째 방문은 사우디의 ‘지식재산 인프라 구축’ 사업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에너지와 특허, 두 사업의 분야는 각기 달랐지만 사우디의 미래를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함께 준비해 나간다는 점은 같았다.
 
3월 방문에서 큰 성과도 있었다. 국가 지식재산 전략의 수립과 이행, 특허·상표·디자인 제도의 정비, 정보화시스템 구축, 전문가 양성 등 사우디의 지식재산 인프라를 만드는 전체 과정을 한국이 함께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 나라의 지식재산 체계를 다른 나라 특허청이 전면적으로 참여해서 만든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것이어서, 한국 특허행정의 우수성에 대한 기분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여졌다.
 
성과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우디 측의 정성과 열의였다. 방문단의 동선 곳곳에 세심한 배려가 있었고, 거듭된 회의에서는 준비된 자만이 할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져왔다. 우리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그리고 빠르게 익히고 싶다는 의지로 읽혔다. 사우디 측의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한국의 미래 지식재산 시스템에 대해 그들만큼 열정적으로 고민해왔던가 다시금 되돌아보았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했던가. 가르쳐 줄 것이 많을 거라고 여겼던 세 번째 사우디 방문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혁신성장의 핵심 요소로 지식재산을 꼽는 것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새삼 느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항상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지재권 환경에 대응할 열정과 지혜를 사막의 교훈에서 찾아 볼 작정이다.
 
박원주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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