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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고 눈물 흘리는 남자가 바로 나

중앙일보 2019.05.15 10:00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20)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저질스럽게 TV의 막장 드라마나 보면서 눈물 뚝뚝 흘리다니,
여편네들이란 한심하기 짝이 없다니까! 쯧쯧쯧!”
 
내가 젊어 한창 잘 나갈 때 마누라한테 퍼부은 조롱 담긴 핀잔이었다.
그러던 내가 엊저녁 마누라가 빠져있는 드라마를
거실 소파 한쪽 귀퉁이에 앉아 흘낏 곁눈질로 몰래 훔쳐보다 그만 울컥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새똥 같은 눈물 한 방울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마누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었는데
나만 주책없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다 보니
이젠 생각지도 않았던 것에도 눈물을 질질 흘리는
아주 연약한 79살 이 남자.
 
하느님!
해도 해도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정말 왜 이러십니까?
나, 모진 세파를 뚫고 여기까지 씩씩하게 걸어온
남자 중의 남자, 상남자를 이 꼴로 만드시다니….
어휴~!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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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춘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필진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 신문사 미술부장으로 은퇴한 아트디렉터. 『여보야』 『프로포즈 메모리』 『우리 부부야? 웬수야?』 『썩을년넘들』 등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이제 그 힘을 모아 다시 ‘웃겼다! 일흔아홉이란다’라는 제목으로 노년의 외침을 그림과 글로 엮으려 한다. 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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