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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산불, "텃밭 태우다 불길 옮겨붙어"..실화자는 솜방망이 처벌?

중앙일보 2019.05.15 05:01
잡풀을 태우다 축구장 483개 규모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 인제 산불의 실화자가 입건됐다. 하지만 벌금형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4월 4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산불현장에 투입된 산림청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있다. [뉴시스]

지난 4월 4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산불현장에 투입된 산림청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있다. [뉴시스]

인제경찰서는 잡풀을 태우다 불이 번져 임야와 시설물 등을 태운 고령의 주민 A씨를 산림 보호법 위반(실화)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4일 오후 2시 43분쯤 인제군 남면 남전약수터 인근 텃밭에서 잡풀을 태우다 강풍에 불이 산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큰 피해를 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6일까지 사흘간 이어진 이 불로 축구장 483개 면적에 달하는 345㏊(국유림 256㏊·사유림 89㏊)의 산림을 비롯해 창고 4동, 비닐하우스 10동을 태우고, 130마리의 흑염소가 폐사했다. 인제군과 인제국유림관리사무소 등의 합동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된 피해액은 23억4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산불 신고 시각인 이날 오후 2시 45분 전후로 인제대교를 통과한 차량을 토대로 확보한 목격자 3∼4명의 진술과 산불 발생지 인근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산불 실화자로 A씨를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신고 시각을 전후해 남전 약수터를 방문한 차량 소유자 중 주민이 잡풀을 태웠다는 진술과 인근 야산으로 번지는 상황 등의 순차적인 산불 진행 상황에 대한 목격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잡풀을 태운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리랑 3호에 찍힌 지난 4월 4일 강원도 인제 산불 피해 지역 [국립산림과학원 =연합뉴스]

아리랑 3호에 찍힌 지난 4월 4일 강원도 인제 산불 피해 지역 [국립산림과학원 =연합뉴스]

A씨는 벌금형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워낙 나이가 많은 데다 현행 산림보호법 처벌 규정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워낙 고령이어서 신원을 밝히면 누군지 알 수 있다”며 “A씨가 비교적 건강하지만, 고령자여서 구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다른 사람의 산림이나 산림 보호구역·보호수에 불을 지르는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본인 소유 산림에 불을 질러도 1년 이상이나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모두 고의성이 인정돼야 한다.  
과실로 산림을 태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이 대폭 낮아진다. 허가를 받지 않거나 산림 인접 지역(100m 이내)에서 불을 피우면 최고 1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산불을 내고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부분 집행 유예(징역형)와 벌금형을 받는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623건 중 산불을 낸 사람이 검거된 경우는 283건이었다. 이들에 대한 처벌 가운데 9건만 징역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두 집행유예로 실제 복역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산림을 50~60㏊나 태운 사람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는 벌금형 83건, 과태료 43건, 기소유예 32건, 내사종결 27건 등이었다. 훈방 등도 15건이나 됐다.
 
산림 당국과 자치단체는 법을 개정하거나 처벌 규정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로 인한 장비(헬기·소방차 등)와 인력 출동에 따는 비용도 적지 않다”며 “산림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산불을 낸 사람에 대한 처벌규정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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