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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어닝쇼크…한전, 1분기 6299억 사상 최악 적자

중앙일보 2019.05.15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2016년만 해도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한국전력이 올해 ‘사상 최악’ 실적을 냈다. 증권사들의 평균 실적 추정치(-419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6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전력구입비 증가 등 이유를 댔지만 원자력발전 이용률 감소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보다 적자 5023억 늘어
원전이용률·석탄발전 감소 탓
전기요금 인상 압박 거세질 듯
한전 “연료값 올라 … 탈원전 무관”

한국전력은 14일 올해 1분기 실적이 연결기준 매출 15조2484억원, 영업손실(적자) 62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61년 창립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악 실적이다. 전년 동기 실적(-1276억원) 대비 적자 폭이 5023억원 늘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한 뒤 한전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7년 4분기 1294억원 적자를 낸 이후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 올 1분기까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갑순 한전 재무처장은 “국제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 구입비가 증가한 것이 영업손실이 늘어난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매출은 줄었고, 비용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겨울 혹한과 평창 겨울올림픽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전기 판매 수익이 3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전력구입비(한전이 발전회사에서 사 오는 전기 도매가격)는 5조53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4억원 증가했다.  
 
전력구입비가 늘어난 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률을 낮추면서다. 전체 발전원 중 석탄 발전 비중이 지난해 1분기 43.7%에서 38.5%로 줄었다. 김갑순 처장은 “예년보다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면서 석탄 발전 비중을 줄였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면 보다 싼 가격인 원전 가동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원전이용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적자 원인을 두고 ‘탈원전 발(發) 어닝 쇼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이용률은 연간 최대 가능 발전량 대비 실제 발전량 비율이다. 지난해 65.9%까지 떨어진 원전이용률은 1분기 75.8%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2014년(85%)·2015년(85.3%)·2016년(79.7%) 수준에 못 미친다.
 
한전은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렸다. 하지만 발전용 LNG 가격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3.4% 오르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안전 정비 등 문제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이 전력 생산을 재개하면서 원전이용률이 올랐고, 오히려 경영실적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와 탈원전은 무관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전이용률이 올랐다지만 여전히 과거보다 낮다”며 “전력구입비 인상 등 요인도 있지만 낮은 원전이용률도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전 적자가 가중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론도 고개를 든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원가 이하로 판 전기가 4조7000억원”이라며 “전력을 구매하는 도매가격에 연동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전기요금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낮게 책정돼 있다”며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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