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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100만 찍은 개그커플, 강유미·유병재 안 부러워

중앙일보 2019.05.15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의 개그맨 손민수(오른쪽)와 임라라. 벽에 자신들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치자 신기한 듯 웃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의 개그맨 손민수(오른쪽)와 임라라. 벽에 자신들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치자 신기한 듯 웃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강유미·김준호·유병재…. ‘개그맨 유튜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다.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구독자 54만 명)이나 ‘얼간 김준호’(47만) ‘유병재’(61만) 등의 유튜브 채널은 모두 TV 예능 프로그램에 몇 차례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진짜 강자는 따로 있다. SBS ‘웃찾사’를 통해 연인이 된 한으뜸·장다운 커플이 운영하는 ‘흔한남매’(111만 명)나 2014년 tvN ‘코미디 빅리그’와 이듬해 ‘웃찾사’를 통해 데뷔한 손민수·임라라 커플이 운영하는 ‘엔조이커플’(103만 명)이 바로 그 주인공. 특히 ‘엔조이커플’은 채널 개설 2년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해 무명 개그맨의 반란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삼성동의 CJ ENM 다이아TV에서 만난 손민수(29)·임라라(30)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어서 많이 울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13년 경기도 일산의 개그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데뷔 후 연인으로 거듭났다. 이제 5년 차 커플이자 사업 동반자다.
 
여러 시리즈 중에서도 ‘헤어질 각오하고 하는 장난’. [사진 유튜브 캡처]

여러 시리즈 중에서도 ‘헤어질 각오하고 하는 장난’. [사진 유튜브 캡처]

“개그맨만 되면 정말 웃길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었어요. 시청률이 낮은 건 둘째치고, 개그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니 정말 갈 곳이 없어서 시작한 거예요. 개그맨들도 대기실에 나란히 앉아 유튜브를 보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임라라)
 
마음은 먹었지만 실행은 쉽지 않았다. 커플로 활동한다는 부담감 때문. 하지만 한 달 수입 30~40만원의 박봉에 PC방·호프집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이들은 결국 도전에 나섰다. “카페 갈 돈도 없어서 영화관 라운지 같은데 앉아서 회의했어요. 그렇게 데이트한다고 만나서 떠들다 보면 아이디어는 쏟아지는데, 한번 해보자고 설득했죠.”(손민수)
 
채널명 엔조이커플은 “눈치 보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즐기면서 사랑하자”는 취지. ‘엔조이(enjoy)’가 ‘사랑 없이 육체적 관계만 즐긴다’는 뜻으로 오용된 탓에 부정적 시선도 있었지만 “이참에 바꿔보자”고 관철했다. 덕분에 10~20대 사이에선 ‘엔조이커플’이 ‘엔조이’보다 더 유명한 단어가 됐다.
 
‘먹언 사전’ 등이 특히 인기가 많다. [사진 유튜브 캡처]

‘먹언 사전’ 등이 특히 인기가 많다. [사진 유튜브 캡처]

‘엔조이커플’은 두 사람이 평소 장난치는 모습을 영상에 담은 ‘헤어질 각오하고 하는 장난(헤각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엘리베이터 안 방귀 몰카’가 조회 수 898만회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드라마 ‘SKY 캐슬’ 주·조연 20명 성대모사 등 센스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콘텐트도 수두룩하다.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과자로 만든 가짜 귓밥 먹기 등 도전하기 쉬운 장난을 많이 해요. 남편과 소원했는데 장난을 계기로 다시 사랑이 샘솟는단 댓글을 보고 엄청 뿌듯했어요.”(임라라)
 
개그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연애다. 커플 유튜버의 일상을 담다 보니 ‘먹방’이나 ‘알쓸연잡’(알아두면 쓸데많은 연애잡담) 시리즈도 인기가 많은 편. 손민수는 달달한 사랑꾼 면모를 보이고, 임라라는 걸크러시한 모습을 자랑한다. 배우 김민희의 “먹는 거요? 귀찮아요” 같은 다이어트 명언을 들먹이며 손민수가 타박하면, 임라라는 “나처럼 부지런하게 좀 살라 그래”라는 ‘먹언’으로 맞서기도 한다.
 
“여자들한테 디저트의 비중이 그렇게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라라가 디저트를 먹으면 행복감과 텐션이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데, 그 정도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거 아닌가요?”(손민수) 임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대로 가면 개그계의 최수종이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도 많다. 이화여대에서 체육과학과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임라라는 운동과 개그를 접목한 콘텐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서 체대에 갔는데 동아리 하면서 MC 보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실 아이돌 연습생 제안도 많이 받고, 아나운서도 하고 싶었는데   ‘빽’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해서 접었거든요.” 헬스 트레이너 시절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그는 운동 채널 ‘임라라랜드’를 준비 중이다. 손민수 역시 “평소 병맛 코드를 좋아하는데 엔조이커플과는 잘 맞지 않아 개인 채널 ‘xiuxiu슈슈’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미디의 위기’라는 말에는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저었다. “절대 코미디가 죽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넷플릭스를 봐도 스탠딩 코미디가 잘 되고 있고, 유튜브에서도 웃긴 영상이 인기잖아요. 다만 공개 코미디는 계속 봐왔기에 너무 익숙해진 거죠. 유행은 돌고 돌기 때문에 다시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들의 결혼 소식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당초 100만 공약으로 결혼을 이야기했던 터였다. “얼마 전 라라네 집에 놀러 갔는데 어머님이 해주신 삼계탕이 닭 다리 사이로 전복을 품고 있어서 울컥했어요. 그동안은 고생만 시켜서 죄인 모드였는데 이제 인정해주시는구나, 우리도 성공했구나 싶어서요. 라라랑 결혼해서 ‘엔조이부부’도 계속하고, 기회가 없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손민수)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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