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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벗기고 가래침 먹여"…인천 중학생 생애 마지막 78분

중앙일보 2019.05.14 20:30
인천중학생 폭행사건 가해자. [뉴스1]

인천중학생 폭행사건 가해자. [뉴스1]

또래 중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A(14)군이 사망 직전 78분 동안 견디기 힘든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판결문에 따르면 B(14)군 등 남자 중학생 3명은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인천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A군을 공원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욕설을 하며 다짜고짜 "전자담배 줄래 아니면 맞고 끝낼래"라며 겁을 줬고 때릴 듯 손을 치켜들었다.
 
A군이 B군 아버지의 얼굴을 두고 험담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게 공원으로 끌고 간 이유였다. 맞기 싫었던 A군은 14만원짜리 전자담배를 건네줬다. 하지만 친구들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B군 등은 A군을 인근 다른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여중생 2명도 합류했다.
 
이들은 A군이 도망가지 못하게 에워쌌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후 가슴·얼굴·배 등 온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중생들은 "그만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말렸으니깐 나중에 경찰한테 걸려도 죄가 안 된다"며 장난스럽게 떠들었다.
 
동물을 풀어준 뒤 쫓아가 잡는 이른바 '사냥놀이'도 벌어졌다. B군은 A군에게 "5초 줄 테니 도망가 봐. 대신 잡히면 죽는다"고 말했다. A군은 도망쳤지만 이튿날 오후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는 친구들의 거짓말에 속아 B군 자취방을 찾았다가 인근 아파트 15층 옥상으로 재차 끌려갔다.  
 
B군과 평소 알고 지낸 또 다른 여중생 C(16)양도 이때 합류했다. B군은 옥상에 들어서자마자 A군에게 "30대만 맞아라. 한 번 피할 때마다 10대씩 늘어난다"고 협박했다. B군은 발로 A군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차 넘어뜨린 뒤 배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
 
무릎을 꿇게 하고 뒤통수를 발로 차거나 옥상 난간 쪽으로 끌고 가 떨어뜨릴 것처럼 위협도 했다. 얼마 후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A군은 "살려주세요"라고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옥상에 올라온 사람은 없었고 소리를 질렀다는 이유로 A군은 더 심한 폭행을 당했다.
 
B군 등은 C양 앞에서 A군의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겨 수치심을 줬고 담배 3개를 입에 물린 뒤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 벨트를 풀어 머리를 내리치거나 목을 졸랐고 씹던 껌과 가래침을 A군 입안에 뱉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린다"고 협박을 받은 A군은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호소했다. 극심한 공포심을 느낀 A군은 잠시 기절한 시늉도 했으나 C양에게 발각되며 또 맞았다.  
 
A군이 폭행을 당하던 옥상 외진 곳에서는 출입문이 보이지 않았다. 출입문 쪽으로 가려면 몸을 반쯤 구부리고 지나가야 하는 5m가량의 통로도 있었다. 옥상에서 도망가는 건 불가능했다. A군은 잠시 폭행이 멈춘 사이 아파트 옥상 난간으로 가 매달렸지만 두 손을 놓으며 15층 아래 화단으로 떨어져 숨졌다.  
 
이처럼 옥상에서의 생애 마지막 78분 동안 A군은 온갖 가혹행위를 당하며 수치심을 느꼈다. 폭행으로 온 얼굴은 부어올랐고 코와 입술에서는 피가 흘렀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1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B군과 C양 등 10대 남녀 4명에게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 담 바깥쪽에 매달린 다음 그 아래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 위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하다가 중심을 잃고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폭행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실족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도 할 수 있었다"고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가정·학교·사회가 아직 소년인 피고인들을 보호하면서 충분하게 교육하지 못한 잘못 또한 비극의 원인이 됐다"며 "피고인들 역시 다른 의미에서는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은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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