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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신형 탄도미사일 경쟁 중…미·러 협정 깨지고 중국은 눈치 안봐

중앙일보 2019.05.14 17:53
Focus 인사이드 
 
지난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는 모습. [사진 조선중앙TV=연합뉴스]

지난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는 모습. [사진 조선중앙TV=연합뉴스]

 

남북한 미사일 경쟁 여전히 진행 중
러, 신형 미사일 개발…미·러 협정 깨져
미, 러시아 대응 정밀타격 신형 개발해
중, 미 항모 잡는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북미대화가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5월 4일,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인근에서 다연장로켓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2018년 2월 8일 열린 조선인민군 건군 70주년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이 신형 미사일은 2018년 2월 열병식에 등장할 당시부터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Iskander)-M, 나토 분류명 SS-26 스톤(Stone)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외형이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미사일의 비행고도가 통상적인 탄도미사일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스칸데르를 추종한 탄도미사일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무기 판매회사 홈페이지에서 전술탄도미사일로 소개되는 이스칸더-E [사진 http://roe.ru]

러시아 국영 무기 판매회사 홈페이지에서 전술탄도미사일로 소개되는 이스칸더-E [사진 http://roe.ru]

 
남북한 탄도미사일 경쟁 여전히 진행 중
 
한반도 주변은 남북한 외에도 중국, 러시아 그리고 미국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배치한 잠정적인 화약고다. 미·중·러는 서로 상대를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겨누고 있고, 남북한은 서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겨누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한다. 분류 기관에 따라 정하는 사정거리가 약간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거리 1000㎞ 이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000~2500㎞까지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2500~5500㎞까지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그리고 5500㎞ 이상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분류한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운데 사거리 300㎞ 이하를 전술탄도미사일(TBM 또는 BRBM)로 다시 분류하기도 한다.
 
한반도는 남북의 길이가 약 1000㎞ 정도로 고각 발사 등의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경우 남북한이 서로에게 겨눌 수 있는 것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남북의 탄도미사일 경쟁은 오랫동안 북한이 우위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맺은 미사일 양해각서를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하면서 현재는 사거리는 800㎞로 제한받지만 탄두 중량은 무제한으로 풀렸다. 남북 간 단거리 탄도미사일 경쟁은 사거리만 놓고 볼 때 사실상 대등한 수준이 된 셈이다.  
 
북한, 미사일 액체연료 보완하는 고체연료 개발
 
5월 4일 발사된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북한이 오랫동안 개발해온 소련제 스커드(Scud)를 기반으로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는 격을 달리한다. 이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 준비 과정이 상당히 짧아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뺏는다.
 
북한의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에서 미상의 발사체 시험을 확인하면 붙이면 KN(Korea-North) 코드에서 KN-02로 불리며, 독사로도 알려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미 존재한다. 북한은 화성-11호로 부르고 있다.
 
조선중앙TV가 지난해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 당시 북한의 기존 '독사'(SS-21)' 미사일보다 약간 큰 것으로 보여 더 긴 사거리를 가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사진 조선중앙TV=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지난해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 당시 북한의 기존 '독사'(SS-21)' 미사일보다 약간 큰 것으로 보여 더 긴 사거리를 가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사진 조선중앙TV=연합뉴스]

 
화성 11호는 나토에서 SS-21 스크럽(Scarab)으로 부르는 구소련제 OTR-21 토치카(Tochka)의 북한판이다. 북한은 1990년대 시리아에서 토치카 미사일을 입수하였고, 이를 역설계하여 화성-11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토치카 미사일은 최대사거리 180㎞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이며, 화성-11호도 비슷한 사거리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화성-11호를 100여 발 이상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11호와 신형 탄도미사일은 북한 미사일 전력에 고체연료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이전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사용하여 연료와 산화제 주입에 시간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연료와 산화제 주입과 탄두 조립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발사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사일 연료와 산화제 주입 그리고 탄두 조립은 지하나 동굴 진지 등 은폐된 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중앙포토]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중앙포토]

 
북한의 액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화성 5, 6호가 있다. 이 미사일들은 기술적 뿌리가 구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이다. 북한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조종사를 파견하여 도운 이집트로부터 1980년 말에 스커드-B 탄도미사일과 발사차량을 받았다.  
 
이때 역설계에 성공하고, 이후 이라크와 전쟁 중이던 이란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현재의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을 발전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스커드-B가 사용하는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 연료와 항부식성 적연질산(IRFNA) 산화제는 바꾸지 못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흡사한 미사일은 240㎞ 날아가 동해 바위섬에 명중했다. [사진 북한 조선중앙TV]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흡사한 미사일은 240㎞ 날아가 동해 바위섬에 명중했다. [사진 북한 조선중앙TV]

 
하지만, 화성-11호와 신형 탄도미사일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의 도입과 개량에 성공했다고 화성 5, 6호를 대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바로 사거리 때문이다. 화성-11호는 원형인 토치카가 180㎞ 정도이며, 신형 탄도미사일은 원형을 이스칸데르-M로 보더라도 280여 ㎞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성 5호는 300㎞, 화성 6호는 600㎞에 이른다.  
한국, 미사일 개발 늦었지만 차근차근 
 
1978년 9월26일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국내최초의 지대지 미사일 백곰의 성공적인 발사직후 박정희 대통령이 미사일 옆에서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로부터 기체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1978년 9월26일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국내최초의 지대지 미사일 백곰의 성공적인 발사직후 박정희 대통령이 미사일 옆에서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들로부터 기체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우리나라는 1950년대 말부터 과학용 로켓 개발을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현재 연구소 전신, 1961년 해체 뒤 육군기술연구소 편입)를 시작으로 인하공과대학, 공군사관학교 등에서 다양한 연구용 로켓을 개발했다. 첫 탄도미사일은 1979년 9월 26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NHK-1 백곰이다.
 
1983년에는 백곰을 개량한 현무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1987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 및 순항미사일 이름인 현무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처음 개발된 현무는 미국과 맺은 미사일 지침에 따라 사거리가 180㎞로 제한되었다.  
 
1978년 9월 26일 충남 서해안 안흥기지에서 열린 국산미사일 '백곰' 시험발사에 박정희 대통령이 창공으로 솟구치는 미사일(원내)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1978년 9월 26일 충남 서해안 안흥기지에서 열린 국산미사일 '백곰' 시험발사에 박정희 대통령이 창공으로 솟구치는 미사일(원내)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2001년 사거리가 300㎞로 바뀌었고, 2012년 10월에는 다시 사거리가 800㎞로 늘어났다. 이때까지 탄두 중량은 500㎏으로 제한받았다. 최근에는 사거리는 유지되었지만, 탄두 중량에 제한이 없어졌다.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은 현무-2로 불린다. 이 현무-2는 사거리에 따라 현무-2A(300㎞)·현무-2B(500㎞)·현무-2C(800㎞)로 발전했다. 그리고 탄두 중량 제한이 풀리면서 탄두가 2톤에 이르는 신형 탄도미사일도 개발되고 있다.  
 
현무-2B 시험발사 장면. [사진 국방부]

현무-2B 시험발사 장면. [사진 국방부]

 
현무-2 계열 탄도미사일 외에도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 진지를 파괴하기 위해 사거리 약 150여 ㎞ 한국형 전술지대지 유도무기(KTSSM)도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KTSSM을 다수의 표적에 대한 정밀타격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전술급 탄도 미사일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 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과 한국형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는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그만큼 반응속도와 발사 준비가 빠르다. 현무-2 탄도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운용하기 때문에 생존성과 이동성도 우수하다. 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보다 정밀도와 관통력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실물이 전시된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KTSSM)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실물이 전시된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KTSSM)

 
미·중·러,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경쟁
 
미·중·러는 새로운 단거리 탄도미사일 경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로를 견제해왔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1987년 12월 사거리 500㎞에서 5500㎞ 사이의 지상발사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의 시험과 보유를 금지하는 중거리 핵전력(INF) 협정 서명했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정도로 서로를 견제해왔다.
 
하지만, 2014년부터 러시아가 9M729, 나토 분류명 SSC-8 순항미사일로 협정을 어기고 있다고 미국이 주장하면서 협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했다. 결국 미국은 2019년 2월 마이크 폼페오 국무부 장관이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하고, 러시아가 6개월 안에 협정을 위반한 모든 미사일, 발사대, 관련 장비를 파기해 조약을 준수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탈퇴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면서 INF는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7월 5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이뤄진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주한미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2017년 7월 5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이뤄진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주한미군의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러시아는 미국이 INF 협정을 깬다면 그동안 개발하지 않았던 중거리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OTR-23 토키아와 9K720 이스칸데르-M이다. 토치카는 개발된 지 오래되어 현재 도태 수준이지만, 사거리 500㎞ 이스칸데르-M는 앞으로 사거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칸데르는 러시아 발트함대가 위치한 칼리닌그라드에 배치되어 발트해 3국은 물론이고, 폴란드와 스웨덴 영토 2/3를 위협하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도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이스칸데르에 대항하기 위해 M270A1 MLRS와 M142 하이마스(HIMAS)에서 운용하는 사거리 300㎞의 MGM-140 에이테킴스(ATACMS)를 대체할 신형 탄도미사일 정밀타격미사일(PrSM)을 개발하고 있다. PrSM은 미 육군 현대화 프로그램 가운데 최우선 순위로 꼽힌 장거리정밀화력(LRPF) 프로그램으로 개발되고 있다.
 
PrSM은 INF 협정이 준수되는 동안에는 사거리가 300㎞ 수준이었지만, INF 협정이 파기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사거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 육군은 PrSM을 지대지는 물론이고 지대함 미사일로 개발할 예정이다.  
 
중국군 DF-15B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 wikimedia.org]

중국군 DF-15B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 wikimedia.org]

 
PrSM이 지대함 탄도미사일로 개발하려는 이유는 서태평양에서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해군전력, 해군항공대, 대함 순항미사일과 함께 대함탄도미사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신의 바다로 만들고 미국의 진출을 막으려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INF 협정으로 500㎞ 이상·5500㎞ 이하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한 것과 달리 별다른 제약 없이 다양한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중국이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250㎞ B-611(CSS-11)·사거리 350㎞ DF-11(CSS-7)·사거리 400㎞ DF-12 (CSS-X-15)·사거리 600㎞ DF-15(CSS-6), 사거 1000㎞  DF-16(CSS-11) 등이다.
 
2015년 천안문 광장에 등장한 DF-16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 AP=연합뉴스]

2015년 천안문 광장에 등장한 DF-16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 AP=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이 INF 조약에서 금지되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서태평양에 배치할 경우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기존 탄도미사일을 개량하거나, 극초음속 무기로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안이한 정부 인식과 대응이 문제
 
우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킬체인으로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지만, 북한은 우리가 대응할 시간을 뺏기 위해 새로운 탄도미사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5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해명과 인식은 전술무기여서 미사일로 볼 수 없다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수준이다.
 
아이언돔 요격

아이언돔 요격

 
이스라엘은 정밀도도 떨어지는 하마스의 카삼 로켓에 대항하기 위해 그보다 수십 배 나가는 아이언 돔을 개발했다. 전술적 가치가 떨어지는 무기도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것이 국가 방위 기관의 임무고,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앞으로 우리나라 주변에서 벌어질 새로운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경쟁마저 안이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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