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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담화 "화물선 반환하라"…대미 맞대응 예고편

중앙일보 2019.05.14 16:49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한 데 대해 북한이 14일 “불법무도한 강탈행위”라며 즉각 송환을 요구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내고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북한)를 굴복시켜 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며 “새로운 조미(북ㆍ미) 관계수립을 공약한 6ㆍ12조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이 담화를 발표한 건 지난해 5월 25일 김계관 당시 외무성 제1 부상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응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다. 담화는 성명 바로 아래 단계의 공식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들의 보도보다 강도가 더욱 세다. 북한의 이날 담화는 미국 정부의 자국 화물선 억류를 ‘적대행위’로 규정해 향후 대응해 나가겠다는 예고편으로 풀이된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지난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북한 이용호 외무상이 지난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저들(미국)의 국내법을 다른 나라들이 지킬 것을 강박하고 있는 미국의 후안무치한 행위야말로 주권국가는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저들의 날강도적인 행위가 금후 정세발전에 어떤 후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5월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선중앙통신 캡처]

2019년 5월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선중앙통신 캡처]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 호에 대한 몰수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를 위해 이 선박을 압류했다. 와이즈 어니스트 호는 북한과 시에라리온 이중 국적으로 등록된 선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산 석탄 2만 5000t가량을 실은 이 배가 지난해 4월 1일쯤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선박을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받아 압류했고, 지난 11일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예인했다. 지난 4일과 9일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적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며 추가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현행 대북제재를 엄격히 적용하는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예리하게 지켜보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악화 행동을 하기에 앞서 명분쌓기로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에 나서야 할 외무성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요소다.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무성이 대미 힘싸움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향후 대규모 군사훈련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계하는 중국,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할 수 있다”며 “단 화물선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마주 앉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숨은 변수”라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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