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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 시대 알 카포네가 주문한 위스키병 모양은?

중앙일보 2019.05.14 13: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21) 
맥주, 와인 같은 발효주는 개봉 후 짧은 시간 안에 다 마셔야 한다. 맛이 변하거나 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는 개봉 후에도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다. 맛의 변화도 즐기는 요소 중 하나다. 오래 두고 보게 되는 만큼, 증류주는 병 모양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꼬냑의 화려함에는 못 미치지만, 위스키도 나름의 이유로 독특한 병 모양이 많다.
 
가장 일반적인 위스키 병 모양. 왼쪽부터 라가불린 8년, 12년, 18년, 25년. [사진 김대영]

가장 일반적인 위스키 병 모양. 왼쪽부터 라가불린 8년, 12년, 18년, 25년. [사진 김대영]

 
가장 일반적인 위스키병 모양은 와인병 같은 형태다. 주둥이가 길고, 몸통은 일직선에 바닥이 둥글다. 하지만 병 바닥을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만든 위스키도 있다. 
 
글렌피딕 증류소는 1956년부터 삼각형 병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유명 디자이너였던 한스 슐리거(Hans Schleger)에 의해 고안됐다. 맥아, 물, 공기라는 위스키를 만드는 데 중요한 세 가지를 의미한다. 블렌디드 위스키 조니워커는 1870년대에 사각형 병을 만들었다. 당시 많이 쓰이던 둥근 병보다 사각형 병은 운반 중 덜 깨졌고, 박스에도 더 많이 들어갔다.
 
조니워커의 상징, 사각 병. 자개가 들어간 조니워커 블루라벨 한정판. [사진 김대영]

조니워커의 상징, 사각 병. 자개가 들어간 조니워커 블루라벨 한정판. [사진 김대영]

 
미국의 금주법이 만든 병 모양도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알 카포네 역으로 열연을 펼친 영화 ‘언터쳐벌’. 알 카포네는 실존했던 마피아 보스다. 그는 금주법 시대 미국에 위스키를 공급했다. 
 
당시 캐나다 위스키(캐나디안 클럽) 트럭 1대분이면, 시카고에서 신축 주택을 16채나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스키 밀수는 잘 포장된 도로를 이용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알 카포네는 "울퉁불퉁한 산길에서도 잘 깨지지 않는 튼튼한 병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위스키병은 바닥에 닿는 면이 넓어 잘 깨지지 않았다고.
 
미국 금주법 시대에 탄생한 캐나디안 클럽 위스키. [사진 캐나디안 클럽 인스타그램]

미국 금주법 시대에 탄생한 캐나디안 클럽 위스키. [사진 캐나디안 클럽 인스타그램]

 
야구공과 골프공을 본뜬 위스키도 있다. 최초로 야구를 고안한 사람으로 알려진 애브너 더블디(Abner Doubleday). 그가 야구를 만든 쿠퍼스타운(Cooperstown)의 한 증류소는 그를 기리기 위해 야구공 모양의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의 세인트 앤드루스(ST. ANDREWS)는 400여 년 전부터 골프를 친 지역으로 ‘골프의 성지’라 불린다. 블렌디드 위스키 ‘올드 세인트 앤드루스 클럽하우스’는 골프공 모양 병에 라벨 속 사자는 골프클럽을 들고 있다.
 
쿠퍼스타운 증류소의 아메리칸 위스키, 애브너 더블디(왼쪽)와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 올드 세인트 앤드루스(오른쪽). [사진 쿠퍼스타운 증류소 인스타그램, 바인하우스 김병건 바텐더]

쿠퍼스타운 증류소의 아메리칸 위스키, 애브너 더블디(왼쪽)와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 올드 세인트 앤드루스(오른쪽). [사진 쿠퍼스타운 증류소 인스타그램, 바인하우스 김병건 바텐더]

 
위스키 맛이 바뀌면 병도 바뀐다. 위스키 증류소의 마스터 블렌더는 위스키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수십 년 전 위스키와 오늘의 위스키는 다르다. 숙성에 쓰이는 오크통의 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마스터 블렌더가 바뀌면서 추구하는 맛도 달라진다. 그래서 일부 브랜드는 병 모양을 바꿔 위스키 맛이 변했음을 알린다. 구형 위스키와 신형 위스키를 함께 마시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도 위스키의 재미 중 하나다.

 
싱글 몰트 ‘더 글렌리벳 12년’. 같은 증류소, 같은 12년 숙성 위스키지만, 병 모양과 라벨이 서로 다르다. 물론, 맛도. [사진 김대영]

싱글 몰트 ‘더 글렌리벳 12년’. 같은 증류소, 같은 12년 숙성 위스키지만, 병 모양과 라벨이 서로 다르다. 물론, 맛도. [사진 김대영]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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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필진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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