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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외 방법 없었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학생들 징역형

중앙일보 2019.05.14 11:46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폭행하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 당시 인천지법으로 향하는 모습. [뉴스1]

인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폭행하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 당시 인천지법으로 향하는 모습. [뉴스1]

14일 오전 10시 인천지방법원 형사법정.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A군(15) 등 4명의 표정은 어두웠다. 재판 내내 A군 등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바닥을 응시했다. 중간에 눈을 지그시 감기도 하면서 침묵을 지켰다.
 
이날 인천지방법원에서는 또래 중학생 B군(사망당시 14세)을 무차별 폭행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청소년 4명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인천지법 표극창 판사는 상해지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군 등에게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한 A군과 D양에게는 각각 장기 징역 3년∼단기 징역 1년6개월, 장기 징역 4년∼단기 징역 2년이 선고된 반면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해 온 C(14)군 등 나머지 남학생 2명은 각각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4년, 장기 징역 6년∼단기 징역 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고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복역하고 나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아 장기형이 완료되기 전에 출소할 수도 있다. 
 
이날 선고 공판은 본래 지난달 23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C군(15)등 남학생 2명의 변호인이 피해자 측 유족과 합의를 위해 시간을 달라며 선고기일 변경을 요청하면서 이날로 연기됐다.
 
“극단적 탈출 방법 예견 가능”
재판부는 A군 등이 가한 폭행과 B군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표 판사는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장시간에 걸친 가혹 행위에 극심한 공포심과 수치심에 사로잡혔고 아파트 난간 3m 아래 에어컨 실외기 아래로 떨어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극단적인 탈출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과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를 성인도 견디기 힘든 끔찍한 폭행과 가혹행위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점 등에 비춰 죄책에 상응하는 형별이 필요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이 소년인 점, 부모들이 늦게나마 피고인들의 보호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3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군 등에게 법정 최고형인 장기 10년, 단기 5년을 구형했다. 만 19세 미만으로 소년법 적용을 받는 청소년에게 상해치사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검찰은 숨진 중학생이 78분간 가해 학생들로부터 겪은 무차별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등을 설명하면서 “A군 등이 피해자를 괴롭히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임하듯 78분간 무차별 폭행·가혹행위
A군 등은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한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B군을 불러냈다. 인적이 드물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곳이었다. B군이 옥상에 도착하자 A군 등은 “피할 때마다 10대씩 늘어난다”며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B군이 가해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 얼굴이 못생긴 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닮았다는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등의 이유였다. 
 
3개비의 담배를 한꺼번에 B군에게 물리고 가래침을 입 안이나 몸을 향해 뱉고 허리띠 등을 이용해 B군의 목을 조르는 등 가혹행위도 이뤄졌다. B군이 바지를 벗게 하는 성폭력도 있었다. B군은 기절한 척하는 등 폭행을 피하려 했지만 폭행·가혹행위는 78분간 계속됐다. B군은 “이렇게 맞을 바에야 죽겠다”고 말한 뒤 옥상 난간 밖으로 떨어졌다. 아파트 경비원이 당일 오후 6시40분쯤 추락한 B군을 발견해 신고해 B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군 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재판과정에서 A군과 D양(17)은 상해치사죄를 인정했지만 C군을 비롯한 가해학생 2명은 사망과 폭행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 등을 이유로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폭행하고 상해를 가한 혐의는 인정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B군의 부모는 심경을 묻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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