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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총수=조원태' 서류 안냈다···한진家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9.05.14 10:31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운구행렬에 마지막 배웅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운구행렬에 마지막 배웅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을 사실상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해 제출했다.”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 신청서' 내지 않아

 
13일 뒤늦게 한진으로부터 동일인 지정 관련 서류를 제출받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동일인이면 동일인이지 ‘사실상’은 왜 붙였을까.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은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한진 그룹 계열사와 친족ㆍ비영리법인ㆍ임원 변동 사항에 대한 내용만 제출했을 뿐, ‘동일인=조원태 회장’으로 직접 명시한 서류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한진은 지난 8일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 측이 기존 동일인(고 조양호 회장)이 작고한 이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한진 측에 “동일인 변경 신청서와 함께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혹은 남매인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를 총수로 지정할 경우에 따른 서류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한진 측은 '동일인 변경 신청서'는 내지 않고,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에 대한 서류만 제출했다. 다시 말해 콕 집어 조 회장을 차기 동일인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15일 공정위가 직접 나서 한진의 동일인을 ‘직권 지정’하겠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동일인을 변경할 경우 통상 ‘OO 그룹 동일인은 XXX’라고 적시한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내는 게 기본인데 한진 측에서 낸 자료엔 이 내용이 빠졌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대기업의 서류 제출은 매년 연례행사다. 더구나 올해 조양호 전 회장이 숨진 뒤 동일인 지정이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진이 관련 내용을 누락한 건 한진 경영권 또는 상속과 관련해 여전히 내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영결식에서 조원태 한진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왼쪽부터)가 영정을 따라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영결식에서 조원태 한진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왼쪽부터)가 영정을 따라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한진이 제출한 자료에는 고 조양호 회장 지분을 어떻게 승계할지에 대한 상속계획도 빠졌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소유 현황을 보면 조원태 회장이 전체의 2.34%,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각각 2.31%와 2.30%를 보유해 지분 차이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최대 주주인 고 조양호 회장 지분(17.84%)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지가 관심사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同一人)은 대기업 집단을 규정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하는 ‘기준점’이다. 동일인을 기준으로 친족ㆍ비영리법인ㆍ계열사ㆍ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결정한다. 기업집단 소속회사 범위도 동일인 범위를 기준으로 확정한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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