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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그렇게 좋다는 노니, 왜 약으로 만든 건 없을까

중앙일보 2019.05.14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37)
연일 TV와 쇼닥터들이 노니 예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연일 TV와 쇼닥터들이 노니 예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연일 TV와 쇼닥터들이 노니 예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물간 브라질너트나 아로니아의 재림처럼. 해독작용이 뛰어나 염증 억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피부 재생, 면역력 강화, 항산화, 다이어트, 성인병 예방, 당뇨, 콜레스테롤, 암, 면역증진, 관절염에 효과적이라는 과대 허위선전은 여느 건강식품과 다르지 않다.
 
어떤 학문적,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종잇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파지급의 학술지에 엉터리 논문이 실렸거나 토착민의 구전으로 내려오는 주장에 불과한데도'라는 생각이다.
 
한편은 쇼닥터와 짠 건지 홈쇼핑과 동시 방영이 한창이다. 한 마디로 엉터리들의 온퍼레이드를 방불케 한다. 이 또한 한탕 하고는 유행으로 지나가겠지만 그 선전과 소비자의 호응도가 심상찮다. 이런 정도면 얼마 안 있어 주무부처의 단속이 미칠 것이 뻔해 보인다.
 
노니는 괌·하와이·피지 등 주로 남태평양 지역에 서식하는 열대식물로, 크기는 3~12m로 다양하다. 하얗고 작은 꽃을 피우며, 10~18cm 정도의 울퉁불퉁한 주먹 크기의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초록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하며 그 냄새는 역하고 맛이 쓰다. 옛날 원주민이 민간요법으로 쓰던 약재의 한 종류이다. 과일의 범주에 속하나 두리안보다 악취가 더 나고 맛도 없어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가루나 당분을 첨가한 주스 식으로 먹는다.
 
이런 요란한 효과에도 노니로부터 만든 신약은 없다. 회자되는 효능을 나타내는 성분이 없거나 있어도 함량이 적어 메이저 제약회사가 개발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 그냥 괴담으로 치부했던가. 선전처럼 그런 효과가 있었다면 이미 신약이 나왔을 텐데 아직 그런 소문은 듣지 못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의약품인 양 노니의 건강효과를 주장하는 회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사진은 FDA가 해당 회사에 보낸 경고장(Warning letter)이다. [사진 미국 FDA 홈페이지 캡쳐]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의약품인 양 노니의 건강효과를 주장하는 회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사진은 FDA가 해당 회사에 보낸 경고장(Warning letter)이다. [사진 미국 FDA 홈페이지 캡쳐]

 
이런 엉터리 건강식품의 소동은 한국뿐만 아닌 것 같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사이비 건강식품은 미국과 일본이 한 수 위다. 오래전 미국에도 노니의 허위 과대선전이 있었다. 벌써 십수 년 전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인 양 노니의 건강효과를 주장하는 회사들에 제재를 가했다. 부작용도 언급됐다. '과다섭취하면 복통, 설사, 구토 등이 발생한다. 특히 노니에는 칼륨이 많아 고혈압 환자와 신장 질환자에게는 피해야 할 음식이다'라고.
 
쇼닥터들이 주장하는 노니의 대표성분으로는 프로제로닌, 이리도이드, 스코폴레틴, 담나칸탈 등 생소한 단어를 들먹인다. 대체의학의 챔피언답게(?) 수많은 성분과 20가지가 넘는 항산화 물질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선전이다. 그런데 있다 치자. 중요한 것은 이들이 과연 우리 몸속 세포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하고 호흡작용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없애줄 것인가 하는 거다.
 
우리 몸은 그렇게 허술하지가 않다. 포도당도 아미노산도 들어가지 못하는 미토콘드리아 내막을 식물성분이 통과하여 효능을 발휘한다고? 이는 시험관과 인간의 몸속을 동일 시 하는 바보들의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도 노니 붐은 단명으로 끝날 것이 분명하다. 먹기가 거북하고 맛이 없고 검증된 효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필자가 매주 글을 싣는 중앙일보에 보내려고 써둔 원고다. 그런데 때를 놓쳤다. 식약처처럼 뒷북치듯 그리돼 버렸다. 엉터리들이 한탕 하고 먹튀 한 뒤에 마지못해 나서는 식약처가 이번에는 좀 기민(?)했다. 이달 초에 노니 제품에서 쇳가루가 나왔다는 발표와 함께 관련 업체에 제재를 가한 사건 말이다.
 
금속성 이물이 기준치 넘게 검출된 노니제품.[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금속성 이물이 기준치 넘게 검출된 노니제품.[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196개 인터넷사이트에서 있지도 않은 효능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허위·과대광고를 유형별로 보면 △항염·항암 등 질병 예방 및 치료 과장(152건)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 유발(15건)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부당한 표시(29건) 등이라 하고 사이트를 폐쇄하고 문제의 제품을 회수하라 했다. 그런데 물어보자. 사건의 진원지인 종편과 홈쇼핑에 대해서는 왜 책임을 묻지 않나. 쇼닥터는 어쩌고.
 
노니 관련 제품 중에는 현재까지 그 흔하디흔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받은 것조차 없다. 그런데도 왜 소비자는 그렇게 열광했을까. 방송국과 쇼닥터들의 부도덕한 공세가 작용한 탓일 게다. 언제까지 이런 사기 상술이 계속될 것인가. 식약처의 단속이 고맙기는 한데 항상 이들이 한탕 하고 난 후에 외양간 고치는 늑장대응에는 불만이 있다.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지만 최근에만 해독주스, 수소수가 그랬다.
 
관련 방송에 붙박이로 출연하는 쇼닥터들! 이런 사건이 터지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무식해서였는지 혹시나 양심을 판 건지를. 엉터리 선전에는 대개 동일인이 반복해서 나온다. 명망 있는 전문가가 출연을 사양해서인가 아니면 그들과 짠 건가. 그렇다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논리가 이들 세계에 성립하는 지도.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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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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