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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짓고 싶다면 그 지역 건축사 먼저 찾아가야

중앙일보 2019.05.14 09: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24)
주택을 짓기에 앞서 공인중개사와 함께 적당한 토지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사진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중앙포토]

주택을 짓기에 앞서 공인중개사와 함께 적당한 토지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토지이용계획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사진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전남 구례의 예술인마을 전경. [중앙포토]

 
안과 의사인 친구에게 진료를 받고 나서 잠시 차 한 잔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서울 근교에 주말 주택을 짓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지, 땅은 어떻게 사야 할지, 설계부터 인허가와 시공은 누구와 상의해야 할지 막막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듣는 내가 더 답답했다. 그래서 “자네 앞에 앉은 사람이 뭘 하는지 아느냐”고 하니 “건축사 아니냐”고 반문했다.
 
집을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먼저 공인중개사를 찾아가 적당한 토지를 알아보는 게 순서다. 토지가 마음에 든다면 그 땅에 원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지, 인허가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이때 건축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실 건축사 입장에서는 이런 문의가 부담스럽다. 땅을 소유하고 있든지, 아니면 땅을 매입하기로 결정한 경우라면 별 부담이 없다. 그러나 법적인 사항을 따져본 후 매입하겠다고 하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다. 행여 중요한 법규를 하나라도 놓쳐 땅을 매입한 후 인허가에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에 표시된 지역이나 지구에 대한 법적 검토를 끝냈다고 안심할 게 아니다. 법적인 문제는 해당 지자체의 여러 부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전원주택을 지어 지방으로 가려는 사람은 그 지방 건축사에게 해당 필지에 대한 법적 검토를 의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지자체마다 조례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토지 매입 시점부터 건축사 조언 필요
주택을 지을 때 마을에서 현황도로를 진입도로로 사용할 경우엔 미리 도로의 소유주를 확인해봐야 한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 남양주택단지 전경. [중앙포토]

주택을 지을 때 마을에서 현황도로를 진입도로로 사용할 경우엔 미리 도로의 소유주를 확인해봐야 한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 남양주택단지 전경. [중앙포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진입도로다. 마을에서 오랜 세월 주민들이 사용해 온 ‘현황도로(지적도상에 도로로 표기돼 있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를 말함)’ 안쪽에 있는 필지를 샀다면 난감해진다. 현황도로를 진입도로로 사용할 경우 미리 도로의 소유주를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소유주가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인지 타지 사람인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과거에 그 도로를 진입도로로 인정받아 건축행위가 있었는지, 그때 현황도로와 관련된 문제는 없었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건축사보다 토목설계사무소에서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 토목 사무소에서 이러한 문제를 알아보고 필지를 구매한 후 건축사를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도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그 필지가 건축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으니 일단 건축사와 상의하면 건축사와 연계된 토목사무소의 협조를 받아 복합적으로 검토가 가능하다. 토지 매입과정에 공인 중개사와 세무사, 법무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건축사의 조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8 부산건축인테리어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이동식 목조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시공사는 각각 목조, 스틸하우스, 철근콘크리트 등 시공 전문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건축사를 먼저 만나보길 추천한다. [중앙포토]

2018 부산건축인테리어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이동식 목조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시공사는 각각 목조, 스틸하우스, 철근콘크리트 등 시공 전문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건축사를 먼저 만나보길 추천한다. [중앙포토]

 
우여곡절 끝에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 상당수는 시공사를 만나 공사비가 얼마 들고, 어떤 구조로 집을 지을지 알아보려고 한다. 주택 시공 업체들은 대체로 회사 규모가 작다. 게다가 목조주택, 스틸하우스, 철근콘크리트 등 구조에 따라 시공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 각각의 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고 공사비의 차이도 생긴다.
 
건축주가 생각하는 주택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구조방식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자는 자신의 전문분야로 집의 구조를 몰고 갈 수 있다. 공사비, 시공 기간, 유지관리 등을 주관적 기준으로 이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시공사와 어느 정도 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하러 오는 경우 건축사는 디자인에 제약을 받게 된다. 이는 건축주에게 불리한 결과로 귀결된다.
 
시공사 선정 전에 건축사에 설계 의뢰해야
건축사가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적절히 반영한 기본설계가 완성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세부적인 설계가 시작된다. 건축의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구조설계, 기계설비설계, 전기설비설계, 토목설계, 에너지 설계, 소방, 통신설계, 환경설계, 조경설계, 인테리어 설계 등이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건축사는 이 모든 설계를 조율하고 진행한다.
 
건축 허가 신청 주체는 건축주이지만 대체로 건축사가 인허가 협의를 진행하고 허가 절차를 대행한다. 설계 도면대로 공사가 잘 진행되는지 현장 감리하는 사람도 건축사다. 집이 완성돼 사용검사 과정에서도 건축사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렇게 집을 짓는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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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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