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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개그맨 제치고 100만 유튜버···무명 개그맨의 반란

중앙일보 2019.05.14 06:55
최근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을 운영하는 개그맨 손민수와 임라라. 벽에 그림자가 비쳐 또 한 커플의 모습이 보이자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근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을 운영하는 개그맨 손민수와 임라라. 벽에 그림자가 비쳐 또 한 커플의 모습이 보이자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강유미ㆍ김준호ㆍ유병재…. ‘개그맨 유튜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다.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구독자 54만명)이나 ‘얼간 김준호’(47만) ‘유병재’(61만) 등 이들의 유튜브 채널은 모두 TV 예능 프로그램에 몇 차례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엔조이커플’의 손민수·임라라 커플
각각 ‘코미디 빅리그’ ‘웃찾사’ 출신
‘헤어질 각오하고 하는 장난’ 등 인기
김준호·강유미 등 기성 개그맨 넘어서

하지만 진짜 강자는 따로 있다. SBS ‘웃찾사’를 통해 연인이 된 한으뜸ㆍ장다운 커플이 운영하는 '흔한남매'(111만명)나 2014년 tvN ‘코미디 빅리그’와 이듬해 ‘웃찾사’를 통해 차례로 데뷔한 손민수ㆍ임라라 커플이 운영하는 ‘엔조이커플’(103만명)이 바로 그 주인공. 특히 ‘엔조이커플’은 채널 개설 2년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해 무명 개그맨의 반란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힘들게 데뷔하니 개그 프로 폐지”
최근 서울 삼성동의 CJ ENM 다이아TV 사무실에서 만난 손민수(29)·임라라(30)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13년 경기 일산의 개그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데뷔 후 연인으로 거듭났다. 이제 5년 차 커플이자 사업 동반자가 된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 채널을 사랑해준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경기 일산의 개그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나 5년차 커플 유튜버가 된 손민수와 임라라. [사진 유튜브]

경기 일산의 개그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나 5년차 커플 유튜버가 된 손민수와 임라라. [사진 유튜브]

“개그맨만 되면 정말 웃길 자신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었어요. 시청률이 낮은 건 둘째치고, 개그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니 정말 갈 곳이 없어서 시작한 거예요. 개그맨들도 대기실에 나란히 앉아서 유튜브를 보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임라라)  
 
마음은 먹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커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행여 딸의 앞날에 낙인이 찍힐까 걱정했던 어머니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된다”며 결사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PC방ㆍ호프집부터 헬스 트레이너ㆍ텔레마케터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이들은 결국 도전에 나섰다. “한달 월급이 30만~40만원 정도였어요. 둘이 카페 가서 커피 두 잔 사 먹을 돈도 없어서 영화관 라운지 같은데 앉아서 회의했어요. 거긴 공짜잖아요. 그렇게 데이트한다고 만나서 떠들다 보면 아이디어는 쏟아지는데, 한번 해보자고 설득했죠.”(손민수)
 

드라마 ‘SKY 캐슬’에 등장하는 배우 20명 성대모사에 도전한 개그맨 손민수와 임라라. [사진 유튜브]

드라마 ‘SKY 캐슬’에 등장하는 배우 20명 성대모사에 도전한 개그맨 손민수와 임라라. [사진 유튜브]

 
채널명 엔조이커플은 “눈치 보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즐기면서 사랑하자”는 취지. ‘엔조이(enjoy)’란 단어가 ‘사랑 없이 육체적 관계만 즐긴다’는 뜻으로 오용된 탓에 부정적 시선도 있었지만 “이참에 바꿔보자”고 관철했다. 덕분에 10~20대 사이에선 이제 유튜브 크리에이터 ‘엔조이커플’이 ‘엔조이’보다 더 유명한 단어다. 
 
“다른 커플도 이렇게 장난 칠까 궁금”
이들은 개그맨답게 평소 서로에게 장난치는 모습을 그대로 영상에 담았다. 과연 ‘다른 사람들도 이런 장난을 칠까’ 하는 궁금증이 모티브가 됐다고. ‘헤어질 각오하고 하는 장난(헤각장)’이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엘리베이터 안 방귀 몰카’가 조회 수 898만회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게임을 하는 남친 모니터 끄기처럼 ‘센 장난’은 물론 드라마 ‘SKY 캐슬’ 주ㆍ조연 20명 성대모사 등 센스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콘텐트가 수두룩하다.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직접 따라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과자로 만든 가짜 귓밥 먹기 등 도전하기 쉬운 장난을 많이 해요. 최근 남편과 소원했는데 몰카를 계기로 다시 사랑이 샘솟는다는 댓글을 보고 엄청 뿌듯했어요.”(임라라) 손민수는 “평소엔 더 심한 장난도 많이 친다”며 “라라가 싫어하거나 둘 중 한 명이 이상하게 나와서 못 올리는 것도 많지만 라라가 재밌어하는 모습을 또 보고 싶어서 자꾸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체대에서 단련한 체력으로 ‘힘라라’라 불리는 임라라는 손민수를 번쩍 업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체대에서 단련한 체력으로 ‘힘라라’라 불리는 임라라는 손민수를 번쩍 업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개그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한축은 연애다. 커플 유튜버의 일상을 담다 보니 ‘먹방’이나 ‘알쓸연잡’(알아두면 쓸데많은 연애잡담)’ 시리즈도 인기가 많은 편. 귀여움과 애교를 담당하고 있는 손민수는 달달한 사랑꾼 면모를 보이고, 박력과 카리스마를 맡고 있는 임라라는 걸크러시한 모습을 자랑한다. 배우 김민희의 “먹는 거요? 귀찮아요” 같은 다이어트 명언에 “나처럼 부지런하게 좀 살라 그래”라는 ‘먹언’으로 맞서는 식이다.  
 
이화여대 체대를 나온 임라라는 “어릴 때부터 운동하며 키워놓은 위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지만, 이제는 다 살로 가기 때문에 자제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디저트의 비중이 그렇게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디저트를 먹으며 행복감이 올라가고 텐션이 오르는데 그 정도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거 아닌가요?” (손민수) 임라라는 “그동안 연애하며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서라도 손민수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개그계의 최수종이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코미디 죽은 것 아냐…후배들 돕고파”
웬만한 먹방 크리에이터보다 더 좋은 먹성을 자랑하는 임라라. ‘먹언 사전’으로 유명하다. [사진 유튜브]

웬만한 먹방 크리에이터보다 더 좋은 먹성을 자랑하는 임라라. ‘먹언 사전’으로 유명하다. [사진 유튜브]

아이디어 회의도 같이하고 편집도 절반씩 나눠 하는 이들이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개그에 대한 방향은 조금 달랐다. 임라라는 전공을 살려 운동과 개그를 접목한 콘텐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서 체대에 갔는데 문화기획 동아리에 들어가고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면서 MC를 도맡았어요. 사실 아이돌 연습생 제안도 많이 받고, 아나운서도 하고 싶었는데 ‘빽’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해서 접었거든요. 근데 마이크를 잡으니 숨겨온 끼가 표출된 거죠. 모든 경험은 언젠가 쓰이기 마련인데 다 같이 웃으며 운동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저 헬스 트레이너 할 때도 회원님들한테 인기 많았거든요. 채널 이름도 벌써 정해놨어요. ‘임라라랜드’라고.”
 
손민수 역시 지난해 말 슈퍼스타 민수라는 뜻의 ‘xiuxiu슈슈’ 채널을 개설해 둔 상태다. “바빠서 아직 영상을 올리진 못했지만 개그맨 손민수로서 풀고 싶은 개그도 많거든요. 저는 게임도 좋아하고 병맛 코드도 좋아하는데 엔조이커플과는 잘 안 맞더라고요.” ‘코미디의 위기’라는 말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저었다. “절대 코미디가 죽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넷플릭스를 봐도 스탠딩 코미디가 잘 되고 있고, 유튜브에서도 웃긴 영상이 인기잖아요. 다만 공개 코미디가 너무 오랫동안 계속 봐온 그림으로 굳어져서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해지긴 한 것 같아요. 녹화 날짜와 방송 시간으로 인한 딜레이도 있고. 그렇지만 유행은 돌고 돌기 때문에 다시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웃방(여친을 웃게 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개그맨 손민수. [사진 유튜브]

‘여웃방(여친을 웃게 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개그맨 손민수. [사진 유튜브]

이들의 결혼 소식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당초 100만 공약으로 결혼을 이야기했던 터였다. 임라라가 “아직은 일을 더 하고 싶지만 200만이 되면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자, 손민수는 “더 빨리해야 한다”며 보챘다. “얼마 전에 라라네 집에 놀러 갔는데 어머님께서 10첩 반상을 준비해 주셨더라고요. 삼계탕이 닭 다리 사이로 전복을 품고 있는데 울컥했어요. 그동안은 고생만 시켜서 괜히 주눅 들고 죄인 모드였는데 이제 인정해주시는구나, 우리도 성공했구나 싶어서요. 라라랑 결혼해서 ‘엔조이부부’도 계속하고, 예전 저희처럼 기회가 없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손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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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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