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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쏙쏙 피해다닌 도둑, 생각도 못한 영상에 걸렸다

중앙일보 2019.05.14 06:00
지난 3~4월 경기도 성남중원경찰서엔 비상이 걸렸다. 한 달 사이에 성남시 중원구 일대 주택 6곳에서 잇따라 절도 사건이 발생을 한 것이다. 늦은 시간, 그것도 빈집만 골라 범행을 한 탓에 동일범의 소행으로 여겨졌다. 경찰은 피해를 본 주택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를 분석하는 한편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벌어진 일인 데다 CCTV 사각지대만 골라 이동한 범인의 치밀한 행각에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차량용 블랙박스 [중앙포토]

차량용 블랙박스 [중앙포토]

이때 피해 장소 일대를 샅샅이 뒤지던 경찰의 눈에 주차된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주민 A씨가 세워둔 차였다. A씨의 차량 블랙박스엔 물건을 훔친 뒤 유유히 집 밖으로 나오던 정모(58)씨의 얼굴이 뚜렷하게 찍혔다. 경찰은 정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혀 잡혀
경기남부청 검거 보상금 지급
지난해 15건, 올 초엔 2건

경찰은 정씨를 구속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블랙박스 영상 제공자 A씨에게 감사장과 신고보상금 20만원을 수여했다. 
 
범죄 현장 블랙박스 동영상에도 검거보상금   
교통사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차량에 설치한 블랙박스가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CCTV 사각지대까지 비추면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까지 해결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차량용 블랙박스의 치안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범죄자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블랙박스 동영상 제공자에게 검거보상금을 지급하고 '우리 동네시민 경찰'로 선정하기로 했다.
1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 1~3월 신고보상금을 지급한 사건은 모두 102건이다. 이중 CCTV 등 영상 제공으로 신고보상금을 받은 경우는 12건인데 2건이 블랙박스 제공이었다.
지난해 신고보상금을 지급한 632건 중 15건도 블랙박스 영상과 관련된 것이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신고보상금 지급을 위해 올해도 2억4680만원의 예산을 마련한 상태다.  
 
신고보상금은 범인 검거나 테러예방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다. 범인의 신원이나 범행을 입증할 증거물 등을 제출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상금 심사위원회를 열고 지급액을 결정한다. 피해 규모가 심각하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는 법정형에 따라 지급 기준액이 달라지지만, 영상 제공의 경우 최소 3만원에서 최대 27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혐의의 사건 영상이라고 해도 얼마나 수사에 기여를 했는지에 따라 보상금 심사위원회가 결정한 보상금 규모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블랙박스, CCTV보다 화질 좋고 사각지대도 좁아 
물론 경찰이 수사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CCTV다. 하지만 멀리서 녹화를 하기 때문에 용의자의 얼굴이 구분되지 못할 정도로 화질이 좋지 않거나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반면 차량용 블랙박스는 기술 발달로 화질도 CCTV보다 좋고 여러 대의 차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사각지대도 좁아진다. 
실제로 지난 3월 경기도 안산시에선 20대 여성이 편의점 앞에서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CCTV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용의자의 모습은 편의점 앞에 주차된 차량 블랙박스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절도 혐의로 이모(55)를 입건했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블랙박스 동영상을 제공하는데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흔쾌히 협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개인 소유'라며 '영장 등을 가져오면 협조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 제공에도 신고보상금 제도를 활용하고 '우리 동네 시민 경찰'로 포상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 제공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치안의 좋은 사례"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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