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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중 엔드게임에서 살아남기

중앙일보 2019.05.14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됐다. 최종병기 3000억 달러 관세 리스트가 곧 나온다. 중국은 장기 항전을 선언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피 말리는 엔드게임(Endgame)이 시작됐다.
 
지난 1일 베이징 10차 협상은 순조롭게 끝났다. 곧 반전이 일어났다. 중국 지도부가 협상안을 검토하는 자리에서다. “양보가 지나치다”며 강경파의 불만이 류허 부총리에게 쏟아졌다. 보조금 삭감에 기득권을 위협받은 국유기업 간부의 반대가 거셌다. 국내법 개정을 주권 침해로 여긴 시 주석이 “이후 발생할 모든 (긍정·부정적) 책임은 내가 진다”며 결정했다고 전한다. 이어 합의를 번복한 협상문 초안이 외교 케이블로 워싱턴에 전달됐다. 트럼프는 주저 없이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글로벌 아이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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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이 나섰다. 시 주석의 육성을 대변하며 “중국은 당의 굳건한 리더십이 있다”며 체제 우월론을 내세웠다. “모래알 같은 미국 통치집단과 비교할 때 제도의 우세가 분명하다”는 시 주석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후 총편은 “중국은 전쟁과 협상을 병행한 경험이 풍부하다”며 “미·중간 전형적인 사례는 한국전쟁 후반기”라고 했다. 휴전 협상과 국지 전투를 3년간 계속했던 과거사를 들춰냈다. 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희토류, 미국 국채,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제재라는 세 장의 킹 카드가 있다”며 필승을 자신했다.
 
미국은 뉴욕타임스가 9일자에 “시 주석은 미·중 관계를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며 비난했다. 닉슨과 핑퐁 외교를 펼쳤던 마오쩌둥, 카터와 수교를 맺은 덩샤오핑, 미국 경제학자를 초청해 정책을 자문했던 후야오방·자오쯔양, 미국의 환심을 사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장쩌민, 공자학원을 보급하는 등 미국을 교묘하게 요리했던 후진타오와 달리 시 주석은 반미만 외치며 미국에 도전했다고 지적했다. 1950년대 말 소련에 도전했다 실패했던 마오쩌둥의 사례도 언급했다.
 
미·중 충돌은 글로벌 분업 구조를 깨뜨리면서 일자리 전쟁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기업이 하위 산업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실업률이 급증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손보며 기업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나선 이유다. 실크로드를 따라 팽창에 나서는 중국은 대미 수출이 막혀 외환 공급이 끊기면 1억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자리 고갈은 한국에 이미 발등의 불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글로벌 ‘초격차’ 기업을 키우고, 외국 기업도 유치해야 한다. 친(親)기업형 국가 개조만이 미·중 엔드게임 시대에 살아남는 길이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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