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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노인 주행테스트…일본은 치매검사 필수

중앙일보 2019.05.14 00:05 종합 5면 지면보기
[이슈추적] 고령운전자 300만 시대 
고령운전자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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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 면허 소지자는 315만8254명이다. 운전면허 소지자의 10%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매년 증가한다. 2038년에는 134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 자료).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고령 이유로 운전 제한은 없어
나이 들수록 신체 검사 기준 강화
한·일만 노인 면허 반납제 운영

또 노인의 43%가량이 운전면허를 갖고 있고, 18.8%가 운전을 한다. 70대의 33.8%, 65~69세의 31.7%가 운전을 한다. 80~84세의 4.6%, 85세 이상의 1.7%가 핸들을 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신체 기능에 제한을 받는 노인의 3.8%도 운전을 한다고 답했다(2017년 노인실태조사). 노인 중 운전을 중단한 사람이 10.5%에 불과하다. 노인 운전 사고는 고령화 시대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노인 운전을 제한할 수 있을까. 부산시 연제구 김모(74)씨는 “중한 교통사고를 내면 운전면허가 취소되지 않느냐”며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분의 조처를 하는 게 맞지 노인이라고 무조건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은 과한 규제”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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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동권을 강조한다. 그는 또 “고령일수록 걷기가 힘든데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은 개인 사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능력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운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개인택시 기사 김모(73)씨도 “제주는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농어촌이 특히 불편하다.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운전대를 잡고 있는 농어촌 노인의 비율이 도시보다 3.3%포인트 높다.
 
직업선택권과도 관련돼 있다. 제주 개인택시 기사 김씨는 “1965년부터 지금까지 50년 이상 무사고 운행을 하고 있다. 젊은 운전자보다 나처럼 연배가 있는 기사가 노련하고 안전하게 운전한다”며 “집에서 놀 수도 없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선진국도 고령이라고 운전을 제한하는 데는 없다. 미국·유럽·호주 등에서는 신체검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주(州)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일정 나이가 되면 면허 갱신 기간을 단축하고, 시력검사·주행테스트 등을 실시한다. 미국 35개 주에서는 8시간 안전교육을 받으면 차 보험료를 할인한다.
 
한국처럼 면허 반납제를 운영하는 데도 일본밖에 없다. 98년 처음 도입했고, 반납하면 20만원 수준의 교통 바우처(이용권) 또는 승차권을 제공한다. 지자체에 따라 온천 숙박료나 수퍼마켓 할인, 신용금고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추가한다. 면허증 반납은 2015년 기준 28만5514건으로, 10년 전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자진 반납 제도 초기엔 이른바 ‘장롱면허증’이 주로 나왔다. 면허증 반납제 이후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분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면허증 갱신 기준을 강화했다. 70~74세 고령자는 면허증 갱신 때 안전운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초기치매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70세 미만 운전자의 면허증 갱신 주기가 5년, 70세는 4년, 70세 이상은 3년이다. 교통 위반 전력 있으면 무조건 3년이다(『고령자 운전규제에 관한 법적 고찰』, 백옥선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정명철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노인의 면허를 자진 반납하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고 본다. 노인 안전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하지만 강제성을 띠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상재·이에스더·이은지·최충일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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