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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최저임금·주52시간 뒤치다꺼리 언제까지…

중앙일보 2019.05.14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서울·경기 등 전국 11개 광역단체의 노선 버스 동시 파업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의 한 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기 등 전국 11개 광역단체의 노선 버스 동시 파업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의 한 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1만원과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는 그동안 고용시장을 뒤흔든 현 정부의 국정과제다. 그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공약이행에 쫓겨 속전속결 시행
일자리 줄고 자영업 줄폐업 역풍
버스분규로 시민 발까지 묶일 판
시행 먼저, 해법은 나중 … 혼란 자초

이 장관은 최저임금 심의에 대해 “합리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스 분규에 대해선 “국토교통부, 해당 지자체와 요금현실화 등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찾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속 시원한 대안은 안 보인다.
 
두 사안은 현 정부 들어 준비 없이 질러댄 정책이란 비판을 받았다. 경제나 시장에 미칠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공약실천에 쫓겨 속전속결로 시행했다. 시행하자마자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 폐업 같은 강력한 지진을 유발하더니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 금이 간 시장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버스 분규처럼 때론 우왕좌왕하며 방치하다 화를 자초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시 합리성·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시 합리성·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합리성 따지기 시작한 최저임금=이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에 공익위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전문성과 중립성을 기준으로 위촉하겠다”고 말했다. 주무 장관이 굳이 공익위원의 역할을 강조한 이유는 뻔하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공익위원이 주도했다. 그들이 금액을 제안하고, 표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느닷없이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이전까지는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일렬로 늘어놨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값)을 기준으로 삼았다. 평균임금은 수억원대 임금을 받는 사람부터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까지 모든 임금을 합산해 전체 근로자의 근무 일수로 나눈 값이다. 기준점을 확 올린 셈이다. 기준까지 변경한 끝에 10.9% 올렸다. 공익위원들은 지난 3월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시장은 아우성이다. 없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청년은 아르바이트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다급해진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었다. 정부가 개입해 민간 근로자의 임금을 대주는,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제도다.
 
그래도 효과가 미심쩍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꾸려 했다.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쟁에 몰두한 정치권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심의를 더 미룰 수 없게 됐다. 결국 현행 법체계에 따라 심의를 진행키로 했다. 8월 말까지 내년 예산 편성 시안을 짜야 하는데, 예산의 상당 부분이 최저임금과 연계돼 있어서다.
 
정부는 최저임금 심의 때 고용영향, 경제지표 등을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산정 근거도 공개한다.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춤추는 기준을 확립하는 한편 경제 현실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토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의 이런 노력은 늦었지만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향후 심의 과정에 먹힐지는 미지수다. 노사간 샅바싸움 형태로 진행되는 탓에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노사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 노동계는 “노동정책이 후퇴했다”며 벼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얼마나 시장 친화적 사인을 보내고 중재하느냐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버스사태 이어 연말 대입업무 대란 오나
 
◆1년간 손 놓고 있다 지자체에 떠넘기기=예전엔 노선버스나 방송업, 교육서비스업은 근로시간의 구애를 안 받았다. 이른바 특례 업종이다. 그러다 근로시간단축이 시행되면서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혼란이 불가피했다. 정부가 올해 7월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둔 까닭이다.
 
지난해 5월 31일 국토부와 고용부, 버스 노사는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했다. 임금보전과 신규채용을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정부가 약속했다. 부속합의서에는 ‘노선버스 운임체계 현실화 등 적정수입구조 확보 방안을 2018년 12월 31일까지 마련한다’고 했다. 정부가 1년 전에 주52시간 시행에 따른 요금현실화와 같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이번 파업은 주52시간제와 관련이 없다”고 한 것과 배치된다. 합의서에 서명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버스 요금 책정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고 떠넘기는 태도가 비판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합의서는 이행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고용부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원을 충원할 경우 인건비(월 최대 100만원)와 임금보전비(월 최대 40만원)를 지원하는 일자리 정책을 버스업계에 적용했을 뿐이다. 버스 노조는 결국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도·방송제작 등으로 초과 근로가 많은 방송에 대해서도 정부는 유연근로제 확대를 독려하는 수준으로 대처하고 있다. 교육서비스업의 초과근로는 대입 전형기(10월~이듬해 1월)에 많다. 정부는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학은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사업계획조차 못 짜고 있다. 버스 사태처럼 연말에 대학 사정 대란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단축 같은 고용정책에 대해 "제도를 만들고 적용하면서 제도로 정리를 못 하고 있다. 그래서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된다. 그 비용은 이해당사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제도 성립 전에 해법부터 다듬어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그런데 정부조차 우왕좌왕하니 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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