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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리하고 논문 주저자 된 교수 자녀…무너진 연구윤리

중앙일보 2019.05.13 17:00
교육부 조사에서 미성년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리면서 논문 실적을 떠먹여준 교수 87명, 논문 139건이 적발됐다. 대학 자체 검증에서 연구부정으로 판정된 것은 12건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나머지 논문들도 검증이 부실한 것으로 보고 재검증을 요구했다. [중앙포토]

교육부 조사에서 미성년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리면서 논문 실적을 떠먹여준 교수 87명, 논문 139건이 적발됐다. 대학 자체 검증에서 연구부정으로 판정된 것은 12건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나머지 논문들도 검증이 부실한 것으로 보고 재검증을 요구했다. [중앙포토]

 포스텍(포항공대) A교수는 미성년자 자녀를 논문의 제1저자(주저자)로 올렸다가 교육부 조사에서 적발됐다. 교수 주장에 따르면 주저자로 이름을 올린 자녀가 맡은 역할은 전체 개요와 참고문헌 정리였다. 영어를 잘해서 영문 교정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포스텍은 자체 검증에서 해당 논문을 연구 부정으로 결론 내렸다. 그 정도의 역할만으로 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교수 미성년 자녀 논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건 논문에서 연구 부정이 확인됐다. 가톨릭대·경일대·서울대·청주대·포스텍 등 5개 대학에서 7명의 교수가 자녀 8명을 논문 저자로 올렸다. 포스텍 A교수의 사례처럼 교수들은 저마다 자녀가 논문에 실제로 기여했다고 주장했지만, 논문 저자라고 볼만한 기여도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대 B교수는 고교생인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 3건이 연구 부정으로 판정됐다. 교수 측은 한 논문은 자녀가 다니던 학교(과학고)의 연구과제 프로그램 일환으로 연구에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당시 학교의 연구과제 주제와 실제 발표된 논문의 주제가 달랐다. 교육부는 이 논문이 사실상 과학고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논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2건의 논문에 대해서도 교수 측은 자녀가 논문의 가설을 만드는 데 기여했거나 쥐 실험에서 약물을 투여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대와 교육부는 저자 자격을 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 아니라고 봤다.
교수들은 자녀가 실험에 참여하거나 연구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근거가 없거나 저자라고 보기에 부족할 경우에는 연구 부정으로 판정됐다. [중앙포토]

교수들은 자녀가 실험에 참여하거나 연구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근거가 없거나 저자라고 보기에 부족할 경우에는 연구 부정으로 판정됐다. [중앙포토]

 
 앞서 교육부는 지난 10년간 87명의 교수가 139건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각 대학에 검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각 대학 자체 검증에서 연구 부정으로 판정한 논문은 1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127건은 대학이 연구 부정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이 연구 부정이 아니라고 판단한 127건 중 85건은 검증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재검증을 요구했다. 윤소영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논문 부정에 대해 끝까지 검증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재검증 이후 연구 부정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 자녀가 논문 실적을 대입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연구 부정으로 확인된 논문 12건에 관련된 학생 8명 중 6명은 해외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은 국내 대학에 갔다. 교육부는 해외 대학에는 연구 부정 사실을 통보할 계획이다. 
 
 국내 대학의 경우 1명(청주대 교수 자녀)은 2015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했지만 대입에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명(서울대 교수 자녀)은 2009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는데, 대입 활용 여부를 조사 중이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논문은 2014년부터 학생부에 기록할 수 없고 자기소개서에도 쓸 수 없게 돼 있어 이후 입학한 학생은 논문 실적이 입시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 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복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 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르면 연구 부정에 대한 검증 책임은 대학에 있다. 그래서 대학 자체 검증이 교수 봐주기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윤소영 과장은 “대학의 자체 검증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6월부터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적발 건수가 많거나 조사결과가 부실해 신뢰도가 의심되는 대학 등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강릉원주대·경북대·국민대·경상대·단국대·부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세종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중앙대·한국교원대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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