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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하라·모리타니·말리···한국인 여성, 여행자제 지역 쭉 훑었다

중앙일보 2019.05.13 16:36
페이스북에 올라온 장씨 여정…말리 등 경보 지역 6개국 여행 
미국 여성(왼쪽위)과 한국인 장모씨(왼쪽 위 두번째)가 지난 3월말 서아프리카 세네갈을 방문해 현지 음식을 먹고 있다.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미국 여성(왼쪽위)과 한국인 장모씨(왼쪽 위 두번째)가 지난 3월말 서아프리카 세네갈을 방문해 현지 음식을 먹고 있다.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프랑스군에 구출돼 파리로 온 40대 한국 여성 장모씨의 여행 일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부 파악됐다. 장씨는 지난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도착한 이후 미국인 여성 D씨와 함께 2개월 가량 서아프리카 등을 여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로코에서 시작해 서사하라, 모리타니, 세네갈을 거쳐 납치범들이 그들을 데려가려 했던 말리도 이미 다녀왔다. 미국 여성 D씨는 이같은 여정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상세히 올려놨다. D씨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게재했는데, 장씨와 함께 찍은 사진들도 담겨 있었다. 미국 여성 D씨는 장씨와 함께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풀려났던 미국인 1명으로 추정된다.
  

동행 美 여성, 아프리카 여행기 올려
장씨와 찍은 사진도 여러 장 등장
'체험 여행' 하듯 버스에 도보 이동

미국 여성 D씨(오른쪽)와 한국인 장씨가 모로코에서 서사하라까지 이동하는 버스 앞에서 찍은 사진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미국 여성 D씨(오른쪽)와 한국인 장씨가 모로코에서 서사하라까지 이동하는 버스 앞에서 찍은 사진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미국 애리조나주에 사는 중년 여성 D씨는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남부 도시 아가디르에서 오후 8시 버스를 타고 다음 날 오후 4시에 서사하라 다클라에 도착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버스정류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장씨와 D씨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두 사람은 모로코를 떠나 바로 아래 서사하라로 향했다. 외교부 여행경보 상 모로코는 ‘여행 유의’ 지역이다. 서사하라는 황색 경보인 ‘여행 자제’ 지역인데, 일부 지역은 적색 경보인 ‘철수 권고'로 분류돼 있다. 철수 권고는 ‘여행 금지’ 바로 아래 단계다.
아프리카 여행 중인 한국인 장씨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아프리카 여행 중인 한국인 장씨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D씨 등은 서사하라 관광을 마치고 모리타니로 향했다. 택시를 빌려 여러 명이 함께 이동했는데, 중간에 모래 더미에 차량이 빠진 모습도 보인다. 모리타니는 적색 경보인 철수 권고 지역이다. D씨는 2월 28일 포스팅에서 “택시에서 12시간 동안 여행했는데 모리타니 국경을 통과하는 게 너무 위험했다"고 적었다.

 
모리타니 수도 뉴왁쇼트에 도착한 다음날 먼지 바람을 뚫고 남서부 도시로 이동한 이들은 현지 가정이나 식당 등에서 주민들과 음식을 함께 먹으며 ‘현지 체험’을 연상케 하는 일정을 보여줬다. 흙길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촬영했고, 유네스코가 유산으로 지정한 국립공원과 기니와의 국경에 있는 폭포도 둘러봤다.
세네갈 레트바 호수를 가기 위해 차량 뒤에 탑승한 장씨(왼쪽 두번째)와 D씨(오른쪽 두번째)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세네갈 레트바 호수를 가기 위해 차량 뒤에 탑승한 장씨(왼쪽 두번째)와 D씨(오른쪽 두번째)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3월 3일 D씨는 모리타니의 서남쪽 세네갈로 이동했다. 수도 다카르에서 미용실에 들린 사진을 올려놨다. 현지 주민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시장 등을 방문한 D씨는 같은 달 8일 다카르에서 29㎞ 정도 떨어진 레트바 호수로 관광을 간다. 호수로 이동하는 차량에 장씨가 함께 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들은 다음날 수산시장을 방문한 뒤 다카르에서 떨어진 고레섬을 찾았다. D씨는 이 섬이 유럽과 미국으로 가는 아프리카인 노예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라고 적었다. 장씨와 D씨는 이곳에서 현지 젊은 여성들과 사진을 찍었다. 특히 D씨가 현지인 거주지나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과 어울리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D씨는 오토바이 가게에서 일하는 세네갈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사진을 찍었는데, 장씨가 찍어줬을 가능성이 있다.
아프리카 여행 중 버스를 타고 있는 미국인 여성 D씨(오른쪽)와 장씨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아프리카 여행 중 버스를 타고 있는 미국인 여성 D씨(오른쪽)와 장씨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3월 25일 두 사람은 말리로 향했다. 국경을 넘어 수도인 바마코에 도착했다. 말리 역시 전국이 외교부가 정한 철수 권고 지역이다. D씨가 올린 말리의 수도 바마코의 풍경은 비교적 평화로워 보였다. 이들은 시장에 과일을 머리에 이고 나가 파는 여성이나 잠든 아이를 업은 여성의 모습 등을 사진으로 남겼다. 말리 국립 동물원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장씨 등을 납치한 무장세력 ‘카티바 마시나'는 말리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장씨 등은 납치되기 이전에 이미 말리에 다녀왔다.
적생경보지역인 말리에서 군복 차림의 남성과 사진을 찍은 장씨(왼쪽)와 D씨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적생경보지역인 말리에서 군복 차림의 남성과 사진을 찍은 장씨(왼쪽)와 D씨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일주일가량 말리에서 보낸 이들은 지난 4월 2일 국경을 넘어 부르키나파소로 향했다. 우리 정부는 부르키나파소 북부에는 철수 권고를,  남부에는 여행자제를 발령해 놓고 있다. 

 
이들은 현지인이 주로 타는 버스를 이용했다.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 담았다. D씨는 “문화와 종교를 넘어서 봐야 한다. 나는 버스나 지역 기차를 타고 여행하거나 도로를 걷는 것을 즐긴다. 현지인과 함께 여행하는 게 참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장씨도 D씨와 여정을 함께 하며 아프리카인의 삶을 경험하는 모습이었다.
 
부르키나파소 남부에서 수도인 와가두구로 이동하면서 D씨 등은 현지인들과 맥주를 함께 마시거나 아이들을 안고 사진을 찍었다. 4월 12일 D씨는 부르키나파소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페이스북 댓글에 “베냉으로 가는 길"이라고 소개했다. 외교부는 이들이 이날 납치됐다고 밝혔다. 매일 게시물을 올리던 D씨의 소셜미디어도 이 때 이후로 조용해 졌다. 
 
미국인 D씨가 아프리카 현지 아이들을 안고 있다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미국인 D씨가 아프리카 현지 아이들을 안고 있다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이번에 구출된 프랑스인 2명은 지난 1일 베냉 북쪽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실종됐다. 장씨와 D씨도 부르키나파소 국경 부근에서 베냉으로 버스를 타고 가다 습격한 괴한들에게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씨는 세계 여행을 계획하고 1년반 전에 출발했다고 외교부 측은 밝혔다. 아프리카로 건너간 지난 1월 모로코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두 사람이 어디에서 언제 처음 만나 탐험 수준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을 보면 이들은 여행 가방을 따로 들지 않고 배낭이나 가방을 짊어진 채 여행을 했다. 먼지가 날리는 흙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아프리카 여성과 포즈를 취한 장씨(왼쪽)와 D씨(오른쪽)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아프리카 여성과 포즈를 취한 장씨(왼쪽)와 D씨(오른쪽)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오지에서 현지인의 생활을 몸소 체험하는 이색 여행에 나섰지만 두 사람의 행선지는 여행하기에 위험이 따르는 경보 대상이었다. 28일가량 억류돼 있는 동안 장씨는 초기 2주간 식사를 못 할 정도 충격을 받았다고 외교부 측이 설명했다.

 
 
아프리카 6개국을 도는 동안 장씨(왼쪽)와 D씨(오른쪽 세번째)는 현지인들과 적극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아프리카 6개국을 도는 동안 장씨(왼쪽)와 D씨(오른쪽 세번째)는 현지인들과 적극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여성 D씨 페이스북 캡처]

파리=김성탁 특파원, 서울=김지아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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