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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한국인 한달간 움막 생활…정부, '철수 권고'로 경보 상향

중앙일보 2019.05.13 11:31
신원미상의 한국인 여성 1명이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의 무장단체 납치범들에게 붙잡혀 억류돼 있다 풀려나 프랑스 파리 인근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날 공항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와 석방된 3명을 맞이했다. [로이터=뉴스1]

신원미상의 한국인 여성 1명이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의 무장단체 납치범들에게 붙잡혀 억류돼 있다 풀려나 프랑스 파리 인근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날 공항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와 석방된 3명을 맞이했다. [로이터=뉴스1]

 
부르키나파소 여행 중 무장단체에 피랍된 뒤 구출된 한국인 장모씨는 약 1년6개월에 걸쳐 세계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로 건너간 것은 1월이며,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아프리카 여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장씨는 이어 약 3개월 동안 세네갈ㆍ말리를 거쳐 부르키나파소로 4월초 도착했으며,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은 4월12일이었다. 장씨는 부르키나파소에서 버스를 타고 인접국 베냉으로 향하던 도중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언니와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을 취한 것은 3월 말이었다고 한다.  

 
장씨는 이르면 13일(현지시간) 입원 중인 프랑스 파리 소재 병원에서 퇴원할 예정이다. 건강에 큰 이상은 없으며 심리 안정이 필요해 관련 검사 등이 추가됐다. 주프랑스 최종문 대사가 장씨를 만나 상황을 파악한 결과 장씨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나쁘지 않으며, 조기 귀국을 희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무장세력의 납치 목적에 대해서는 프랑스 당국이 조사하고 있으며, 장씨는 자신이 납치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씨가 피랍된 부르키나파소 지역은 피랍 당시 ‘여행 자제’(황색경보) 지역이었다. 부르키나파소는 1960년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뒤 7차례의 쿠데타가 발생하는 등 국내 정세와 치안이 불안한 상태다. 전역이 ‘철수 권고’(적색경보) 지역이었으나 2015년 정세가 일부 안정되면서 말리 등 접경 북부 4개주를 제외하고는 황색경보로 하향조정됐다. 장씨의 다음 행선지였던 베냉에 대해선 여행자제 등 권고 조치가 없었다. 외교부는 13일 부르키나파소 동부 및 베냉 북부 접경지역에 여행 경보를 '철수 권고'(적색경보)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부르키나파소 여행경보 발령 상황.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부르키나파소 여행경보 발령 상황.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장씨가 1월 초부터 체류하며 이동해온 국가 중 말리는 국가 전역이 ‘철수권고’(적색경보) 지역이다. 프랑스 정부는 부르키나파소와 베냉 접경 지역을 가장 수위가 높은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여행 경보를 발령한 지역을 장씨가 자발적으로 여행하다가 피랍됐던 것을 두고 일각에선 귀국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귀국 비용을) 지원할지는 미정”이라며 “그러나 귀국 비용은 항공료 등 정도로 막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씨와 미국인 1명을 버스에서 납치한 무장단체는 말리에 본거지를 둔 ‘카티바 마시나’라는 단체와 연관됐다고 프랑스 언론은 보도했다. 장씨는 4월12일에 피랍된 뒤 말리로 향하던 도중 프랑스 특수부대인 코만도 위베르에 의해 구출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장씨는 피랍된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움막 등의 열악한 상황에서 지냈다. 피랍 무장조직이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긴 했으나 피랍 첫 2주 동안은 식사를 거의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기간엔 식사를 조금씩 했으며 운동 등으로 버티며 피랍 상황을 견뎠다. 피랍 조직이 학대 등 비인도적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 등 4명의 인질을 구출하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전사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왼쪽)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 등 4명의 인질을 구출하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전사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왼쪽)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장씨를 납치한 단체가 한국 정부엔 프랑스군 구출 작전 이전까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함께 납치됐던 미국인 1명은 부르키나파소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바로 본국으로 후송됐다. 그러나 한국은 부르키나파소에 대사관이 없는 관계로 프랑스 정부와 협조해 파리로 함께 후송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경보 제도는 여행 유의(남색 경보, 신변 안전 유의)→여행 자제(황색경보, 신변안전 특별유의, 여행 필요성 신중 검토)→철수 권고(적색경보, 긴급 용무가 아닌 한 철수, 가급적 여행 취소 및 연기)→여행금지(흑색 경보, 즉시 대피 및 철수)의 4단계다. 흑색 경보 지역 여행을 강행했을 경우엔 여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다. 상세한 정보는 외교부 영사 관련 홈페이지(http://www.0404.go.kr/dev/main.mofa)에서 볼 수 있다. 정부는 재외동포 영사 관련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된 프랑스와 연내 의향서(LOI)를 교환하는 등 관련 협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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