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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딸 살해' 남편 도운 혐의 친모 조사…부부 대질 신문 검토"

중앙일보 2019.05.13 06:00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1·왼쪽)씨와 김씨 범행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친모 유모(39)씨. [뉴시스]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31·왼쪽)씨와 김씨 범행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친모 유모(39)씨. [뉴시스]

재혼한 남편이 중학생 딸을 살해하는 것을 도운 혐의로 입건된 친모 유모(39)씨가 구속을 피한 뒤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계부 김모(31)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씨가 범행을 도운 정황을 포착했지만, 유씨는 시종일관 "겁에 질려 그랬다"고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씨 부부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두 사람에 대한 대질 신문도 검토하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 지난 10일 소환 조사
"범죄 소명 부족" 구속영장 기각 후 처음
남편 "살인부터 유기까지 아내와 공모"
친모 "겁에 질려 남편 도왔다" 부인
경찰 "이번 주 친모도 검찰 송치 예정"

 
광주 동부경찰서는 13일 "구속영장 기각 이후 유씨를 지난 10일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남편 김씨와 공모해 딸 A양(13)을 살해한 뒤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혐의(살인·사체유기 방조)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도 검찰에 송치하기 전 한 번 더 조사했다. 김씨는 여전히 "아내가 딸 살인 계획부터 시신 유기까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찰 조사에서는 나오지 않은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김씨가 A양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할 때 유씨가 일부 범행을 구체적으로 거든 정황이라고 한다. 유씨도 경찰 추가 조사 때 이런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남편이 무서워 시키는 대로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김씨를 조사하면서 (범행과 관련해) 업그레이드된 정황이 나왔지만,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필요하면 김씨와 유씨를 같은 공간에서 대질 신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과 협의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도 고려 중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유씨를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중학생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특가법상 보복살인·사체유기)로 구속된 계부 김모(31)씨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중학생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특가법상 보복살인·사체유기)로 구속된 계부 김모(31)씨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유씨는 유치장에서 풀려나 광주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광주지법 이차웅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 수집된 증거 자료만으로는 유씨가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서 딸의 살해를 공모했거나 범행에 가담했다고 소명하기 부족하고, 살인방조죄의 성립 여부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유씨는 재혼한 김씨와 낳은 아들(2)과 과거 다른 남편에게서 얻은 딸(16)과 같이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아무리 친모라지만 '살인 피의자'와 어린 자녀를 같은 공간에 두는 것은 위험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법원에서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며 유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에 자녀를 강제로 분리하거나 친권을 박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유씨가 살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남편 김씨를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6시 30분쯤 전남 무안군 한 농로에 세워둔 승용차 안에서 의붓딸 A양을 목 졸라 살해하고 이튿날 오전 5시 30분쯤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시신을 버린 혐의다. 김씨는 경찰에서 "의붓딸이 나를 강간미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해 복수하려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달 9일 친부와 함께 '새아빠(김씨)가 휴대전화로 음란 동영상과 음란 사이트 주소를 보내고, 성추행했다'며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달 12일 추가 조사에서는 "새아빠가 성폭행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의붓딸 시신이 행인에 의해 발견되자 경찰 지구대를 찾아 자수했다. 김씨는 1차 조사에서는 "혼자 범행했다"고 했다가 추가 조사 때 "유씨와 공모했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그는 "목포 친아버지 집에 사는 의붓딸을 아내 유씨가 공중전화로 불러냈고, 승용차 뒷좌석에서 살해할 때는 유씨가 운전석에서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진술로 지난달 30일 긴급체포된 뒤 "딸이 죽은 것도,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것도 몰랐다"던 유씨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난 1일 자정 무렵 범행을 자백했다. 유씨는 "남편이 무서워서 거짓말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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