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제 술 판매금지하니···대학앞 마트 하루 6000병 대박났다

중앙일보 2019.05.13 06:00
대학 축제 주류 판매 금지 조치가 시행되는 가운데, 축제 기간인 세종대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박스 채로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대학 축제 주류 판매 금지 조치가 시행되는 가운데, 축제 기간인 세종대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박스 채로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평소엔 주류 매출이 하루 40만원쯤인데, 축제 첫날엔 700만원이 넘었어요. 거의 20배죠.”
 
 지난 9일 세종대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29)씨는 쉴 틈 없이 술 상자를 나르며 말했다. 세종대에서는 8~10일 3일간 축제가 열렸다. 김 씨는“축제를 대비해 주류 6000병을 준비했는데 첫날 거의 다 팔려 3000병을 더 들였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은 '세종대 축제, 학교 안에서 술 안 팔아요'라고 쓴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각종 주류가 냉장고를 가득 채웠고 매장 바깥에도 소주가 상자째로 쌓여있었다. 지하철역 근처 편의점은 일시적으로 술이 매진되기도 했다.
 
 정부가 대학 축제에서 허가 없는 주류 판매를 금지하면서 5월 축제 기간을 맞은 대학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주세법에 따르면 판매 면허를 받아야만 주류를 팔 수 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대학 축제에서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이 술을 팔았지만, 엄연히 불법이다. 지난해 국세청과 교육부가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주세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면서 교내 노상 주점에서 술 판매는 사라지고 있다.
세종대 축제 노점에서 주류를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총학생회 명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병준 기자

세종대 축제 노점에서 주류를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총학생회 명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병준 기자

 
 주류 판매 금지 조치에 인근 편의점이나 마트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부분 축제 주점들이 술은 각자 가져오도록 하고 음식만 판매하는 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실제 오후 6시가 가까워지면서 세종대 인근 마트와 편의점은 소주·맥주를 손에 든 학생들로 인산인해였다. 마트 직원은 “주류나 음식 재료를 학교 어디든 배달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며 전화번호와 배달 품목이 적힌 종이를 나눠줬다.
 
 교내 주점을 운영하는 학생들은 손님을 끌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한 학과 주점은 2000원씩 받고 술 심부름을 해주고 있었다. 술은 팔 수 없지만, 소주와 섞어 먹을 수 있는 토닉워터 등의 음료를 준비한 주점도 눈에 띄었다. 아이스박스를 마련해두고 손님이 가져온 술을 시원하게 보관해 준다고 홍보하는 주점도 많았다.
 
 술을 팔지 못하게 되면서 축제 기간 주점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고려대 학생회 관계자는 “이전 축제보다 주점 신청이 훨씬 줄었다. 주류 판매 금지 이후에 적자 확률이 커지면서 동아리들이 주점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도 “학생회가 술을 싼값에 가져와 팔아야 향후 활동비를 벌 수 있는데, 이제는 수익을 남기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대학 축제에서 한 주류 업체가 홍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대학 축제에서 한 주류 업체가 홍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외부 업체의 축제 참여는 활발해졌다. 한 주류 업체는 세종대 축제에 홍보 부스를 차려놓고 얼음을 담는 '아이스버킷'을 나눠줬다. 일부 대학은 주류 판매 면허를 가진 외부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간을 제공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은 주류 판매 금지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동국대 학생 원수빈(21)씨는 “다들 편의점에서 술을 사 오기 때문에 축제 음주 문화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불편함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학생 천모(22)씨는 “주점이 사라지면 대학 축제에 사람들을 붙잡아 두기도 어렵다. 대학 생활의 로망인 주점까지 막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윤종건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주세법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는데, 정상적으로 주류 판매 허가를 가진 분들이 대학 축제 주점을 국민 신문고나 세무서에 제보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허가를 받지 않은 대학 주점은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윤서·이병준·고석현 기자, 김혁준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