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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지금...", 전직 청장 둘 영장에 경찰조직 '당혹' '불만'

중앙일보 2019.05.13 05:00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신명(좌측), 이철성 전 경찰청장. [중앙포토, 연합뉴스]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신명(좌측), 이철성 전 경찰청장. [중앙포토,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지난 10일 검찰이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 경찰을 활용해 ‘친박’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조직 안팎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말 사이 한쪽에서는 반대 여론도 끓고 있다.
 
우선 시기부터 문제 삼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에서 경찰서장을 지냈던 한 경찰 간부는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쪽에서는 절차대로 영장을 청구했을 뿐 의도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전직 경찰 총수 두 명을 한꺼번에 구속하겠다고 하는 걸 순수하게 바라볼 경찰 구성원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상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상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전직 검찰총장 무더기 송치한다면?" 
그는 이어 “입장을 바꿔 검·경이 서로 민감한 시기에 경찰이 전직 검찰총장들을 무더기로 송치하겠다고 나선다면 검찰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 대담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검찰에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찰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공교롭게도 다음날 영장청구 소식이 나온 것이다. 이에 일선 경찰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일종의 ‘망신주기’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전직 청장 영장 청구는 검찰의 강한 위협구 
익명을 요청한 경찰 간부는 “전직 청장들인 만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영장을 왜 쳤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총경급 간부는 “정권 바뀔 때마다 정보 라인이나 이와 연결된 지난 정권의 경찰 고위급이 타깃이 되는 일은 늘 있었다”며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예민한 시기라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검찰의 강한 위협구’라는 게 이 간부의 평가다.
 
검찰은 확대 해석을 경계해달라는 취지로 10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은 민주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장기간 국가에 헌신한 대상자들에 대해 부득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 경찰 수뇌부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형사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찰관은 “경찰이 정부, 검찰과 부딪히기 어려운 입장이란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저자세인 것 같다”며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경찰이 동네북이 되는 것 같다’며 상실감을 전하는 동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의 아픈 부분 도려내는 계기 삼아야" 
반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무조건 반발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하지만 수사를 통해 혐의점이 나온 상황에서 경찰이 검찰 측에 ‘영장청구를 하지 말아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영장 발부 여부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뼈아픈 일이지만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아픈 부분을 도려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 비 간부 경찰관 역시 “일부의 이야기지만 민간인 사찰이나 노조와해 가담 등 위법한 영역에서 ‘입맛’에 맞게 활동해온 것 역시 사실 아니냐”며 “조직 내 곪은 부위를 이 기회에 도려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욱·손국희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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