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성탁의 유레카, 유럽] 브뤼셀 도심대로 차 막으니 점포 매출 30% 늘었다

중앙일보 2019.05.13 01:30 종합 20면 지면보기
브뤼셀시 도심의 안스파크 거리. 과거 왕복 4차선 도로였는데, 보행자 전용 거리로 바뀌었다. 김성탁 특파원

브뤼셀시 도심의 안스파크 거리. 과거 왕복 4차선 도로였는데, 보행자 전용 거리로 바뀌었다. 김성탁 특파원

 지난 8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도심에 있는 안스파크 거리. 폭 30m, 길이 1㎞가량인 이 거리에 차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차량 진입을 막는 커다란 화분이 거리 초입에 놓여 있고, 곳곳에 나무가 심겨 있다. 그 사이마다 놓인 벤치에 많은 시민이 앉아있었다.
 

상인들 처음엔 "소비 준다" 반대
행인·자전거 천국 되자 되레 활기
역 지하에 자전거 주차공간 신설
공기 좋아져 거리 테이블서 식사

 원래 이 거리는 왕복 4차선 도로였다. 브뤼셀 도심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도로 중 하나였다. 브뤼셀시는 지난 2011년께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래된 건축물들이 있는 도심의 작은 도로들을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2015년 대로인 안스파크 거리에서도 차량 통행을 없애기로 했다.
안스파크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라파엘. 김성탁 특파원

안스파크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라파엘. 김성탁 특파원

  
 보행자 전용 구역에는 행인 외에 자전거와 킥보드 등만 들어갈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대학생 라파엘(19)은 “차를 피할 필요가 없어 훨씬 안전해졌다”며 “보행자 전용 거리가 늘고 있는데, 공해가 줄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차로 이곳을 왔을 때라면 주차도 해야 하고 그냥 지나치기 바쁠 텐데, 지하철을 타고 나와 걸으면 되니 접근성도 오히려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도 도심 한복판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막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바트 도흔트 브뤼셀시 이동 및 공공업무 담당 국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도심 유적지 근처의 작은 도로를 보행자 위주로 바꾸는 건 비교적 쉬웠지만, 매일 엄청난 차량이 지나던 길은 경우가 달랐다”며 “상인들의 반발도 거셌을 뿐 아니라 그냥 차량만 막는 게 아니라 거리에 새로운 특성을 부여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행자 전용거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상인들은 매출이 줄까봐 반대했다. 하지만 가게 앞에 테이블 등을 놓게 되고 발길도 늘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김성탁 특파원

보행자 전용거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상인들은 매출이 줄까봐 반대했다. 하지만 가게 앞에 테이블 등을 놓게 되고 발길도 늘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김성탁 특파원

 
 상인들은 차량 통행이 막히면 소비 여력이 있는 층의 발길이 뜸해져 수입이 줄 거라며 반발했다. 거리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실제 매출이 줄기도 했다. 하지만 보행자 전용 구역 공사가 끝난 후엔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안스파크 거리의 한 초콜릿 가게 매니저인 에피는 “거리에 인파가 많아지면서 과거보다 매출이 30%가량 늘었다”며 “가게 앞 보행자 거리에 테이블을 놓을 수 있게 된 주변 레스토랑 주인들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귀띔했다.
브뤼셀 보행자전용거리 지하에 역을 새로 만들면서 대형 자전거 주차공간(뒷편)을 함께 만들었다.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다. 김성탁 특파원

브뤼셀 보행자전용거리 지하에 역을 새로 만들면서 대형 자전거 주차공간(뒷편)을 함께 만들었다.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다. 김성탁 특파원

 
 이 거리에서는 지금도 변신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0년 완공이 목표다. 브뤼셀시는 보행자 전용 거리의 성공을 위해 지하 공간도 정비했다. 오래된 지하철역을 리모델링하면서 지하에 대규모 자전거 주차 공간을 신설했다. 지하철에 내려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흔트 국장은 “자전거 주차장의 이용 요금은 1년에 6유로(약 8000원) 수준”이라며 “자전거 분실 우려가 없어야 사람들이 놓고 다니기 때문에 CCTV와 출입문 등 시설을 제대로 만드는데 신경을 썼다"고 소개했다. 단순히 차량만 막은 게 아니라 대체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 놓은 것이다.
본지와 인터뷰 중인 바트 도흔트 브뤼셀시 이동 및 공공업무 담당 국장. 김성탁 특파원

본지와 인터뷰 중인 바트 도흔트 브뤼셀시 이동 및 공공업무 담당 국장. 김성탁 특파원

 
 쇼핑 시설과 식당 등이 많은 거리여서 물건을 배달할 트럭 등도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브뤼셀시는 미리 등록한 배달 차량의 경우 매일 오전 4~11시 메인 거리와 연결된 작은 도로를 지날 수 있도록 했다.
 
 브뤼셀 도심 전체 보행자 전용 구역 입구에는 번호를 누르면 차단막이 열리는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응급차나 경찰차, 장애인 차량 등이 필요한 경우 들어갈 수 있는 장치다.
  
 서울시도 세종대로에서 차 없는 거리를 일요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도흔트 국장은 “모두 편리한 도심에 살고 싶어하지만 나쁜 공기 때문에 병 들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비전이 필요한데, 세계 여러 도시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큰 거리 하나라도 실제 적용하면 사람들 생각이 변할 것”이라며 “차 없는 거리는 대기 질 개선이 목적이지만, 주변 상인들의 매출이 늘어 경제적 인센티브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브뤼셀시는 보행자 전용 구역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숙제도 남아 있다. 차량 통행을 막았더니 해당 구간의 공해 물질은 줄었지만, 주변 도로의 공기 질은 오히려 악화했다. 브뤼셀시는 그래서 시속 30㎞로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저속 구간을 50곳 지정할 계획이다. 도시의 주차시스템 개편과 외곽으로 차량 흐름을 유도하는 정비도 계획 중이다.
  
벨기에 헨트시의 자동차 제한 구역. 트램 등 대중교통과 자전거 등만 허용된 구간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김성탁 특파원

벨기에 헨트시의 자동차 제한 구역. 트램 등 대중교통과 자전거 등만 허용된 구간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김성탁 특파원

 브뤼셀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관광도시 헨트(Gent)는 이 숙제의 해법을 보여주는 곳이다. 헨트는 교통 체증과 보행자 안전, 에너지 낭비 및 공기 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1996년 시작했다.
 
 지난 9일 찾아간 헨트 도심은 중세 건물이 밀집해 관광객이 많았다. 도심 대부분 거리에서 일반 차량의 출입은 금지돼 있었다. 자전거와 구급차 등 공공 차량과 함께 전기로 가는 트램과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만 진입할 수 있다는 간판이 도심 도로 입구에 설치돼 있었다. 규정을 위반하는 차량은 CCTV에 찍히는데, 벌금이 55유로(약 7만 3000원)다.
헨트역 주변에 주차돼 있는 자전거. 김성탁 특파원

헨트역 주변에 주차돼 있는 자전거. 김성탁 특파원

 
 헨트시는 일반 차량의 경우 도심을 둘러싼 순환 도로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제도가 성공할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만들어 놨다.
 
 우선 도심을 빙 둘러 외곽 주요 간선도로변에 설치된 무료주차장이다. ‘파크 앤 라이드(Park & Ride)’라고 불리는 이 주차장을 찾아가 봤더니 바로 앞에 트램 및 버스 정류장이 설치돼 있었다. 편리하게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차장에는 자전거 거치대는 물론 전기차 충전 시설도 있었다. 트램과 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티켓은 1시간권이 3유로, 종일권이 7유로다. 14유로를 내면 3일 이용권을 살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도심 인근에는 시가 운영하는 유료 주차장도 상당수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도심에서 멀수록 주차요금이 싸게 설계했다. 무료 주차장과 도심 사이에 있는 한 유료주차장의 요금은 30분에 0.5유로이고 8시간 이후로는 종일 8유로였다. 하지만 도심 쪽으로 더 가까이에 있는 다른 주차장의 요금은 30분당 0.9유로, 12시간 이후 종일 23.5유로였다. 종일 기준으로 3배 가량 비싸게 책정해 운전자들이 도심 가까이 진입하는 것을 꺼리도록 해 놨다.
 
 헨트시는 외곽 주택가 인도에까지 모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놨다. 인도의 절반가량이 빨간색으로 칠해친 자전거용이다. 영국 런던의 경우 자전거길이 아예 없는 도로가 많고, 서울도 인도를 내주지는 않는데 헨트시는 인도를 넓게 만들면서 상당 부분을 자전거에 할애했다. 헨트시 곳곳에서 수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는 이유다.
 헨트시 외곽 주택가의 모습. 인도의 절반 정도를 빨간색으로 칠해 자전거용으로 배정했다. 도로에는 전기로 가는 트램과 버스, 승용차가 함께 달린다. 김성탁 특파원

헨트시 외곽 주택가의 모습. 인도의 절반 정도를 빨간색으로 칠해 자전거용으로 배정했다. 도로에는 전기로 가는 트램과 버스, 승용차가 함께 달린다. 김성탁 특파원

 
 벨기에의 또 다른 관광도시인 브뤼헤시는 도심 외곽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이곳에 주차하면 버스 종일 승차권을 공짜로 주면서 차량 진입을 줄이고 있다.
 
 브뤼셀ㆍ헨트=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먼지알지 런칭 이벤트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