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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의 시선] "수사종결권 주면 경찰 막강…과거 자유당때가 딱 이랬다"

중앙일보 2019.05.13 00:14 종합 33면 지면보기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해외 출장 도중 검찰 개혁 법안이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졌음을 보고받은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4일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조직의 운명을 두고 문 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의 상황이 하도 긴박해 기대도 하지 않았던 문 총장과 지난 9일 마주 앉았다. 이 만남의 조력자는 뜻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정확히 하자면 당일 저녁의 취임 2주년 기념 문 대통령의 KBS 대담을 의식해 문 총장이 이날 예정됐던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소하면서 숨돌릴 틈이 났던 것이다. “안 되겠더라. 우리가 (인터뷰에) 초 치는 게 될까 봐. 한편으론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뭐라고 언급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기자간담회를 뒤로 미뤘다.”
 
문 대통령은 당일 인터뷰에서 “검찰, ‘셀프 개혁’ 안된다” “자체 개혁의 기회를 많이 놓쳤다” “보다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들끓는 검사들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었다. 구구절절이 지당하신 말씀이다. 창설 이후 권부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고 어지러운 사정(司正)의 칼춤을 많이 췄다. 그 탓에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상실한 대가가 개혁의 칼날 아니던가. 문 총장도 사석에서 “국민 불신의 늪에 스스로 빠져버린 조직의 잘못이 크다”고 말해왔다.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을 나눠주는 공수처 신설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자치경찰제와 행정·사법경찰의 분리가 병행되지 않는 수사권조정에는 극력 반대해왔다. 국민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거였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는 문 총장의 속내를 들춰봤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주장의 의미는.
“검찰의 힘은 수사 착수권과 종결권을 전부 갖는 데서 나오고 그 때문에 검찰의 위기도 왔다. 그런데 이번 개혁안은 거꾸로 경찰에도 두 권한을 다 주자는 거다. 더욱이 민생 사건이 태반인데 통제를 안 받게 한다니. (입법 추진자들이) 민주주의의 개념을 알고나 하는 얘긴지 의심스럽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안 한다고 선제적으로 선언하면 안 되나.
“검찰의 사건 출구 독점(기소 독점)이 문제라지만 경찰의 입구 독점은 더 위험하다. 국가 형벌권이 약화되고 공백이 생길 소지가 크다. 검찰의 직접 수사 통제 방안을 찾는 게 맞다. 첫 번째, 내부 통제는 모든 사건 보고와 지휘의 기록화를 통해 가능하다. 기록으로 남기면 외부 세력의 개입 여지가 줄어든다. 현재 시행 중이다. 두 번째가 외부 통제다. 수사 착수 기능을 조직에서 빼내면 된다. 이미 작년 초 법무부에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검찰청을 별도로 만들어 시험 가동해보자고 건의했는데 답이 없더라. 이번에 귀국하자마자 다시 공문으로 보냈고 앞으로 조세범죄·금융증권 등의 전문 수사청 분리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종국엔 정치적 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3·4부만 남는다. 이걸 둘 거냐 말 거냐, 어떻게 통제할 거냐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동안 적폐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면서 검찰 개혁안에는 ‘로우 키(Low Key)’로 일관했다. 임기 만료 직전 적극 나선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
“우리는 개혁 대상이라고 해서 2년 가까이 진행된 수사권조정 등의 논의에서 배제됐다. 그러다 보니 경찰 쪽에 힘을 몰아주는 엉뚱한 현상이 벌어졌다. 솔직히 검사들보다 경찰의 무혐의 종결 시 비싼 변호사를 사서 이의제기를 해야 하는 국민이 불편해질 것이다.”
 
정보 경찰의 비대화 위험을 강조했다.
“내가 총장으로선 처음으로 검찰 정보 부서를 해체했다. 수사 정보 외 다른 정보 수집·활용 못 하게 했다. 막강한 정보 인력을 가진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까지 보태지면 아무도 경찰 못 건드린다. 과거 자유당 때가 딱 이랬다.”
 
청와대에 꼴통으로 찍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 “나는 시민 민주주의자다.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걸 반대할 따름이다. 5·18 때 총 쏜 사람들 때문에 내 인생의 항로가 (법조인으로) 정해졌고 이 자리(검찰총장)까지 왔다. 나는 주장하는 게 많지 않지만 주장할 땐 확실히 한다.”
 
은인자중하던 문 총장이 드디어 ‘몸뚱이로 말하기’ 시작했지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자라인지, 솥뚜껑인지를 보고 놀란 법무부가 임기가 70여일이나 남았음에도 예년보다 서둘러 차기 검찰총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는 민주적 절차와 정의를 시스템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그렇다고 해도 제도를 바꾸는 법안에 정치적 중립성과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독소조항이 있다면 늦기전에 걸러내야 한다. 그건 조국 민정수석의 몫이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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