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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하 극우용어 '달창'…원고엔 없는 나경원 애드리브

중앙일보 2019.05.12 16:53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문빠’, ‘달창’이라 지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빠는 문 대통령을 뜻하는 ‘문’과 열렬한 지지자를 뜻하는 ‘빠’를 합친 말이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준말이다. 극우 네티즌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달빛기사단’을 속되게 부르는 인터넷 은어로 여성비하의 의미도 담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11일 대구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나왔다. 행사에는 황교안 당 대표 등 2만여명이 참석했다. 나 원내대표는 공연 위주의 1부 행사가 끝난 뒤 오후 4시 15분쯤 2부 첫 연사로 나섰다. 그는 “한국당의 베이스캠프 대구시민 여러분 사랑한다”는 인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문빠, 달창 발언이 등장한 건 연설이 70% 정도 진행됐을 시점이다. 나 원내대표는 “좌파ㆍ독재라 그러면 ‘촛불 정부인데 왜 그러냐’고 화낸다. 이거 독재 아니냐”며 “(대통령 특별대담 질문자로 나선) KBS 기자가 물어봤는데 그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알지 않느냐. 묻지도 못하는 게 바로 독재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나 원내대표의 사과 메시지는 발언 약 3시간 30분 뒤에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당초 달창 발언은 연설문에는 없는 나 원내대표의 애드립이었다고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성 비하 발언인데 여성 원내대표의 연설 원고에 그런 말을 넣을 수는 없다. 즉흥적으로 연설하다 모르고 실수한 것이지 준비된 원고에 있던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발언이 나온 직후 현장에 있던 당직자와 참모들은 비상이 걸렸다. 뒤늦게 달창의 뜻을 들은 나 원내대표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고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어제(11일) 어떤 분이 페이스북을 보여주면서 달창이라는 말이 있다고 나 원내대표에게 말했다”며 “문빠, 문팬 같은 용어 중의 하나인 걸로 알았지 그런 뜻인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현안 브리핑에서 “법관 출신인 나 원내대표가 달창이라는 누가 봐도 생경한 단어를 의미도 유래도 모르고 썼다는 말을 믿을 수 있나”며 “모르고 썼다면 사리 분별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채 한 것이면 교활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 “모르고 쓴 게 더 한심한 일인 걸 아직도 모르신다. 요즘 내뱉는 말들도 의미도 모른 채 마구 떠드는 것이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상대에 대해 센 말을 해야 주목받고 박수받다 보니 막말도 서슴지 않고, 해서는 안 되는 말도 의미를 모르고 내뱉는 지경에까지 이른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3월에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됐다”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나 원내대표는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치졸한 궤변이다. 말장난 할 때가 아니다”라며 지적했다. 
 
한영익ㆍ김준영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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