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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바꾸는 패러다임, 당신은 어떤 색안경을 끼고 있나요

중앙일보 2019.05.12 12:00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26) 
예전엔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남자를 보면 손가락질하던 때가 있었으나 요즘엔 반바지를 입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명동에서 한 매장 쇼윈도 앞으로 반바지에 반팔 복장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뉴스1]

예전엔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남자를 보면 손가락질하던 때가 있었으나 요즘엔 반바지를 입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명동에서 한 매장 쇼윈도 앞으로 반바지에 반팔 복장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뉴스1]

 
예전에 아파트단지에서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남자를 보면 손가락질하던 때가 있었다. 털이 난 다리를 내놓고 다니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고 본 것이다. 요즘에는 반바지를 입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의관을 바라보는 시각, 즉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패러다임은 시니어의 삶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패러다임의 효과
패러다임은 먹물 꽤나 먹었다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것 단어의 하나다. 교육이나 경영 등의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식의 얘기를 흔히 한다. 패러다임은 쉽게 말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안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검푸른 선글라스를 끼고 바깥을 보면 세상이 어두운 청색으로 보이듯, 어떤 패러다임을 갖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인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리고 패러다임이 바뀔 때 사람들은 혼란을 느낀다. 중세 때 천동설을 믿던 서양사람들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이를 종교재판에 회부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수가 많다. 몇 년 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고수 이세돌을 꺾었을 때 사람들은 바둑 수에 관한 알파고의 독특한 패러다임의 위력을 실감했다. 매스컴에서는 “알파고,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꾸나?” 하며 대서특필했다.
 
2016년 이세돌은 AI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을 때 사람들은 바둑 수에 관한 알파고의 독특한 패러다임의 위력을 실감했다. [사진 구글]

2016년 이세돌은 AI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을 때 사람들은 바둑 수에 관한 알파고의 독특한 패러다임의 위력을 실감했다. [사진 구글]

 
사람들이 놀란 것은 알파고가 인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둑 수를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그런 색다른 패러다임으로부터 기존의 정석 책에는 없는 알파고 정석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프로들은 그것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바둑에서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또 있었다. 1990년대에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인 일본바둑을 꺾고 바둑계의 패권을 차지했을 때다. 일본 고수들에게 거의 상대가 되지 않던 한국 기사들이 메이저 세계바둑대회를 23연속 석권하며 칭기즈칸처럼 세계바둑계를 정복해 버렸다.
 
그때 한국기사들은 모양과 이론을 중시하는 일본바둑과는 달리 실전적 패러다임의 바둑을 구사하였다. 모양이 투박하건 말건 실제적 효과가 있다면 수를 고려한다는 관점으로 바둑을 바라본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으로 인해 ‘한국류 정석’이라고 하는 새로운 상품이 출현했다. 처음에 이 정석들을 우습게 여기던 일본 기사들은 한국류가 모양은 이상하지만 고추장처럼 매운맛이 나는 정석이라며 수용을 했다.
 
나의 패러다임은?
요즘 여러 나라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도 운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예다. 사진은 혼잡한 도심에서 알아서 경로변경하는 자율주행차를 시연하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요즘 여러 나라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도 운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예다. 사진은 혼잡한 도심에서 알아서 경로변경하는 자율주행차를 시연하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바둑으로 보면 패러다임 전환이 매우 놀라운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종 대박을 내는 획기적인 상품은 기존의 발상의 뛰어넘는 패러다임 전환을 수반하는 것 같다. 요즘 여러 나라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도 운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기계가 자율적으로 운전해 준다는 발상을 예전에는 감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어떤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가? 영역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패러다임도 다를 것이다. 시니어들은 정치적인 면에서 패러다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보수주의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 중에는 진보적인 정부를 비판하는 동영상 등을 퍼 나르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진보주의자인 사람들은 페이스북 등에서 보수당 인사들의 비위를 까발리는 데 열을 올린다.
 
이런 정치적 패러다임은 어느 쪽이 절대로 옳고 다른 쪽은 그르다는 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파란 선글라스를 쓴 사람과 붉은 선글라스를 쓴 사람의 눈에는 세상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둑에서는 한쪽에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말 것을 권장한다. 프로기사들은 흔히 ‘일장일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는 뜻이다. 장단점을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바둑의 패러다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함을 알아보았다. 자신의 패러다임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 혹시 극단적이고 편협한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자. 만일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기존의 관념을 크게 뛰어넘는 패러다임의 전환, 즉 역발상도 고려해 보자.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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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필진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 바둑에 올바른 길이 있듯이 인생에도 길이 있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수가 아닌 꼼수와 속임수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바둑에서 삶의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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